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공격, 투표소 시위…반발 커지는 ‘푸틴 5선 대관식’

선명수 기자 2024. 3. 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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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대선 마지막 날…“모스크바 등서 드론 35대 격추”
무장세력 공격도 이어져…투표지 훼손 등 소란 발생
푸틴 사진 걸린 우크라 도네츠크주 투표소 러시아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에 거주하는 유권자가 러시아 대선 투표 이틀째인 16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 있는 투표소에서 투표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5선이 유력해 ‘현대판 차르(황제)의 대관식’이라 불리는 러시아 대선이 치러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접경지역 등을 공격했다. 러시아 곳곳에선 투표용지 훼손과 방화 시도 등이 이어졌다. 선거 마지막 날에는 지난달 사망한 반정부 활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지지자들이 투표소 앞에 줄 선 채 조용한 시위를 벌였다.

사흘간 치러지는 대선 마지막 날인 17일(현지시간) 러시아 국방부는 수도 모스크바 지역 4대,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 17대, 6개 다른 지역 14대 등 우크라이나 드론 35대를 방공 시스템을 가동해 격추했다고 밝혔다. 크라스노다르 당국은 “드론 하나가 추락해 슬라뱐스크 정유소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전날엔 서부 벨고로드주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2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2㎞ 떨어진 글로토보 마을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이 차량을 공격해 5명이 다쳤다. 같은 날 국경에서 약 725㎞ 떨어진 러시아 사마라 지역에 위치한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의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화재가 발생했다.

푸틴 정권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기반 무장세력들의 공격도 이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 16일 우크라이나 수미 지역에서 국경을 넘어 러시아 영토로 진입하려는 “우크라이나 사보타주 단체”의 공격을 저지했으며, 교전 과정에서 30명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러시아 본토를 공격했던 ‘러시아 자유군단’ ‘러시아 의용군단’ ‘시베리아대대’ 등 3개 무장단체는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자유군단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벨고로드 군사기지를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벌이겠다며 주민들에게 대피를 촉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벨고로드 상공에서 로켓 15기를 격추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밝혔다. 러시아 의용군단도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국민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면서 러시아 군인 25명을 체포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이 러시아가 통제 중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주 투표소에 투표 시작 전 포탄을 투하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가 일방적으로 병합을 선언한 점령지역에서 실시되는 선거가 불법이라며 이를 무효로 간주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대선 첫날인 지난 15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접경지를 공격하며 대통령 선거를 방해하려고 했다”면서 “이런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넘어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경고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오데사의 주거지역을 미사일로 공습해 최소 21명이 사망하고 70명이 다쳤다.

러시아 투표소 곳곳에선 산발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이틀간 투표함에 잉크 등 각종 액체를 쏟아부어 투표용지를 훼손하려고 한 사건이 20건 발생했으며, 투표소 방화와 연막탄 투척 시도도 8건 있었다고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 같은 행위를 저지른 사람들은 반역죄로 20년형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는 17일 대선과 관련해 13개 도시에서 47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투표소에서 시민들이 안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투표함에 기표한 투표용지를 넣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부실한 선거 관리도 논란이 되고 있다.

투표 마지막 날인 17일 정오 러시아 곳곳의 투표소 앞에는 지난 6일 나발니의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가 야권 지지자들에게 ‘푸틴에 반대하는 정오’ 시위에 동참을 호소한 데 따라 많은 사람들이 나타나면서 긴 줄이 생겼다고 BBC가 전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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