[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조직의 원칙이 왜 중요한가?

정양범 매경비즈 기자(jung.oungbum@mkinternet.com) 2024. 3. 18.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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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무관심

내년도 사업계획을 작성해 보고하라고 한다. A팀장은 팀원 중 가장 고참이면서 일 잘하기로 소문난 B수석을 불렀다. “B수석, 다음 주까지 팀원들과 함께 내년도 사업계획 초안 작성해줘요” 지시하였다. 어떤 방향과 중점 과제를 무엇으로 하라는 말 한마디 없다. B수석은 팀원들 전부 회의실에 모여 달라고 한 후, 내년도 사업 계획과 관련하여 자신이 담당하는 직무의 개선 또는 도전 과제를 3개씩 뽑아, 과제명, 현황, 추진계획, 기대 결과물, 측정 지표를 과제별 1장에 작성해 다음 주 수요일까지 달라고 했다. 팀원 중 입사 2년차인 사원이 “아이~ 할 일도 없는데 무슨 3개씩이나 해”하며 나지막이 불만을 토로한다. 옆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데, “왜 B수석님이 이런 지시를 하냐?”고 묻는다. B수석은 기분 좋아 요청하는 것은 아니었고, 까마득한 후배가 팀원 전체가 있는 면전에서 불만을 토로하는 것에 화가 났다. 전체가 있는 자리인 만큼 인내하며 “최대한 부탁하며 다른 질문이 없으면 마친다”고 하니 “자기 할 말만 하고 끝낸다”고 속삭인다. B수석은 “C사원, 불만이 있으면 말할 기회를 달라고 한 후, 큰 소리로 해. 그렇게 비겁한 행동 하지 마”라고 질책했다. C사원이 비겁하다는 말에 화를 내며 아무 말이나 함부로 하지 말라고 한다. 주위에서 말렸으나, 오가는 말이 거칠어지고 결국 싸움이 일어나 B수석의 얼굴에 상처를 입는 일이 발생했다. 시끄러운 소리에 회의실을 찾은 A팀장은 “모두 자리에 돌아가 일하라”는 말만 하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문제가 확산되어 회사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였다. 여러분이 징계 위원이라면 누구를 징계하고 어떻게 조치했겠는가?

조직이라면, 원칙이 있어야 하고 지켜져야 한다.

문제를 일으키는 직원 못지 않게 질책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조직장이다. 조직장이라면 조직과 구성원을 관리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직원이 빈번하게 문제를 일으키고, 부서장이 이에 대처하지 못한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가정에는 가훈이 있다. 집의 가훈은 ‘서로 사랑하자’이다. 아이들이 싸우는 일이 있으면 가훈을 언급했다. 서로 어깨 동무를 하고, 앉았다 일어나면서 ‘서로 사랑하자’를 100번 외치게 하는 것이 벌이었다. 말이 100번이지 힘든 처벌이었기에, 싸울 일이 있어도 부모의 눈 앞에서는 참았다.

직장에서는 핵심가치 또는 그라운드 룰이 있다. 근무했던 회사의 핵심가치는 신뢰, 유연, 도전, 탁월이었다. 그 중 신뢰의 정의는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서로 믿고 존중한다’ 였다. 도전은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혼심의 힘을 다한다’ 였다.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않거나, 높은 목표가 아니면 조직장은 핵심가치를 강조하면 되었다. 핵심가치는 조직과 구성원을 한 방향 정렬 시키는 원동력이고, 생각과 행동의 기준이 되었다. 근무했던 부서는 조직장이 자신과 근무하면서 이것만은 지키라는 룰이 있었다. 그 중 하나가 ‘자신이 한 언행에 대해서는 책임을 진다’였다. 룰을 지키는 조직장과 지키지 않는 직원에 대해서는 너무나 단호했기 때문에 최소한 이 조직장과 근무하면서 자신이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거나 책임 회피를 하는 직원은 없었다.

조직의 팀워크를 강하게 하고,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며, 성장과 성과를 창출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조직이 담당하는 일의 가치, 팀원들의 직무 역량과 성숙도, 조직장의 탁월한 리더십, 우호적 내 외부 환경, 회사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 등 다양하다. 가장 중요한 하나를 정하라고 한다면, 조직의 가치체계이다. 크게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1) 이 조직이 왜 존재하는가?

2)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3) 그것을 달성하기 위한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

가정에 가훈이 없거나, 직장에 핵심가치가 없어도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는다. 사실 없는 곳도 많다. 부모가 올바른 생각과 행동으로 솔선수범하여 자식들에게 모범이 되면 가훈 보다 더 영향력이 크다. 경영진이나 상사가 좋은 품성으로 방향과 전략을 정해 조직과 구성원을 성장하게 하고 성과를 창출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면 핵심가치가 없다고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훈이나 핵심가치가 있다면 보다 쉽게 한 방향 정렬을 할 수 있다. 가야 할 방향, 결정하거나 실행할 때 가훈이나 핵심가치는 기준이 되어 실행력을 높여준다.

원칙이 있어도 실행하지 않으면 곤란하다.

A회사에 근무할 때 일이다. 액자 속 핵심가치와 그 정의가 모든 회의실과 사무실에 걸려 있다. 회의를 할 때마다 핵심가치의 정의를 낭독하기 때문에 A회사의 CEO는 임직원 모두가 핵심가치와 그 정의를 외우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승진자 시험에 핵심가치와 그 정의를 쓰라고 했다. CEO는 액자를 뗀 상태에서 회의를 시작하였다. 승진자 시험에서 핵심가치와 그 정의를 다 쓴 직원은 몇 명이겠는가? 액자가 없는 상태에서 핵심가치의 정의를 외친 경영진은 몇 명이겠는가?

내재화되어 있지 않고 액자 속에 간직된 가훈이나 핵심가치는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리더가 이것만은 반드시 지키자고 하고 자신부터 지키지 않는다면, 구성원은 이를 보며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지 않겠는가?

[홍석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홍석환의 HR 전략 컨설팅 대표/전) 인사혁신처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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