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만 요란했던 여야 공천…쇄신도 감동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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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해 "혁신을 위한 고통스러운 결단"이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공천이 확정된 여야 후보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민주당에서 동일 지역구에 재출마하는 현역 의원 비율은 59.3%로 국민의힘(57.3%)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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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양당은 총선 공천 때마다 유권자 눈높이에 맞는 물갈이와 여성 및 청년 후보 기용 확대를 목표로 제시해왔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확정자를 조사한 결과 지역구 현역의 약 60%가 재공천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윤(친윤석열)계, 친명(친이재명)계 등 당 주류의 입김은 더 세졌다.
3선 이상이 초·재선보다 많아…국민의힘, 더 강해진 친윤색채
초·재선 81명 중 32명 탈락…윤핵관 4인방 모두 단수 공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9일 이번 총선의 현역 교체율 예상치로 35%를 제시했다. 현역 의원들의 운명이 모두 결정된 17일 현역 교체율은 34.5%를 기록했다. 반올림하면 공관위의 예상치와 일치한다. 다만 4년 전 총선에서 43.5%에 이르렀던 현역 교체율에는 크게 못 미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난 총선에서는 현역 교체율이 지나치게 높아 정작 본선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반성이 있었다”며 “공관위가 현역 교체 비율을 적정선에서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본선 경쟁력에 주안점을 둔 공천은 3선 이상 중진이 초·재선보다 많이 살아남는 결과로 이어졌다. 초·재선 81명 중 32명이 공천을 못 받아 교체율이 39.5%에 이르렀던 반면 3선 이상 중진은 32명 중 7명이 탈락해 교체율이 21.9%에 그쳤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물갈이 폭이 더 크다는 분석도 있다. 자신의 지역구를 떠나 당선 가능성이 작은 곳으로 옮겨간 의원이 8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박진 의원(서울 강남을)은 서울 서대문을, 박성중 의원(서울 서초을)은 경기 부천을로 자리를 옮겼고, 태영호 의원(서울 강남갑)과 유경준 의원(서울 강남병)은 각각 서울 구로을과 경기 화성정 후보로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초강세 지역인 만큼 생환이 쉽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던 서병수(5선) 김태호(3선) 조해진(3선) 의원도 비교적 험지로 분류되는 낙동강 벨트에 투입됐다. 22대 국회에서 비윤(비윤석열)계의 목소리가 작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반면 친윤(친윤석열) 핵심은 대부분 공천받았다. 지난해 12월 불출마를 선언한 장제원 의원을 제외하고 권성동, 이철규, 윤한홍 등 ‘원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4인방이 모두 단수 공천받았다. 지난해 1월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비판하는 연판장에 이름을 올린 ‘연판장 초선’ 48명 중에는 26명이 공천받았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전체 생환율보다는 오히려 낮지만, 윤핵관 이상으로 윤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박성민 의원을 필두로 강민국, 박수영, 배현진 등 핵심 인물은 모두 공천받았다.
대통령실 출신 중 수석 및 비서관급 핵심 참모도 대부분 공천이 확정됐다.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부산 해운대갑),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충남 홍성·예산)이 단수 공천됐고,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은 경기 용인갑에 전략 공천됐다. 김은혜 전 홍보수석(경기 성남분당을)과 김기흥 전 부대변인(인천 연수을)은 경선을 통해 총선행을 확정 지었다.
지역구 물갈이, 국힘보다 작아…민주, 경선지역 70% '친명횡재'
李 '친위부대' 줄줄이 본선행…"혁신 커녕 찐명만 커진 공천"
더불어민주당은 그동안 ‘친명횡재, 비명횡사’ 공천이라는 당 안팎의 비판에 대해 “혁신을 위한 고통스러운 결단”이라고 주장해왔다. 비명계가 아니라 고인 물을 쳐내는 ‘세대교체 공천’이라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한국경제신문이 공천이 확정된 여야 후보들을 전수조사한 결과 민주당에서 동일 지역구에 재출마하는 현역 의원 비율은 60.1%로 국민의힘(57.3%)보다 높았다. 핵심 친명(친이재명) 인사는 대부분 살아남았고, 경선을 치른 지역 중에서도 승자의 약 70%(102곳 중 68곳)가 친명계였다.
친명계 핵심으로 분류되는 민형배 의원은 줄줄이 갈려 나가던 광주 현역 의원들의 경선 틈에서 살아남았고, 이재명 대표의 ‘입’으로 불리는 박성준 대변인도 서울 중·성동을 경선에서 승리했다. 또 정청래, 서영교, 서은숙, 장경태 등 친명계 지도부 인사들은 단수 공천을 통해 대거 공천장을 거머쥐었다.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인 등 ‘사법 호위무사’도 줄줄이 본선에 나선다. 양부남 법률위원회 공동위원장은 경선 승리를 통해 광주 서을에 출마한다. 청년전략지구로 지정된 서울 서대문갑엔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변호를 맡은 1987년생 김동아 변호사가 경선에서 이겼다.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광주 광산갑), 이건태 전 고양지청장(경기 부천병) 등도 이 대표의 ‘드림팀’에 속하는 인사다.
그사이 ‘하위 20%’ 통보를 받은 비명(비이재명)계 현역 의원들은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박광온, 전해철, 김한정, 송갑석 의원 등은 경선에서 탈락했다. 득표 감산 페널티를 이겨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당에선 반발·탈당 러시가 이어졌다. 설훈, 오영환 의원은 17일 나란히 새로운미래에 입당했다. 하위 20% 평가에 반발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국민의힘으로 갔다. 경선에서 살아남은 비명계 현역 의원은 맹성규(인천 남동갑), 황희(서울 양천갑), 조승래(대전 유성갑)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혁신은커녕 ‘찐명’ 색채만 커진 공천”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오 의원은 이날 탈당 기자회견에서 “개인의 사당화, 이재명의 민주당이라 비난하며 더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했고, 홍영표 의원도 지난 6일 탈당하면서 “많은 후보가 원칙 없는 사당화를 위한 불공정 경선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의 현역 교체율은 40%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154개 지역구에 현역으로 있는 의원 중 기존 지역구에 다시 공천된 의원은 92명(59.7%)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57.3%)보다 높은 비율이다.
노경목/김종우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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