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와 세상] 제비꽃
사람도 그렇지만 꽃도 수줍음이 많은 꽃이 있다. 제비꽃은 길가 어디쯤 조용하게 피어나서 무심한 사람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 꽃이다. 그런 꽃에 숨결을 불어넣은 노래가 있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조동진의 ‘제비꽃’(1985)은 그가 작고 아름다운 것에 눈길을 주던 음유시인이었음을 증명해주는 노래다. 조동진은 시집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청맥, 1991)에서 ‘제비꽃’을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는 봄바람 속에서 짧게 흔들리고 있는 그 꽃을 발견하게 되면 반가움과 함께 왠지 애처로운 생각도 든다”면서 “그것은 마치 꿈 많은 젊음이 갖는 절망감을 보는 듯해서 더욱 그러하다”고 밝혔다.
조동진은 작은 소녀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독서광이었던 그는 루이제 린저의 소설 <생의 한가운데>의 니나 부슈만과 프랑스 작가 앙드레 슈발츠 바르트의 <고독이라는 이름의 여인>에 나오는 혼혈 노예 솔리튜드가 모델이었다고 밝혔다. 두 여인 모두 절망 속에서도 불굴의 의지로 세상을 헤쳐가는 주인공들이다.
조동진은 크고 화려한 것보다 작고 가냘픈 것에 집중한 가수였다. 이제 곧 천지가 봄꽃으로 넘쳐날 것이다. 화사한 봄꽃축제에 맞춰 사람들이 일렁일 것이다. 가끔은 제비꽃과 민들레, 패랭이꽃과 달맞이꽃과도 눈 맞추며 살아갈 일이다.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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