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03] 의사 앞에 선 환자
“시간, 시간이 다 된 건 알아요/ 하지만 자꾸 슬픈 생각들이 엄습하고 멈출 수 없다면 어떡하죠/ 제가 왜 이렇게 허무한 지 진단이라도 좀 내려주세요/ 제발 처방만 내려주시면 무조건 따른다고 약속할게요(Time, I know we’re out of time/ But what if sad thoughts come and I can’t stop it/ To give me some diagnosis of why I’m so hollow/ Please give me instructions, I promise I’ll follow).”
주치의 앞에 선 환자는 절박하다. 그리고 한마디라도 더 듣고 싶다. “나아지고 있다고 말씀하시는데 왜 난 나아지는 기분이 안 들까요(You say that I’m better, why don’t I feel better)?” 이렇게 반문하기도 한다. 애덤 멧, 잭 멧, 라이언 멧(팀명인 AJR은 이 삼형제의 이름 앞글자들을 따와서 만든 것이다)으로 구성된 뉴욕 출신의 이 트리오는 정신과에서 상담 중인 환자의 불평과 불안을 그대로 가져와 숨 돌릴 틈 없이 속사포처럼 뱉어낸다.
의대 증원을 두고 대한민국의 정부와 의료계가 대치하고 있는 동안 독일에서도 의사들이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을 이슈로 파업을 벌이고 있다는 외신이 도착했다. 독일 의사 노조는 대학 병원 의사 2만명을 대신해 임금 12.5% 인상과 특근수당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물론 독일과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그러나 이 갈등의 본질은 거의 동일하다. 의료의 공공재적 성격과 의료계 개인 및 집단의 이익 실현 사이 대립이다. 따라서 조정자로서의 제3자(정부)의 역할은 필연적이며 힘의 논리로 해결될 문제는 결코 아니다. 이 갈등의 가운데엔 환자가 있기 때문이다.
멧 삼형제는 이렇게 노래를 마감한다. “우주는 항상 신비로운 방식으로 돌아간다지만/ 나한텐 그렇게 돌아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의사 선생님, 제가 착하게 살아야 될까요(The universe works in mysterious ways/ But I’m starting to think it ain’t working for me/ Doctor, should I be good)?” 환자는 언제나 절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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