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20회 민생토론회, 인사논란·막말 한방에 가려진다[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4. 3. 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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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에서 20차례나 민생토론회를 열고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약속하며 민심을 얻으려 애썼지만, 논란이 되는 한 번의 인사와 막말 한 방에 가려질 판이다.

윤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는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게 사실.

수도권 격전지 중 한 곳인 '분당 을'에 출마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페이스북에 "수년 전의 막말로도 많은 여당 후보가 사퇴했다"라며 "대통령실 수석이 예외가 될 순 없다"는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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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조기 귀국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주형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에서 20차례나 민생토론회를 열고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약속하며 민심을 얻으려 애썼지만, 논란이 되는 한 번의 인사와 막말 한 방에 가려질 판이다.

윤 대통령의 민생 토론회는 특히 수도권에 집중된 게 사실. 20회 가운데 수도권에서만 12차례가 열렸다. 비중을 따지면 60%다. 물론 대통령실이 서울에 있고, 현안이 수도권에 많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통해 수도권 민심을 조금이라도 더 얻을 수 있다면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도 했을 것이다. 윤 대통령도 사람이고, 누구보다도 여당의 총선 승리를 갈망할 텐데 그런 기대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나 총리든 국정을 잘 운영하고자 하는 핵심 이유는 차기 선거의 승리다. 윤 대통령이 곳곳에서 민생토론회를 열고 뛰어다니는 핵심 동기에 총선 승리가 없을 리 없다. 그러니 야당에서 민생토론회를 총선용이라고 물고 늘어지는 것도 틀렸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 조사를 보면 서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 전주 45%에서 30%로 15% 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같은 기간 8%포인트 올라 32%였다. 양당 간 지지율이 역전된 것이다.

이렇게 된 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과 무관하지 않다. 해병대원 사망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을 대통령실은 지난주에 적극 옹호했다. 여권에서는 오히려 이 전 장관을 수사하는 공수처를 “수사 대상”이라고 압박했다. 지지율 하락은 이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다.

지지율 하락에 여당 분위기도 급변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이 전 장관은 (공수처 수사를 받기 위해) 즉시 귀국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장관 문제를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수도권 격전지에서 패배할까 걱정했을 것이다.

더욱이 지난 금요일부터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발언도 큰 문제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가진 회식 자리에서 “MBC는 잘 들어”라며 “내가 (국군)정보사령부 나왔는데, 1988년 경제신문 기자가 허벅지에 칼 두 방이 찔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을 겁박하는 발언으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한 발언이다. 농담으로라도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을 대통령실 수석이 했다고 하니 국민들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이 역시 수도권의 중도층 표심을 갉아먹을 게 틀림없다. 이 발언 마저 여론조사에 반영됐다면 여당의 서울 지지율은 더 떨어졌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도권 격전지 중 한 곳인 ‘분당 을’에 출마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는 페이스북에 “수년 전의 막말로도 많은 여당 후보가 사퇴했다”라며 “대통령실 수석이 예외가 될 순 없다”는 글을 올렸다. 그는 “지체하지 마십시오”라는 말까지 덧붙였는데 오죽 다급했으면 그랬을까 싶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후보들의 절박한 심정을 내버려 둘 수 없다고 판단한 듯 “(황 수석은) 본인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라고 압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 보니,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생토론회를 몇 번을 더 하고 지역민에게 얼마의 돈을 더 쓰겠다고 약속한 들 뭐하나 싶다. 민심을 읽지 못한 인사와 막말급 발언으로 그 노력을 무위로 돌린다면 말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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