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격노’ 뒷받침할 정황 증거 다수”…박정훈 “군검찰 ‘망상’ 표현 부당” 의견서
이종섭, 대통령실 통화 후
김계환 사령관에게 전화”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을 강행한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대령(전 해병대 수사단장·사진)이 ‘윤석열 대통령(VIP) 격노’ 발언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를 담은 의견서를 중앙군사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17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박 대령 측은 지난 14일 항명·상관 명예훼손 사건을 담당하는 군사법원 재판부에 이 같은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앞서 박 대령은 지난해 8월 국방부가 채 상병 사건의 경찰 이첩을 보류시킨 배경에 윤 대통령의 의중이 있었다고 국방부 검찰단에 진술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7월31일 오전 11시쯤 대통령 주관 회의에서 임기훈 국가안보실 국방비서관으로부터 채 상병 사망 사건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게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며 격노했다는 얘기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것이다. 박 대령은 이후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죄명과 혐의자, 혐의 내용을 빼라’ ‘수사 말고 조사라는 용어를 사용하라’ 등의 외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박 대령 측은 의견서에서 ‘윤 대통령 격노’ 발언에 대한 정황증거가 충분하다고 했다. 먼저 지난해 8월30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조태용 당시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그해 7월31일 오전 11시 대통령 주관 회의가 있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이 전 장관이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결과 발표를 취소하라고 지시하기 직전인 지난해 7월31일 대통령실과 통화한 내역이 있다는 MBC 보도 내용도 제시했다. 대통령실과의 통화 이후 이 전 장관이 김 사령관에게 전화했고, 임 비서관이 김 사령관에게 전화한 사실은 군검찰 수사기록에 기재돼 있다고 했다.
박 대령 측은 군검찰이 이런 사실을 파악하고도 ‘윤 대통령 격노’ 발언을 놓고 “박 대령의 망상에 불과하다”고 구속영장에 기재한 건 부당하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 격노’ 발언은 항명 사건의 쟁점 중 하나다. 박 대령 측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 지시가 ‘정상적인 명령’이 아닌 ‘수사 외압’이어서 지시를 어긴 게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윤 대통령 격노’ 발언은 해당 지시가 수사 결과를 축소·왜곡하라는 윗선의 외압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도 대통령실의 관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윤 대통령 격노’ 발언의 진위 여부를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보라·강연주 기자 purp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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