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뒤가 더 기대되는… 민주·공화 여걸, 서울에 떴다 [UPDATE 2024]
휘트머, 화장품 가게 찾고 동문회 참여
샌더스, LG트윈스 유니폼 들고 활짝
尹대통령, 외교 장관 등 환대
안녕하세요. 지난 12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했습니다. 공화당은 7월 밀워키, 민주당은 8월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기술적인 절차만 남은 상태인데요. 1912년 이후 112년 만이라는 전·현직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이제 시작됐습니다. 대선까지 8개월이 남았는데 현지에선 “또 바이든과 트럼프냐” “차라리 지금 투표하자”는 여론의 피로감(?) 같은 게 조금 느껴지기도 하네요. 열두번 째 시간인 오늘은 바이든도 트럼프도 아닌, 두 명의 여성 주지사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이들이 최근 서울을 찾았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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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휘트머, 광폭 경제 행보… “두 딸과 함께 오고 싶었는데”
그레첸 휘트머(53) 미시간 주지사는 지금 미국 진보 진영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정치인 중 한 명입니다. 혹자는 바이든의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도 인기가 많다고 하는데요. 그래서인지 바이든의 ‘고령 리스크’가 부각될 때마다 바이든·해리스의 대안으로도 꾸준히 거론됐습니다. 지난 5일 ‘수퍼 화요일’ 경선 때 버지니아 한 투표소에서 만난 민주당원들은 “휘트머 같은 사람들이 출마해서 경선을 흥행시켜야 했다”고 토로하더군요. 휘트머는 부모가 모두 미시간주 주장관을 지낸 ‘미시간 토박이’인데요. 주 하원에서 3선, 상원에서 2선을 거쳐 2018년 주지사에 당선돼 재선까지 성공하며 전국구 정치인으로 거듭났습니다.
대선에서 총 15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미시간은 2020년 바이든과 트럼프의 표차가 3% 포인트 미만이었던 경합주입니다. 지난달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 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일변도 정책이 불만인 아랍계 유권자들이 조직적 반대 운동을 벌이며 ‘지지 후보가 없다(uncommitted)’라고 써낸 표가 전체의 13%나 됐는데요. 이 때문에 바이든 캠프가 비상이 걸린 상황입니다. 휘트머가 ‘특명’을 받아 아랍계 시민사회와 접촉해 이들을 달래고 있다고 하네요. 미시간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아랍계 유권자들이 살고 있는데 전체 주민의 약 2% 정도 된다고 합니다. 이들이 본선에서 똘똘 뭉쳐 상대 후보를 찍거나 투표장에 나오지 않는다면 선거 결과를 좌지우지할 수도 있게 되는거죠.
휘트머는 방한(訪韓) 기간 경제·산업 분야에 집중된 행보를 보였습니다. 미시간은 미국 내에서 배터리 생산·개발의 3분의 1이 이뤄지고 있는 이 분야 메카라 할 수 있는데요.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실트론 등 국내 굴지의 배터리 기업 관계자들과 두루 만났습니다.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4′ 박람회에도 얼굴을 비쳤는데 그야말로 광폭 경제 세일즈 행보를 보인 것이지요. 7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도 “한국 기업의 투자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며 전기차, 배터리 등 경제 안보 분야 협력 강화 의지를 전달했다고 하네요.
특히 휘트머를 가장 크게 환영한 건 김동연 경기지사였습니다.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 출신인 김 지사는 자리에서 내려온 이후인 2019년 미시간대에서 초빙 석좌교수로 있었고, 지난해엔 도지사로 미시간을 찾아 휘트머와 만나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이 1년 만에 재회를 한 건데요. 휘트머가 “K팝, K뷰티에 관심이 많은 두 딸과 같이 오고 싶었다”는 아쉬움을 얘기했다고 하네요. 휘트머는 바쁜 일정을 쪼개 국내 미시간대 동문들이 모이는 네트워킹 파티에도 참석했습니다. 본인이 직접 촬영한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는데, 활짝 웃으며 “고 블루(GO Blue)!”라고 외치는 모습에서 ‘찐행복’이 느껴졌습니다.
◇ ‘트럼프의 입’ 샌더스… “삼성TV 보고, 현대차를 타고, LG세탁기로 빨래”
휘트머의 방한 불과 며칠 뒤에는 사라 허커비 샌더스(42) 아칸소 주지사가 한국을 찾습니다. 1기 트럼프 정부 때 백악관 대변인을 지내 우리 대중에게도 익숙한 얼굴이죠. 대통령의 뜻에 너무 충실한 ‘로열리스트’인 나머지 언론과의 불화도 마다하지 않는 전투적인 모습을 종종 보였는데요. 40대 초반이지만 조금 더 성숙해지고 예전보다 한결 부드러워진 것 같습니다. 지난해 1월 부친인 마이크 허커비(1996~2007년 재임)에 이어 인구 약 300만명의 아칸소 주지사로 취임했는데, 여성으로는 최초입니다. 아칸소는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이 주지사로 있던 곳이기도 하죠. 이런 배경과 더불어 공화당 정치인 중 흔치 않은 ‘40대 초반 여성’이란 점 때문에 본인은 고개를 젓지만 트럼프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부통령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습니다.
샌더스가 무역협회(KITA)를 찾아 한 연설을 들으면 한국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느껴집니다. 과거 트럼프를 수행해 여러 차례 한국을 찾았다는 샌더스는 이번 방한에 대해 “과거와 다른 측면에서 한국을 볼 수 있는 유익한 기회”라고 했습니다. 아칸소 주도(州都)인 리틀 록에 6000명의 참전 용사를 기리는 6·25 전쟁 기념비가 있다는 사실을 언급 했고요. (샌더스는 방한 기간 아칸소 출신으로 국내에 복무하고 있는 미군들과도 만남을 가졌습니다.) “많은 아칸소 사람들이 매일 밤 소파에 앉아 삼성 TV를 보고, 현대 또는 기아차를 타고 출근을 하고, LG 세탁기로 빨래를 한다”며 한국 기업들에 대한 친근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메세지는 따로 있었습니다. 1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예방한 뒤 샌더스는 “한미 협력이 중국 공산당에 맞설 핵심(key)”라는 감상평을 남겼는데요. 이어 찾은 일본에서도 램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와 만나 ‘미국 안보에 있어서 미·일 동맹의 역할을’ 주제로 30분간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이매뉴얼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고, 바이든과도 가까운 민주당 사람. 정파(政派)를 넘어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웃을 정도로 공감대가 컸다고 하는데요. 샌더스는 “중국은 우리의 가장 큰 위협이고 당파적 이슈가 아니다” “유익한 웃음을 나누고 컨센서스(의견 일치)를 볼 수 있어서 유익하다”라고 했습니다. 한국도 미국도 동맹이 중요하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지만, 지금 미국의 주요 관심사(중국 견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상징적 장면이라 생각됩니다.
미국에서 쏟아지는 뉴스들을 보고 있으면 이름이 잘 알려진 공화당·민주당의 거물 정치인이라고 하더라도 한반도, 특히 한국에 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거나 아예 문외한이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 한 행사장에서 만난 모 하원의원은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물으니 “솔직히 말해서 내가 아직 답변을 줄 정도로 준비돼있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말하더군요. 지금 워싱턴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민관 할 것없이 바이든·트럼프에 줄을 대려는 움직임이 한창인데요. K스트리트에 있는 굴지의 로펌, 컨설팅 회사들이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고객들로 미어터지고 있다고 하네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두 여성 정치인. 이번 방한으로 좋은 기억만 남겼기를 바라며 우리도 전도 유망한 이 정치인들과 관계를 다지는 좋은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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