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 지적에도 지난해 은행 퇴직자 최대 11억원 챙겼다[머니뭐니]

2024. 3. 17.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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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주요 은행 사업보고서 살펴보니
상위 보수자 대부분이 ‘희망퇴직자’
은행장보다 높은 연봉…퇴직금이 대부분
올해부터 조건 축소…“조건 상향 어려울 것”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창구 업무를 보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서 희망퇴직한 은행원들이 한 해 동안 받은 총보수가 최대 1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서는 희망퇴직자가 은행장보다 더 많은 보수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올해부터는 막대한 퇴직금 규모가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와 여론의 ‘돈잔치’ 지적이 이어진 가운데, 주요 은행서 희망퇴직 조건을 일부 축소하고 나선 까닭이다.

주요 은행 희망퇴직금만 최대 10억원에 달해

17일 주요 은행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하나은행은 희망퇴직한 관리자 직군 5명에 대해 최대 11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하나은행서 가장 많은 보수를 받은 관리자는 지난해 급여와 상여금으로 5900만원을 벌었지만, 퇴직금으로만 11억300만원을 받았다.

이는 은행장을 포함한 임원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었다. 실제 2023년 하나은행 사업보고서에 공시된 상위 보수지급자 5명 중 임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승열 은행장은 지난해 총 8억3900만원의 보수를 수령했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여타 은행들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보수지급금액 상위 5명 또한 부장대우 직군의 희망퇴직자 5명이었다. 실제 최대 보수를 받은 직원의 급여 및 상여금은 1700만원에 불과했지만, 퇴직금으로 9억2300만원을 수령했다.

이 중 과반은 희망퇴직금이었다. 우리은행은 최대 보수를 받은 직원에 법정퇴직금으로 3억4500만원을 지급했다. 희망퇴직금으로는 그보다 많은 5억7800만원을 책정했다. 사업보고서상 등재된 상위 보수자 모두 희망퇴직금이 법정퇴직금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덕 전 우리은행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는 7억7800만원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에서는 이재근 은행장의 보수가 한 해 12억500만원으로 책정돼, 전체 임직원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상위 5명 중 4명의 경우 조사역 직군의 희망퇴직자였다. 두 번째 상위 보수자로 이름을 올린 직원은 퇴직금으로만 8억4000만원가량을 수령했다. 근로소득은 5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부터는 ‘수십억원’ 희망퇴직금 줄어든다
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들이 창구 업무를 보고 있다.[헤럴드DB]

최근 은행권이 매년 역대급 실적을 써내려가며, 고금리 ‘이자장사’를 통해 ‘제 식구 배불리기’만 열중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의 ‘돈잔치’를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성과급 제도 등을 포함한 관행을 개편하고 나섰다.

이에 10억원을 넘어섰던 희망퇴직금 규모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은행 노사는 지난해 퇴직금이 소폭 축소된 내용이 반영된 2024년 희망퇴직안에 합의했다. 국민은행 노조에 따르면 올해 희망퇴직금 규모는 18~31개월분으로 지난해 도출된 합의안(23~35개월분)과 비교해 최대 규모가 4개월분가량 줄어들었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ATM기기가 설치돼 있다.[연합]

지난 8월 한 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신한은행은 연말 희망퇴직 조건을 지난 8월(9~36개월분)과 비교해 줄어든 7~31개월분으로 정했다. 하나은행 또한 지난해 12월 만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퇴직금은 최대 24~31개월분 월평균 급여로, 올 초 진행된 특별퇴직(최대 36개월분 평균임금)과 비교해 혜택이 축소됐다. 우리은행도 최대 5개월분 평균임금을 줄인 내용의 희망퇴직을 시행했다

실제 은행권 희망퇴직금 규모는 전반적인 상승세를 유지했다. 4대 은행은 지난해에만 약 7377억원의 희망퇴직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는 2020년(6109억원)과 비교하면 1000억원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희망퇴직 인력 규모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3년간 4대 시중은행의 퇴직금 규모만 1조8278억원에 달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희망퇴직의 경우 장기적인 비용 절감 및 경영 효율화를 위해 진행되는 만큼 ‘돈잔치’ 비판과는 다소 결이 다른 측면이 있다”면서도 “금융당국 및 여론의 시선이 있어, 지금과 같은 경영 효율화 속도가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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