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수도권 위기론' 진화 나섰다…이종섭·황상무 처리 압박

한상희 기자 2024. 3. 1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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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문제 없다" 입장에도 이종섭 즉각 소환·귀국 요구
'기자 회칼 테러' 황상무 발언 논란에 "스스로 거취 결정하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3.1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2대 총선을 3주가량 남겨두고 여권 안팎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재부상하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칼을 빼들었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와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발언이 정권심판론에 고삐를 당기는 양상을 보이자, 대통령실의 결단을 촉구하며 용산과 각을 세운 것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사에 대해 "총선을 앞두고 정쟁을 해서 국민들께 피로감을 드릴 만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공수처는 즉각 소환을 통보하고, 이 대사는 즉각 귀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때 채 상병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지난해 9월 공수처에 고발된 피의자 신분이다. 지난 4일 호주대사에 임명된 이 대사는 7일 공수처에서 4시간 가량 조사를 받고 10일 호주로 출국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 대사 사태를 고리로 연일 '정권심판론'을 띄우자 한 위원장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휴일인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이종섭 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여기에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조국혁신당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총선 변수로 등장했고, 민주당이 공천 내홍 끝에 전열을 가다듬고 있는 점도 국민의힘의 위기감을 키웠다.

한 위원장은 이날 첫 선거대책위원회 비공개 사전 회의에서도 이 대사 문제와 관련해 대통령실에 어떤 이야기를 전달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대통령실은 국민의힘 일각에서 제기된 이 대사 임명 철회 요구에 이 대사 임명이 문제가 될 것이 없으며 임명 철회 역시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통령실의 이러한 태도가 수도권 표심에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오자, 한 위원장이 다시 각 세우기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이날 황 수석을 향해서도 거취 결단을 압박했다. 앞서 황 수석은 지난 14일 일부 기자와 사석에서 과거 군인들이 군과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쓴 기자를 습격했던 사건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그는 문제의 발언에 대해 "부적절했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발언이고 본인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셔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는 이 대사와 황 수석 문제가 수백, 수천표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민심에 악영향을 줬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은 정책과 이슈에 따라 지지 정당이 달라지는 중도층·부동층 유권자가 많아 부정적인 이슈가 터질 경우 더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수도권 험지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는 "그런 논란이 있는데 좋아하는 사람이 있겠나"고 반문하며 차가운 민심을 전했다.

실제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서울 지지율은 일주일새 15%포인트(p) 빠졌고,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8%p 올랐다. 정치권에선 선거를 20여일 앞두고 일종의 경고장이 날아왔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런 위기감을 반영한 듯, 이날 여권에선 계파를 불문하고 이 대사와 황 수석 문제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기 성남 분당을에 출마하는 친윤(윤석열)계 김은혜 전 홍보수석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종섭 즉시 귀국, 황상무 자진사퇴가 국민 눈높이"라고 썼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김웅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표 앞에는 장사 없다. 그러게 정작 외국에 보내야 할 분은 안 보내고 왜 이종섭을 외국 보내나"고 지적했다. 그는 이 대사를 향해 "제가 국회에서 부끄럽다고 말씀드린 것 기억하시죠? 지금은 더 부끄럽다"고 일침을 가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최근 YTN라디오에서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총선에서 승기를 잡았던 것 중에 하나가 한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차별화했기 때문"이라며 "지금 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막말 발언이나 이 대사 출국 논란 등 여권의 여러 가지 난맥상을 빨리 정리한다면 국민의힘에 유리한 선거 구도로 다시 복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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