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맥스 ‘듄2’ 2장 8만원”… 규제 앞두고도 ‘매크로 티켓팅’ 기승

이정한 2024. 3. 17.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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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시행 개정 공연법 약발 의문
2만여원 티켓 플랫폼서 2배 거래
“죄다 매크로 돌려 예매 불가” 하소연
일반인들도 “차라리 매크로 구입
암표보다 프로그램 구매가 더 싸”
기차표·스포츠 시설 등 활용 확산
암표 거래 정부 규제 실효성 논란
적발 어렵고 벌금 등 처벌도 약해
“악성 프로그램 이용자 규제 필요”
직장인 A씨는 최근 개봉한 영화 ‘듄2’를 아이맥스(IMAX) 상영관에서 보기 위해 예매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 영화는 아이맥스 상영관에 최적화된 작품인데, 정작 아이맥스 상영관은 국내에 24곳밖에 없어 좌석 확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 아이맥스 상영관의 성지로 불리는 ‘용아맥’(용산 CGV 아이맥스) 명당자리의 경우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정가의 두 배가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한다. A씨는 결국 영화 예매에 성공하기 위해 자동으로 티켓 예약을 해 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샀다. A씨는 “3만원을 주고 프로그램을 샀다”며 “온라인에서 웃돈이 붙은 티켓을 구하는 것보다 프로그램을 사는 게 더 저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화나 뮤지컬, 콘서트 등의 티켓 예매 과정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악용을 막기 위한 공연법 개정안이 오는 22일 시행된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해 표를 대량 확보한 후 되파는 암표 거래가 극성을 부리자 처벌 규정을 강화한 것인데, 시행 전부터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영화관이나 공연장 현장에선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구매한 티켓을 구별하기 어려운 데다 암표 수익을 상쇄할 만큼 벌금이 세지 않은 탓이다.

개정된 법 시행을 앞둔 17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에 ‘듄2 용아맥’을 검색하자 수십개의 판매 게시글이 떴다. 자리와 일정 등에 따라 판매 가격이 달라지는데 두 자리 연석의 경우 용아맥 정가(1장당 2만1000원)의 두 배에 달하는 8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었다. 개봉 초기에는 티켓 두 장 가격이 10만원 이상까지 오르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죄다 ‘매크로’를 돌리니까 예매가 불가능하다”, “듄2 용아맥 티켓을 구하려면 프로그램을 써야 한다”는 하소연이 쏟아졌다. 일부 누리꾼은 매크로 프로그램 구매 경로와 사용법을 묻기도 했다.
암표상 도구였던 매크로 프로그램은 이제 A씨처럼 일반인도 쉽게 구해 쓸 정도로 일반화했다. 엑스(X·옛 트위터)나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매크로’ 또는 ‘자동 예매’를 검색하면 판매자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다.

프로그램을 구하기 쉽다 보니 공연 관람권뿐 아니라 기차표 예매, 골프장·테니스장 등 스포츠 시설 예약, 대학생 수강신청 등에까지 매크로 프로그램이 퍼지는 추세다.

이에 정부는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이번에 시행되는 공연법 개정안에 따르면, 매크로로 공연 관련 암표를 팔다 적발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는다. 국민체육법 개정안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르면 오는 8월부터 운동경기 관람권 암표를 팔다가 적발돼도 같은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e-스포츠 경기, 영화·기차표 등에 이 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영화의 경우는 예술적 관람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다. 매크로 행위를 찾아내는 것 역시 쉽지 않다.

전문적인 암표상의 경우 이러한 처벌 규정에도 판매를 계속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임영웅 콘서트의 경우 16만원대 티켓이 500만원 이상에 팔린 경우가 있다. 두 장만 팔아도 벌금보다 수익이 더 많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매크로를 돌려서 표를 샀는지 구분해내기 쉽지 않아서 반복적으로 영리 행위를 했는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처벌도 중요하지만 암표 수익을 환수하는 방안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암표 행위만이 아니라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망 안정성을 해치거나 수익을 추구하는 등의 활동을 하면 악성 프로그램으로 제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정보통신망법이 규제하는 악성 프로그램에 해당하지 않는다. 단순히 트래픽을 늘릴 뿐이어서 시스템 등을 훼손·멸실·변경·위조하는 프로그램으로 보지 않아서다. 이에 악성 매크로 프로그램을 정의하는 조항을 신설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매크로 프로그램은 다른 이용자의 기회를 박탈하고 웹 사이트의 정상적인 업무를 방해하는 등 피해를 준다”며 “영리성이 없더라도 악성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용자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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