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울대 10개 만들기’ 수보다 중요한 건 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월 중순 지역거점대학 9곳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을 발표했다.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지역 국립대학을 키우겠다는 것인데 전략과 방향은 옳다. 그러나 이미 인구소멸이 상당히 진행된 곳이 다수 포함돼 있어 그 실효성이 의문이다. 이것은 적자덩어리로 전락한 양양공항 같은 것을 양산하는 격으로 아까운 혈세만 밑 빠진 독에 물 붓듯 들어갈 것이다. 중요한 점은 지역거점대학을 살리는 것과 일자리가 반드시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에 무작정 돈만 퍼붓는다고 지방소멸이 멈추는 게 결코 아니다. 공기업과 공공기관이 들어선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대기업이 유치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탁 깨놓고 말해보자. 9곳으로 골고루 분산될 우리나라 대기업이 그렇게 많은가?
그렇다면 철학과 방향을 견지하면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무엇일까? 중소도시가 아닌 기존 대도시를 집중적으로 살리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사정을 보면 대전 이북은 수도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진짜 문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해간다는 남부권이다. 여기의 대도시(광주, 대구, 부산)를, 특히 거점국립대학을 집중적으로 살려야 한다. 즉 ‘제한적 지역거점국립대학 육성’으로 압축시키는 것이 답이다. 선택과 집중이 요청된다.
인간은 욕망과 가치 사이에서 갈등한다. 아무리 지방을 살려야 한다는 가치가 중요해도 사람들은 욕망을 무시하지 못한다. 지방을 버리고 수도권으로 인구의 절반이 몰려드는 게 그 이유다. 그러나 한쪽으로 치우친 결말은 치명적이다. 욕망만을 따르면 지방은 소멸되고, 가치만을 따르면 국가 재정은 파탄나고 말 것이다.
그래서 가치를 고려할 때 현재 오직 수도권에 꽂힌 욕망의 지향점을 늘리되, 욕망을 감안해 9개가 아닌 서너 개로 한정해야 한다. 아직도 흡인 여력이 있는 거점 대도시를 집중 지원하고, 인근 중소도시가 여기에 편승해 생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핵심은 지역의 거점국립대학과 대기업이다. 비록 2차 산업 연계 대학정책이긴 했지만 박정희 정권 때의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가 각각 창원, 구미, 여수 등의 산업단지와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낸 전례가 있다. 큰 그림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예로, 대구는 전자산업의 메카 역할을 하던 구미의 존재감 상실로 사그라들고 있는 거점 대도시다. 반등을 위해 대구공항 후적지에 SK나 LG 등의 2차전지 공장이 들어오는 것은 어떤가? 철도, 도로, 항만 등 모든 인프라는 갖췄고 포항공대나 경북대가 있어 인력수급도 문제없다. 이렇게 남부지방 3개의 거점 대도시를 특화해 발전을 유도한다면 현재 당면한 수도권 인구과밀, 저출생, 교육, 부동산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것이다.
이제까지의 동반성장, 국가균형발전과 저출생 방지 노력은 아까운 혈세만 낭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국가가 소멸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우리는 무엇을 택할 것인가? 서울 중심의 1극체제인가? 아니면 아직은 산소호흡기를 달 정도는 아니지만 서서히 고사하는 지방에 3개의 거점 대도시를 살려 상생하는 제한적 다극체제인가?
명심할 것은 벚꽃 피는 순서대로 소멸하는 것에 서울과 수도권도 시간문제일 뿐 예외일 수 없다. 그만큼 인구소멸은 무서운 재앙이다.
김광기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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