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상하이도 베이징도 '텅텅'…본격화된 중국 경제 침체의 진실

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2024. 3. 18.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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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를 부탁해] -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4개의 D - 이현식 SBS D콘텐츠제작위원
 

성장에는 힘이 필요합니다. 흔들리지 않을 힘, 더 높이 뻗어나갈 힘. 들을수록 똑똑해지는 지식뉴스 "교양이를 부탁해"는 최고의 스프 컨트리뷰터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양인이 되는 힘을 채워드립니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경제가 잘 되면 사람들이 몰려가고 경제가 안 좋으면 사람들이 떠나가잖아요.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멕시코 국경을 통해서 미국으로 불법으로 넘어가서 '우리를 난민으로 받아주세요' 하고 요청해서 넘어간 중국인의 숫자가 2만 2천 명이 넘습니다. 아직 못 넘어가고 멕시코 국경에서 대기하고 있는 중국인들은 더 많겠죠.

이거 하나만 봐도 지금 중국이 예전처럼 많은 사람들한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나라는 아니라는 걸 알 수가 있습니다. 중국 부자들은 부자들대로 어떻게 하면 내 자산을 지키고 밖으로 빼갈 것인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나 홍콩을 통해서 돈을 다른 데로 투자한다든가 일본 아파트를 산다든가 어떻게 해서든지 돈을 가지고 나가려고 애쓰고 있다는 얘기들도 여기저기를 통해서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강의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된 아티클입니다


중국 증시는 침체돼서 지금 반등을 잘 못하는데 경쟁 관계에 있는 인도라든가 일본이라든가 이런 나라들은 지금 증시가 굉장히 활황을 보이고 있잖아요. 물론 증시가 경제 전체를 다 반영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증시가 안 좋은데 그 나라 경제는 좋아 이런 경우는 별로 없어요. 중국 경제를 끌고 가는 힘은 결국은 중국 공산당, 그 정점에 있는 시진핑의 권력이고 정책이거든요. 결국 이런 현상들이 의미하는 바는 거기에 대해서 중국의 경제 주체들이 신뢰하고 희망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거예요.

지금 당장은 약간 어렵지만 우리가 전에 해왔듯이 당의 영도를 따라가면 금방 다시 잘 살게 될 거야 이렇게 생각하는 중국인들이 많으면 몇만 명씩 남미 통해가지고 미국으로 넘어가려고 안 하겠죠. 물론 그 2만 명 3만 명이라는 숫자가 중국 인구에 비하면 얼마 안 되지만 그런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거는 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에요. 중국이 앞으로 잘 될 것 같으면 중국 안에 버티지 왜 그 고생을 해서 몇만 킬로를 여행해가지고 가겠습니까? 자 그러면 중국 당국, 시진핑의 정책이 어떻게 인민들의 신뢰를 잃는 과정을 거쳐왔는가 이걸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정시칭 | 밀입국 시도 중국인
"중국에서는 일을 하고도 월급을 못 받는 경우가 많았어요. 중국 경제가 강하다고 하는데, 잘 사는 사람들이나 누리는 겁니다."
 

중국 경제는 어쩌다 위기에 직면했을까

중국은 2007,8년 서방이 미국 부동산발 경제 위기를 겪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세계 금융이 녹아내리는 사태를 직면하고 '저거는 아닌 것 같다, 저걸 따라가면 우리도 큰일날지 모르니까 나름대로 살 길을 찾자'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부터 중국 내부에 대규모의 투자를 합니다. 서방 한 전문가의 추산에 따르면 미국이 한 150년 동안 은행들이 부동산 대출한 것만큼을 2008년부터 5년 동안 중국은행들이 풀었다고 해요.

어마어마한 돈을 풀어서 중국 내에서 아파트, 도로, 항만, 공항, 철도 이런 것들을 막 짓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합니다. 투자를 통해서 건설을 하고 그 힘으로 경제를 일으키는 패턴으로 계속가요. 그러다가 몇 년 지나면 아무래도 부실도 쌓이고 할 거 아닙니까? 정리하려다가 제대로 못하고 또 경제가 나빠질 것 같으면 다시 돈 풀고 이런 식으로 반복해 왔어요.

그러다가 코로나19가 터집니다. 코로나19가 터졌을 때 다 기억하시죠? 중국이 얼마나 강력하게 셧다운을 했는지. 거의 3년 동안 사람들이 장사를 못하고 회사를 제대로 못 다녔습니다. 사실은 그 기간에 굉장히 많은 가게와 회사들이 망했다고 그래요. 미국 같은 경우는 그렇게 망하지 않도록 돈을 엄청나게 풀었죠. 물론 그 효과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생겨서 지금도 고생하지만 아무튼 망하지 않도록 미국은 돈을 풀었고 중국은 돈을 풀지 않았습니다. 풀지 않은 이유는 뭐 나름대로 또 말이 돼요. 14억 인구한테 그 돈을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서 풉니까? 또 무슨 기준으로 그걸 다 따져가지고 돈을 주겠어요? 그러니까 못 했는데 이제 악순환이 생기죠. 지어놓은 집을 사지를 못해요. 부동산 회사가 망해요. 그러면 거기에 사람들이 자기 돈 벌어서 집어넣었던 것들이 또 묶여요. 경제가 점점점점 안 좋아지는 거죠.


그런가 하면 부동산과는 관계가 없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섹터들이 있습니다. IT, 사교육, 엔터 이런 것들은 또 시진핑 주석의, 공산당의 방침에 잘 안 맞는다고 그래서 단속을 당합니다. 젊은 사람들이 취직할 데가 없어요. 전부 배달하러 가고. 이런 식으로 경제가 나빠지는데 한 나라의 경제가 그렇게 나빠질 때 보통 탈출구를 어디서 찾나요? 나라 밖에서 찾죠. 밖에서라도 장사가 되면 그 돈이 들어와서 나라 경제를 내부적으로 회전을 시켜줄 거 아닙니까?

그런데 코로나 3년을 생각해보면 중국은 오히려 그때부터 중국 상품의 가장 큰 구매자, 미국 유럽하고 사이가 본격적으로 나빠지기 시작합니다. 코로나19 퍼지니까 당시에 트럼프가 '중국 바이러스' 막 이러고 욕을 하죠.
 
트럼프 | 전 미 대통령
"우리는 보이지 않는 적과 맹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바로 '중국 바이러스'입니다. 우리는 이 전염병을 세계에 퍼뜨린 나라에 반드시 책임을 지워야 합니다. 중국입니다."

중국은 거기에 맞서 싸웁니다. 처음에는 숨겼다가 그다음에는 '미국이 만들어서 우리한테 준 거 아니야?' 이러고 막 또 치받고 싸웠어요.
 
시진핑 | 중국 국가주석
"코로나 사태를 정치화하거나 낙인을 찍으려는 시도를 거부합니다. 바이러스는 퇴치될 것이고, 인류는 이 전쟁에서 이길 겁니다."

2020년대 들어와 가지고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하는데 중국은 러시아 편을 듭니다.
 
왕원빈 |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러 협력에는 상한선이 없고, 우리가 평화를 쟁취하려 하는 것에도 상한선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미국 유럽하고 갈라지기 시작하고 그때부터 서방에서는 디커플링 디리스킹 이런 말들이 마치 정책 서클의 유행어처럼 막 나오기 시작하죠. 그러니까 내부적으로도 경제가 나쁜데 외부 세계하고도 갈등을 빚습니다. 그러니까 이제 중국 경제는 대체 어디서 성장과 회복의 활력을 찾느냐... 참 지금 난감한 그런 상태가 돼 있는 겁니다.

외부 세계와도 사이가 나빠지니까 벌어지는 현상이 뭐냐 하면 중국 내에 있어야 할 수출 기업들이 못 견디고 나갑니다. 중국산 물건들을 미국이 직접 잘 안 사주려고 하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요? 인도를 가든가 베트남을 가든가 또 많은 경우에 멕시코를 갑니다. 멕시코는 미국하고 자유무역협정이 돼 있거든요. 그런 나라에 가서 물건을 만들어서 미국에 수출을 해요. 물론 그러면 일부는 그게 또 중국의 실적으로 잡히겠지만 그런 회사들이 중국 안에서 사람들을 고용해서 생산하는 것과는 차이가 크겠죠. 그다음에 중국 기업들은 그렇게 나가는데 중국으로 들어오는 투자는 또 급감해요. 그래서 2023년에 보면 그 전해에 비해서 중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82% 감소합니다. 3분기를 보면 처음으로 마이너스가 나요. 들어온 돈도 있지만 외국인들이 회수해서 나간 돈을 따져보면 나간 돈이 더 많았다는 거예요, 3분기에.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겁니다.

시진핑에게 '경제 살리기'는 두 번째

리창 | 중국 총리 | 3월 5일 양회
"목표는 GDP 성장 5% 안팎, 새 도시 일자리 1,200만 개 이상 창출, 도시 실업률 5.5%입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지금 한 5% 정도 돼요. 이게 우리보다 높죠. 높은데 숫자는 항상 맥락이 중요합니다. 얼마를 하다가 5%가 되느냐, 누가 5%가 나오느냐가 중요해요. 우리가 5% 나오면 굉장한 고성장입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는 원래 7% 밑으로 떨어지면 안 되는 경제라고 했던, 그런 폭발적인 성장을 하던 경제거든요. 그 경제가 지금 여러 가지 방법으로 통계를 만져서 간신히 5%를 맞추고 있다는 겁니다. 그 성장 자체도 국유 기업들이 만들어내고 있다는 건 실제 중국 인민들이 경험하고 있는 경제는 그보다 훨씬 나쁘다는 걸 얘기해주는 겁니다.

Q. 중국 인민은행이 경제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 대출금리와 예금금리를 내렸다고 들었는데 이게 중국 경제를 살리는 데 효과가 있을까요?

보통은 경제가 어려울 때 금리를 내리고 그러면 돈이 풀려나가면서 경제가 좀 좋아진다고들 하죠. 우리도 그렇고. 미국이 대표적으로 그런 방법을 잘 쓰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그렇게 금리를 내린 걸 가지고 지금까지 말씀드린 중국 경제가 돌아서겠느냐? 저는 그러기에는 역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위기에 몰려 있는 부동산 기업들이라든가 이렇게 망하지 않게 하는 데는 도움될 수 있을 거예요. 하지만 중국 경제의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반전시킬 만큼이 되겠나 그렇게 보기에는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고 실제로 서방에 많은 전문가들이 그렇게 얘기를 합니다.

그리고 경제가 안 좋을 때 금리를 내려서 돈을 풀려면 우리가 청소할 때를 생각해보면 돼요. 청소해서 벗겨내야 할 오물이 이렇게 있으면 물을 졸졸졸 부어서 그게 씻겨나갑니까? 확 부어야죠, 일단. 근데 돈도 그렇거든요. 미국이 경제가 안 좋을 때 돈 푸는 걸 보면 나중에 수습을 어떻게 하든 간에 일단 확 붓습니다. 그렇게 해서 상황을 바꿔놓고 그 부작용을 수습을 해요. 그런데 중국은 지금 이미 부채 문제가 심각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돈을 풀긴 하는데 상당히 조심스럽달까 좀 그런 식으로 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부동산 업체들의 도산 사태라든가 이런 게 경제 전체의 위기로 번지지 않는 정도로만 하는 거지, 중국 사람들이 다시 돈을 가지고 소비를 해서 민간 수요를 늘릴 수 있을 만큼 풀지는 않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중국 사람들이 지금 집을 못 사고 있는 이유는 금리가 높아서가 아니거든요. 경제에 대해서 확신을 못하기 때문이에요. 5년 뒤 10년 뒤에 내 소득이 더 늘고 더 잘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면 사람들은 빚을 내서 집을 삽니다. 그런 확신이 없으면 집을 못 사요. 지금 중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는 시진핑 주석이 정치를 이대로 가면 중국 경제가 크게 달라질 일이 없겠다고 생각을 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도 못하고 어쩌다 돈이 생기면 있는 빚을 갚거나 움켜쥐고 있는 거예요. 이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면 중국 경제가 확 돌아서기는 어렵습니다.

시진핑의 국가운영에서 내수를 활성화하고 소비를 일단 진작시키자 이게 단기적으로 국정목표 1번일까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지금 시진핑 머릿속에는 여전히 미국과의 전략 경쟁, '반도체 키워야 되는데, AI 이걸로 미국을 어떻게 이겨야 되는데, 타이완 통일 이거 어떻게 하지?' 이게 지금 더 머릿속에 큰 과제로 인식돼 있지. '사람들한테 쓸 돈을 마련해 줘서 경제가 빨리 돌아야 되는데' 그게 안 되면 민심이 나빠질 테니까 걱정은 하겠죠. 그러나 그걸 우선순위에 놓고 다른 정책들을 조정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예를 하나 찾자면 지금 중동에 예멘 후티 반군이 막 해상운송 선박들 공격해서 난리나고 있잖아요. 미국이 해군 보내가지고 그 후티를 공격하지만 실제로 그 지역 상황 때문에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유럽이에요. 유럽이 왜 피해를 보냐 중국에서 물건을 사오는데 그 중심 루트에 후티가 자리 잡고 있는 겁니다. 그래서 중국 기업들이 물건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 식으로 생각하면 그러면 당장 정부가 나서가지고 해결해야 되잖아요. 안 합니다. 이란한테 슬쩍 '야 너네가 후티한테 말 통하니까 너무 그러지 말라고 그래' 이렇게 돌려가지고 한번 얘기를 했어요. 왜냐하면 지금 중국 공산당이 볼 때 그 후티가 벌이고 있는 해상 사태는 국제 정치적으로 미국을 곤란하게 하는 일이죠. 그게 더 중요한 거예요. 중국 기업들이 지금 수출을 해서 돈을 빨리빨리 버는 것보다는 그게 더 중요하니까 가만히 있는 거예요.


이런 식으로 중국의 정책들을 보면 민간 수요를 빨리 늘리기보다는 미국과의 전략 대결, 타이완 통일 이런 거를 더 상위에 놓고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는 그런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런 사실을 중국 인민들이 누구보다 잘 알겠죠. 몸으로 느끼고 있겠죠. 그러니까 지금 이런 상태로 간다면 경제가 크게 달라질 일은 아마 없지 않겠는가라는 것들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 경제가 돌아서려면 결국은 시진핑 주석의 기존 국정운영 방침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비판, 반성 이런 게 있어야 되잖아요. 그걸 시진핑 주석이 스스로 할 수가 있을까요? 쉽지 않다고 봅니다.

그리고 중국 경제도 옛날처럼 아주 저임금 노동만 가지고 돌아가는 경제는 아니란 말입니다. 우리가 경험을 해봐서 알지만 경제가 그런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커나가려면 그때부터는 자유, 창의 이런 것들이 막 풀어져야 돼요. 지금 중국은 그렇지가 않죠. 오히려 단속을 하고 외국과의 교류를 막습니다. 결국은 시진핑 주석의 정책에 대한 어떤 신뢰와 확신의 부족, 그런 것들이 소비 부족으로 나타나는 거고 경제지표로는 물가의 침체로 나타나는 겁니다. 중국은 현재 그런 트랩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4개의 D


"중국 경제를 짓누르는 4개의 D가 있다" 이런 얘기를 포린폴리시라는 시사 전문지에서 한 적이 있습니다. 네 개의 D가 뭐냐 하면, 첫 번째는 Debt 부채입니다. 부채, 채무. 그다음에 Demand 수요. 중국 경제에 지금 수요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아까 말씀드렸죠. 그다음에 Demographics 인구 문제. 마지막 D, Decoupling 디커플링. 서구에서 중국에 투자도 안 하려고 하고 중국 물건을 웬만하면 안 사려고 하는 이 문제. 그래서 이 4가지 D가 지금 중국의 경제 회복을 가로막고 짓누르고 있는 요인들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현식 D콘텐츠 제작위원 hyunsik@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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