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공천’ 무색케 하는 릴레이 공천 취소

조미덥·김윤나영 기자 2024. 3. 17.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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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공관위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지역구 공천 막바지에 막말·비리가 불거진된 후보들의 공천을 연달아 취소했다. 다른 후보들의 부적절 발언도 새로 드러나면서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양당 모두 시스템 공천을 강조했지만 특정 계파와 당 주류에 유리한 시스템에서 막말·비리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천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을 키운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지난 16일 장예찬 후보의 부산 수영 공천을 취소했다. “난교를 즐겨도 전문성과 책임성 있으면 존경받을 수 있어야 건강한 사회”(2014년), “서울 시민의식이 일본인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2012년) “식용을 제외한 지구상 모든 동물이 사라졌으면 좋겠음”(2012년) 등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발언이 문제였다.

국민의힘은 지난 14일에는 5·18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에 ‘문재인 죽어도 그만’ 발언이 추가로 드러난 도태우 후보의 대구 중·남 공천과 ‘돈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정우택 후보의 충북 청주상당 공천도 취소했다. 17일 현재 국민의힘이 공천을 확정했다가 취소한 예비 후보는 5명이다. 같은날 민주당은 ‘DMZ 지뢰 피해자에 목발 경품’ 등 발언이 불거진 정봉주 후보의 서울 강북을 공천을 취소했다. 연거푸 쏟아지는 과거의 막말·망언과 비리 정황이 전체 선거 판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자 여야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장 후보나 민주당 정 후보의 경우 각각 친윤석열(친윤)계, 친이재명(친명)계 인사로 꼽혔다.

문제적 발언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17일 국민의힘 전북 군산·김제·부안갑에 공천된 오지성 후보가 과거 5·18 민주화운동을 “광주 사태”라 표현하고 “김대중 선생님과 5·18로 우리는 하나임을 보여주는 행태는 내 고향 전라도 발전에 큰 장애물”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당에선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노무현 불량품, 매국노’ 발언, 김우영 서울 은평을 후보의 ‘비겁자의 대가리를 뽀개버리자’ 발언, 역사학자인 김준혁 경기 수원정 후보의 ‘박정희 뽕 맞아’ 발언 등이 비판 대상에 오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공동 상임선대위원장(가운데)이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런 과거 발언은 인터넷에서 검색만 하면 찾을 수 있는 것들이어서 양당이 강조한 시스템 공천을 무색케 한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 문제 발언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었지만, 형식적인 심사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는 여야 모두 검증보다는 다른 데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란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의 경우 공천받는 인사의 자질보다 공천 과정의 잡음을 줄이고, 호남 모든 지역에 공천을 한다는 데 집착하다 생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심(윤 대통령 의중) 후보, 극우 성향 후보에 무뎠던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공천 취소된 정 후보와 문제적 발언을 한 후보들 다수가 경선에서 비이재명(비명)계 현역을 꺾은 친명계 원외 인사란 점을 들어 계파 공천을 우선했기 때문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친명계가 야인 생활을 하면서 자극적인 발언을 요구하는 유튜브 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문제 발언을 남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당 모두 당내 공천 과정에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막말이나 이념성 발언이 큰 문제 없이 받아들여지다가, 상대당 후보와 부딪히는 본선을 앞두고서야 문제도 드러난다는 분석도 있다.

추가 공천 취소 등 파장이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중도층 여론을 고심하는 측은 후보들의 부적절한 과거 발언들이 추가로 드러나는 만큼 추가적인 공천 취소나 후보 사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과거 발언으로 공천을 취소하는 데 대한 당내 저항도 만만치 않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5일 “공천이 호떡 뒤집기 판도 아니고 이랬다 저랬다”라고 국민의힘의 공천 취소 처분을 비판했다. 민주당에선 김부겸 전 총리 등의 문제 후보들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재명 대표가 추가 공천 취소에는 선을 긋고 있다.

김우영 후보는 “영화 <서울의 봄>의 대사를 인용했을 뿐 막말이 아니다”라며 “비명계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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