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소득층서 증가한 사교육비…저소득층일수록 부담 더 커져
300만원 미만은 18만3000원
“저소득층 교육 지원 강화해야”
소득 수준이 낮은 부모들도 자녀 교육에는 아끼지 않고 지갑을 열지만, 고소득·고학력 부모와의 사교육비 격차는 최근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사교육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교육부·통계청이 공개한 ‘2023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보면, 지난해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는 1인당 18만3000원으로 전년보다 3% 늘었다. 지난해 부모가 경제활동을 안 하는 가구의 사교육 참여율(44.3%) 또한 전년 대비 2.6%포인트 증가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지난해 1분기 소득 하위 20%의 중·고등학생 자녀가 있는 가구의 월평균 학원·보습 교육비 지출은 48만2000원이었다. 식비(48만1000원)나 주거비(35만6000원)보다 사교육비 지출이 많았다.
따라서 소득에서 사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저소득층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김현철 성균관대 교수의 연구 ‘상대적 빈곤층의 사교육비 지출규모와 변화추이’(2019년)를 보면, 상대적 빈곤층에서 사교육에 들어가는 절대액은 적었지만 소득 대비 사교육비 비중은 가장 높았다. 중·고교 1학년, 고교 3학년에서 상대적 빈곤층의 소득 대비 사교육비 지출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 더 많은 사교육비를 쓰는 기조도 이어졌다. 특히 월 8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는 학생 1인당 월평균 67만1000원을 사교육비로 썼다. 소득 300만원 미만 가구(18만3000원)의 3.6배에 달하는 규모다. 바로 아래 소득 구간(월 600만~800만원)보다도 사교육비를 14만~19만원가량 더 썼다.
소득에 따른 사교육비 격차는 계속 벌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월 소득 800만원 이상과 바로 아래 구간(700만~800만원)의 사교육비 격차는 2017년 7만6000원에서 지난해 14만4000원으로 2배 가까이 벌어졌다. 같은 기간 월 소득 800만원 이상에서 상승률(38.9%) 또한 바로 아래 구간(29.5%)보다 더 가팔랐다. 이 같은 사교육비 지출 격차는 중산층 이상에서 사교육을 통해 자녀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자녀의 사회적 지위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최근 움직임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고학력층 부모가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경향도 확인됐다. 지난해 어머니나 아버지가 대학원을 졸업한 가구에선 자녀 1인당 월 61만5000~64만6000원의 사교육비를 썼다. 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가 고등학교 졸업인 가구에 비해 2배 가까이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했다.
고소득·고학력층의 사교육비 지출 추이는 최근 출생 흐름과도 일치한다. 최근 몇년 사이 국내 연구에서는 고소득·고학력층의 출산 감소세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출산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과도한 사교육비 부담이 저출생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킬러문항’ 폐지와 같은 대책만으로는 전체적인 사교육비 경감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저소득층에 교육 정책 역량을 집중해 저소득층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소득 하위층에 더 집중해 교육 정책을 짜는 게 공교육 체제 내실화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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