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감동’이 없었다면 ‘공감’이라도 챙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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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큰 기대감은 없었지만, 총선을 앞둔 두 거대 정당의 공천 작업이 얼렁뚱땅 멋쩍게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다수 현역 의원을 재공천해 '그 술을 그 부대'에 담으며 '조용한 공천'이라고 자찬까지 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두 정당 모두 국민의 마음 따위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는 듯이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운 공천에 매몰돼 유권자가 보고 싶어하는 감동을 아주 과감하게 그리고 멋없이 걷어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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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처음부터 큰 기대감은 없었지만, 총선을 앞둔 두 거대 정당의 공천 작업이 얼렁뚱땅 멋쩍게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다수 현역 의원을 재공천해 '그 술을 그 부대'에 담으며 '조용한 공천'이라고 자찬까지 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야당인 민주당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들으며 여러 마찰음과 함께 '시끄러운 공천'으로 홍역을 치렀다.
조용했든 시끄러웠든 간에 중요한 것은 누가 더 국민의 마음을 움직였느냐일 텐데, 그런 점에서 보면 어느 쪽도 좋은 점수를 받기는 어려울 듯하다. 한마디로 말해 '감동'도 없고 '실속'도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시스템 공천이라면서 '여성 공천 30%'라는 약속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물갈이가 있었어도 물갈이로 느껴지지 않고, 중량급 신인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이번 양당 공천의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두 정당 모두 국민의 마음 따위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는 듯이 자신들의 이익을 앞세운 공천에 매몰돼 유권자가 보고 싶어하는 감동을 아주 과감하게 그리고 멋없이 걷어차버렸다. 공천에 대한 불만은 국민이나 상대편뿐만 아니라 당 내부에서도 쏟아졌다. 국민의힘에서는 막바지에 공천을 통과한 일부 인사들이 도마에 오르면서 "이것이 시스템 공천이면 《파묘》는 오컬트 무비가 아니라 구조주의 영화" "민주당은 공천을 찢고 우리는 공천을 누르고"(김웅 의원) 등의 비판이 나왔다. '친명(친이재명)계 위주 공천' 논란에 시달린 민주당에서는 "어떤 비판도 허용하지 않고 오로지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가겠다는 선전포고"(홍영표 의원) 같은 반발이 이어졌다.
둘 다 시원찮긴 하지만 그래도 좀 더 눈길이 쏠리는 쪽은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다. 정권심판론이라는 유리한 바람을 등에 업고 출진한 상황에서 그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한 공천으로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 비해 현역 교체가 많아 상대적으로 더 이목을 끈 탓도 있겠지만, 일부의 평가대로 '비이재명계' 인사들의 공천 탈락이 많았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권력자 등 강자를 향해, 혹은 불의한 상황에 대해 주저없이 던지는 '사이다' 발언으로 대중의 인기를 획득해온 정치인이다. 그런 정치인이 거대 정당의 권력자가 된 이후에는 그 권력을 지키는 데 급급하면서 예전 '사이다'의 거품을 스스로 빼버렸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공격할 기회를 만들어내는 대신 공격당할 빌미를 자주 제공함으로써 거꾸로 여당의 공세에 대응해야 하는 수비적 위치로 내몰렸다는 것이다. 그 탓인지 그동안 앞서있었던 민주당의 지지율도 영향을 받아 출렁거리고 있다. 선거의 3대 요소인 구도, 이슈, 인물 가운데 '구도'에서 이미 불리한 상황에 들어선 것이다. 지난 호 시사저널이 커버스토리에서 분석한 대로 이전까지 야당 우위로 점쳐졌던 수도권 지역 판세도 예측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바뀌었다. '이슈' 측면에서도 현재진행형인 '이종섭 전 장관 호주대사 임명'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제외하고 상당수의 쟁점이 양당의 공천 과정을 거치는 동안 묻히거나 희석된 상태다.
이제 남은 요소는 '인물'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누가 얼마나 더 유권자의 마음을 끄는 정책을 제시하는지, 누가 더 진실돼 보이는지, 누가 더 주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에 따라 향후의 판도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것을 가를 핵심 변수는 바로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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