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想과 세상]새와 토끼
기자 2024. 3. 17. 20:26
또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고 졸았다.
광부들이 갱 밖으로 탈출했다.
사장은 일의 능률이 떨어진다고
새의 목을 비틀어 입갱금지 조치를 내렸다.
광부들이 유독가스에 중독돼 쓰러져갔다.
전쟁 때 잠수함 속의 토끼가 죽자
선장의 명령으로 토끼 역할을 대신한
「25시」의 작가 게오르규 병사가 떠올랐다.
누가 병든 새와 토끼를 넣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일찍 숨을 멈추었을 수도 있다.
지키는 자는 누가 지키나.
그 지키는 자는 또 누가 지키나.
이제는 먼저 아픈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낡은 것은 갔지만 새로운 것이 오지 않는
그 순간이 위기다.
아직 튼튼한 새와 토끼는 도착하지 않았다.
이산하(1960~)
카나리아는 어두운 갱에서 일하는 광부들에게는 생명의 새이다. 만약 이 새가 울지 않는다면, 유독가스가 유출되어 갱 밖으로 뛰쳐나와야 살 수 있다. “전쟁 때 잠수함 속의 토끼”는 산소 측정기 역할을 했다. 이것은 너무나 많이 알려진 이야기.
이 시는 “또 카나리아가 노래를 멈추고 졸았다.”로 시작한다. “또”라는 부사는 시차를 뛰어넘어 지금 우리의 삶이 여전히 갱 속과 다름없는 지옥임을 환기시킨다. “사장은 일의 능률” 때문에 “새의 목을 비틀어 입갱금지”시킨다. 새가 없으면 더 오래 일할 것이므로. 때로는 “병든 새와 토끼”를 넣는다. 그래서 어제 당신의 누이와 아우가 “일찍 숨을 멈추었을 수도 있”다.
작가 게오르규는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아파하는 시인을 ‘잠수함 속의 토끼’로 비유했다. 이산하 시인은 “낡은 것은 갔지만 새로운 것이 오지 않는”, 바로 “그 순간이 위기”라고 말한다. 시인은 기다린다. 아직 도착하지 않은 “튼튼한 새와 토끼”를.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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