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화면 2개라고 "우리 기술 베꼈다"…삼성 물어뜯는 특허 사냥꾼
구글·화웨이 폴더블폰 놔두고
美서 판매량 높은 삼성만 '타깃'
"광범위한 특허 공격에 속수무책"
승소보다 합의금 받는게 목적
美기업, 국내 기업 특허 사들여
韓기업 공격하는 '부메랑' 되기도
지난달 19일 KP이노베이션스2가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청구소송에는 이상한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먼저 소송 대상. 화웨이 샤오미 등 중국 기업뿐 아니라 구글과 모토로라도 폴더블폰을 내놨는데 특허자산관리업체(NPE)는 삼성전자만 콕 집었다.
침해 내용도 석연치 않다. KP이노베이션스2는 삼성 폴더블폰에 디스플레이와 카메라가 두 개씩 장착된 걸 문제 삼았다. 폴더블폰의 특성상 당연히 두 개씩 넣어야 하는 구조인데, 이런 기본적인 구조 자체를 ‘내 것’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이 걸린 대기업 입장에선 가능하면 합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최악의 경우 제품 판매가 금지되거나, 오랜 기간 소송 끝에 거액의 손해배상액을 물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돈’ 되는 삼성 노리는 NPE
NPE들이 삼성을 타깃으로 삼는 이유는 ‘돈’이 되기 때문이다. KP이노베이션스2가 삼성만 소송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해 세계 폴더블폰 시장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66.4%. KP이노베이션스2 입장에선 삼성만 잡으면 더 볼 것도 없는 셈이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는 “특허침해 소송은 로열티를 지급하고 1~2심에서 합의로 종결되는 게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이 ‘전선’이 넓은 기업이란 점도 NPE의 먹잇감이 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메모리 반도체부터 스마트폰까지 전자업계가 취급하는 제품을 거의 다 생산하기 때문이다. 단순 부품이 아니라 가전, 스마트폰, PC 등 세트제품은 수많은 기술이 한데 적용되다 보니 NPE 입장에선 공격할 게 천지다.
특허 1개로 소송 6개 제기
문제는 NPE들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의 근간이 되는 원천기술은 아니지만 권리범위가 넓어 여러 제품에 걸 수 있는 특허를 확보한 뒤 소송에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학술지 ‘지식재산연구’에 실린 ‘NPE 소송특허의 질적 특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NPE들은 특허 1건으로 평균 6.2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제조기업은 1개 특허로 평균 1.8건의 소송을 제기하는 데 그쳤다. 임소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원은 “NPE 소송에 연루된 특허는 제조기업 특허보다 권리범위가 넓고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사실상 소송하기에 좋은 특허를 싸게 사들이는 셈이다.
특정 기술 특허만 집중적으로 모아 소송을 거는 NPE도 있다. NPE인 텍사스IP벤처스의 자회사 KT이미징은 소규모 연구개발(R&D) 기업으로부터 이미지센서 기술만 사모아 삼성 애플 등 대기업에 소송을 건다.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물론 자율주행, 사물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에 쓰여 소송할 곳이 수두룩하다. 2022년에는 대만 기업인 킹팍테크에서 특허 7건을 매입해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 등 5개 기업에 소송을 걸었다.
‘부메랑 특허’도 문제다. 국내 중소기업 등이 가진 특허를 미국 NPE가 사들인 뒤 국내 기업 공격에 쓰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미국 회사에 양도된 한국 특허는 890건이다. 2013~2022년 해외 NPE가 국내 기업 특허소송에 활용한 특허 1317건 중 52건이 이런 부메랑 특허였다.
미국 특허 9만 건 1위…변리사 공채도
삼성은 특허 출원에 속도를 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IFI클레임스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가 미국에 신청한 특허는 6165건으로 1위였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2564건)까지 합치면 9000건에 이른다. 2위 퀄컴(3854건), 3위 TSMC(3687건)를 압도하는 수치다. 누적으로 따져도 9만3327건을 보유해 삼성전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가진 기업이다. 변리사도 공개 채용한다. 변리사를 정기적으로 채용하는 기업은 삼성뿐이다. 스마트폰, TV 등을 맡는 삼성전자 DX부문은 오는 20일까지 2024년 상반기 변리사 채용을 실시한다. 삼성은 2020년 하반기부터 공채로 신입 변리사를 뽑고 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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