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행동주의펀드 패배 이어지나… 저PBR株 `주춤`

신하연 2024. 3. 1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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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하면서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활발한 주주행동에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의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이같은 저PBR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한 것은 기업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제안이 잇달아 고배를 마시면서다.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에 대해 줄줄이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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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주총 표대결서 승리
하나금융·신한·현대차 등 약세
"저PBR주 정상화 속도 완만"
사진 연합뉴스.

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개막하면서 행동주의펀드의 움직임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활발한 주주행동에 대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의 상승세에도 제동이 걸렸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KRX은행 지수는 하루 만에 2.73% 하락했다. 하나금융지주(-3.87%)를 비롯해 신한지주(-3.69%), KB금융(-3.05%)이 모두 큰 폭으로 내리면서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다만 우리금융지주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금융 잔여 지분 935만7960주(지분율 1.24%)를 자사주로 매입해 전량 소각한다는 소식에 강보합세(0.46%)를 보였다.

현대차(-3.18%)와 기아(-2.72%) 등 자동차 종목 주가 역시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들 종목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기대에 힘입어 최근 상승세를 이어온 대표적인 '저 PBR' 수혜주로 꼽힌다. KRX은행 지수와 KRX자동차 지수는 지난 2월 한 달간 각각 9.83%, 15.44% 상승한 바 있다.

이같은 저PBR 모멘텀에 대한 기대감이 후퇴한 것은 기업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제안이 잇달아 고배를 마시면서다. 밸류업 프로그램과 맞물린 주주환원 확대 가능성에 기대 상승했던 주가가 재료 소진 후 다시 제자리를 찾아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에 매도세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5일 삼성물산은 정기주총에서 배당 확대 및 자사주 매입 안건을 두고 벌어진 행동주의펀드 연합과의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앞서 시티오브런던, 안다자산운용 등 5개 행동주의펀드는 삼성물산에 보통주 주당 4500원, 우선주 주당 4550원씩 총 7364억원을 배당하라고 요구했다. 삼성물산이 결정한 배당 규모인 4173억원보다 76.5% 많은 금액이다.

그러나 삼성물산 지분 7.01%를 쥔 국민연금이 주주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표를 던졌고, 소액주주들도 반대하면서 이들의 주주제안은 모두 부결됐다.

같은 날 최대주주와 2대주주 사이에 표 대결이 벌어진 다올투자증권도 최대주주 측 승리로 끝났다. 다올투자증권 2대 주주인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신설하자는 안건을 제시했지만, 표결에서 찬성이 26.6%에 그치며 부결됐다.

최근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에 대해 줄줄이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 투자사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자문 의견인 만큼 올해도 활발한 주주 활동을 펼치고 있는 행동주의 펀드의 움직임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는 분석이다. 오는 22일 열리는 금호석유화학 주총에서도 자사주를 전량 소각해야 한다는 행동주의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라는 게 시장 전망이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주주제안자 측은) 자사주가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사용됐거나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회사 측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한편 시장에서는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저PBR 종목의 정상화 속도가 시장의 기대보다는 완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은행 평균 PBR이 0.40배 내외에 불과해 중장기 매력은 여전히 높다"면서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배상, 환율 상승 등 자본비율 하락 요인이 발생하고 있는데다 자본비율 추가 개선 없이는 큰폭의 주주환원율 상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은행주 멀티플(주가수익비율·PER) 비정상의 정상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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