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여기는 굶주리고 저기는 식량이 남고…이 또한 '정치의 실패'다

심영구 기자 2024. 3. 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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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퍼민트]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뉴스페퍼민트 NewsPeppermint

"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 송인근 뉴스페퍼민트 편집장)
 

20세기 정치, 외교, 그리고 대중문화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1985년 라이브 에이드(Live Aid) 공연을 기억하실 겁니다. 당대의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한자리에 모은 건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던 기근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지구 한편에선 수백만 명이 굶어 죽는데, 반대편에선 수많은 사람을 먹이고도 남을 식량이 버려진다는 사실이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줬습니다.
[ https://en.wikipedia.org/wiki/Live_Aid ]

그러나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어느덧 그런 역설적이고 잔인한 통계에 익숙해지고 말았습니다. 인류는 이미 80억 명 가까운 전체 인구가 먹고도 남을 만한 식량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통계에 따라 다르지만, 100억 명이 먹을 수 있는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실제로 생산하는 식량이 그 정도이고, 잠재적인 생산력을 고려하면 생산량은 얼마든지 더 늘릴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인류는 기아와 기근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https://www.theguardian.com/global-development/2022/nov/15/can-the-world-feed-8bn-people-sustainably ]

당장의 문제는 생산량이나 생산력보다도 분배입니다. 남아도는 식량이 필요한 지역으로 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요인이 따로 있다는 거죠. 우리는 특히 식량이 국경을 넘지 못하는 요인, 장벽이 무언지도 안타깝게도 잘 알고 있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mA0eZsyrHOA ]
▶ 뉴욕타임스 칼럼 보기 : 세상에 기근이 사라질 것이란 예측은 틀렸습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mA0eZsyrHOA ]

세계평화재단 사무총장 알렉스 드 발은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에서 정치를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더디지만 그나마 조금씩 나아지던 전 세계 식량 위기가 최근 들어 다시 악화한 직접적인 이유로 드 발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과 만연한 부정부패를 꼽았습니다. 두 가지 모두 결국, 정치의 실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할 식량을 생산하는 데 중요한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법의 보급과 정착이 더딘 것도 결국 정치의 실패로 볼 수 있습니다. 인류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과 제도가 있다면 이를 확립하고 시행하며, 걸림돌을 제거하는 게 정치의 역할인데 그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2년이 더 지났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밀 등 주요 곡물을 생산하는 곡창 지대로 전 세계 식량 생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곡창지대가 전쟁터가 됐으니, 전 세계 식량 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또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테러 공격과 그에 대한 반격으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강행해 온 군사 작전으로 인해 중동 지역 정세는 급격히 악화했고, 홍해는 민간 선박의 안전한 통행마저 보장되지 않는 바다로 변해 버렸습니다. 두 전쟁은 서방 세계가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만큼 서구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그전부터 수단이나 예멘 등지에선 이미 오랫동안 끊이지 않은 내전으로 인해 식량 위기가 고질적인 문제가 돼 있었습니다.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사이의 미국 외교

전 세계 식량 생산과 공급, 분배에 영향을 끼치는 국제 정세가 난관에 부닥친 상황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식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해 놓은 규범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강대국 미국의 선택입니다. 마침 미국이 올해 대통령을 뽑는 선거를 치르고, 선거에 나선 두 후보가 그리는 비전이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에 더 관심이 갑니다. 알렉스 드 발이 원인으로 꼽은 전쟁도, 부정부패도 하루아침에 해결하는 건 불가능한데, 식량 원조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는 미국이 이 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국제적인 규범 자체가 바뀔 수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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