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향칼럼] 새로운 ‘나’를 찾는 길, 메타노이아
무미건조함·외로움 견디다가
우연 같은 운명 맞아 삶이 변해
그래서 살아볼만한 가치 있어
산수유가 피어나 세상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봄이다! 또 언제 한파가 몰려와 이 봄기운에 상처를 낼지 모르지만 안동 가는 길, 지금 본 저 봄에 미소가 생긴다. ‘계절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할 일은 충분하다’고 했던 소로가 생각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모두 너무 바빠서 자연에서 왔다는 사실도, 자연을 감상할 방법도 모른다. 미래를 위해 정신을 놓고 바쁘게 사는 일, 바쁘게 나를 추동하는 것은 제정신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원래 부처님은 불교라는 종교를 만들지 않았다는 조성택 교수의 지적도 신선했다. 예수가 기독교를 만들지 않았고 부처가 불교를 만들지 않았는데 그들의 정신으로 돌아간다면 종교의 벽을 넘어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경 스님은 틈날 때마다 성경을 보며 예수의 통찰력을 배운단다. 그는 종교를 떠나 함께 모여 탁마하다 보면 서로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예수는 없다’의 저자 오강남 교수는 성경이 회개라고 번역한 ‘메타노이아’(Metanoia)에 주목했다. 그리스어 메타노이아는 윤리적인 것이 아니라 삶을 완전히 바꾸는 전인격적인 의식의 전환이란다. 그럴 것이다. 신은 선악으로 인간을 통제하지 않을 테니. 오히려 메타노이아는 세상의 편견과 선입견으로 스스로 묶은 포박을 푸는 힘일 것이다. 그 메타노이아는 어떻게 일어나는가?
바울처럼, 프란체스코 성인처럼 어느 날 이해도, 설명도 되지 않는 존재의 빛에 스스로 동화되어 그동안 ‘자기’라 믿어왔던 가짜 자기가 소멸됨을 경험하고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룬 삶도 있지만, 그런 극적인 전환은 추구의 대상일 수는 없다. 대부분의 우리는 단조롭고 무미건조하게 사회를 견디며 외로움을 견디다 어느 날 문득 우연처럼 보이는 마음속 작은 열정을 따라가다 메타노이아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에 오 교수가 소개한 인물 중에 라이먼 파니카(1918∼2010)가 그런 인물이었다.
로마 가톨릭 사제였던 그는 사제의 자격으로 인도에 가서 다양한 종교를 접하고 마음을 열었다. 그는 이런 고백을 했단다. “내가 유럽을 떠날 때는 그리스도인이었는데, 인도에 가서는 힌두교인임을 발견하고, 돌아올 때는 불교인이었다. 그렇지만 한시도 나는 그리스도인임을 그만둔 적이 없다.” 나는 생각한다. 파니카의 인도 시간은 헛되이 지나간 시간이 아니라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시간이었을 거라고.
봄이 오듯 모든 일은 때가 되면 일어나는 것 같다. 그 ‘때’는 기대하거나 추측하는 방식을 깨고 나타난다. 파니카 사제도 인도에 가기 전 그 신성한 경험을 미리 예측하거나 기대했을 리 없다. 그것은 운명적인 것이었을 것이다. 운명이 ‘나’를 불러 세울 때 사실, 내가 보호장치라 생각했던 것, 내가 기댔던 것은 그냥 운명의 바람에 쓸려가고 그 자리에서 새로운 눈을 뜨고 귀가 열리는데, 메타노이아는 거기에 있다. 그래서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이주향 수원대 교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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