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평일·낮·오프라인’…주총 참석 포기하는 주주들
물리적으로 참석 어려운 경우 많아
‘대안’ 전자주총, 2026년 개시 전망
서울 성동구에 사는 회사원 김모씨(58)는 올해 주주총회(주총)에 참여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평일 근무 특성상 시간적으로 주총 참여가 어렵기 때문이다. 김씨는 “연차를 쓰고 발품을 들여 가야 한다는 건데 그 정도의 효용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주식회사의 주인은 주주라고 하지만,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좁다. 전자투표가 확대되면서 의결권 행사는 그나마 쉬워졌지만, 물리적으로 주주들의 주총 참석을 제약하는 요인이 여전히 많아서다.
850개. 오는 28일 열리는 주총(12월 결산 법인 중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상장사)의 수다. 하루에만 전체 상장사 가운데 3분의 1(32.6%)의 주총이 열리는 것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와 코스닥협회는 사전에 주총 집중 예상일을 제공해 주총일 분산을 유도한다. 올해는 3월22·27·29일에 주총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각 기업이 이 날짜를 피하려다 보니 오히려 28일에 주총이 몰리게 됐다.
지리적 여건도 주총 참여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상법 제364조는 주총을 ‘기업의 본사나 그 인근에서’ 열도록 규정한다. 본사의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경우 주총 참여는 더 어려워진다. 카카오는 28일 제주 사옥에서 주총을 여는데, 카카오 주식의 60.7%(지난해 9월 기준)를 소유한 소액주주들은 비행기를 타야 주총장에 발을 들일 수 있다. 어렵게 주총장에 도착하더라도 장소가 좁아 주총장에 들어갈 수 있는 주주는 일부에 불과하다.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온라인으로 주총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전자주총이다. 일본의 경우 2021년 6월부터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주총을 여는 것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전자주총 도입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달 초 전자주총 전담조직을 신설한 한국예탁결제원은 내년 안에 전자주총 시스템 개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물리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어 주주의 경영 참여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전자주총 시행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지난해 10월 발의했다.
다만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더라도 상장사들이 주총에서 정관을 개정해야 실제 도입이 가능하다. 예탁결제원은 2026년부터 전자주총이 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으로만 주총을 진행할 경우 오히려 주주의 접근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경우 전자주총 참여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경민 기자 kim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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