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의 인간성 회복 [뉴노멀-실리콘밸리]

한겨레 2024. 3. 17.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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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2024’ 행사에서 지난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한국공동관을 운영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권순우 | 더밀크 서던플래닛장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지난 8~16일 펼쳐진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2024’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국에는 낯설지만 매년 3월 열리는 이 대회는 영화와 음악 페스티벌, 기술, 환경, 교육, 인권 등 다양한 주제의 콘퍼런스와 전시회 등이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 예술 축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공지능(AI)의 물결은 축제 전체를 감싸는 주요 주제였다. 달라진 점은 ‘깊이’였다. 지난해엔 생성에이아이의 등장과 인공지능의 산업 접목을 모색했다면, 이번엔 인공지능 활용의 구체적 사례 제시와 에이아이 시대를 맞는 인류의 고민을 논의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엑스아르(XR, 확장현실) 경험’ 전시회에선 에이아이가 불러온 콘텐츠의 변화를 실감했다. 에이아이와 스토리를 결합한 ‘더 골든 키’ 전시는 콘텐츠 소비자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직접 콘텐츠의 결과물을 바꾸는 스토리텔링을 선보였다. 이를테면 관람객이 챗지피티(GPT)를 활용해 질문에 답하면, 그 답이 곧바로 스토리에 적용된다. 이때 생성에이아이 이미지 툴은 달라진 스토리에 맞게 이미지를 재생산한다. 관람객의 생각에 따라 스토리라인이 실시간 변화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생성해 내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스토리는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확장현실(XR) 플랫폼과 결합해, 체험형 스토리로 업그레이드된다. 자신이 주인공이 된 콘텐츠와 엑스아르 기기를 통해 소통하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사례를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콘퍼런스에 참가한 전문가와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이 곧 ‘모든 산업의 엔진’이 되리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유명 미래학자 에이미 웹 에프티아이(FTI: Future Today Institute) 시이오(CEO)는 “생성에이아이 기술이 모든 분야에 활용될 것”이라며 “급변하는 에이아이 생태계는 이제 ‘대규모 언어 모델’에 그치지 않고, ‘대규모 행동 모델’로 진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2029년이면 인공지능이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할 것이라는 구체적인 예측도 나왔다. 이번 대회를 찾은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은, 오는 6월 출간 예정인 ‘특이점이 더 가까이 온다: 우리가 컴퓨터와 결합할 때’라는 저서의 내용을 인용해 컴퓨터와 의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에이아이가 인간 수준의 지능, 즉 범용인공지능(AGI)에 도달할 것으로 봤다.

인공지능 발전이 가져올 부정적인 요인들, 기술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가정 속에서 인간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지, 또 이를 지켜나가기 위한 방안을 찾는 자리도 마련됐다.

기조연설에 나선 영국 왕자비 메건 마클, 미국 뉴스 앵커 케이티 커릭, 배우이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인 브룩 실즈, 낸시 왕 위엔 피오플리즘 컨설턴트 등 4명의 여성은 나이와 성별, 인종, 외모 등에 대한 편견과 혐오에 대해 다시 되돌아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에스엔에스(SNS)에 등장하는 일부 이미지와 다른 자신의 외모를 비관한 10대 소녀들의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과 같은 사례를 언급하면서 미디어와 플랫폼의 책임, 그리고 정책 입안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생성에이아이의 기초가 되는 데이터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도 이들의 주장이다. 실제 구글의 에이아이 모델 ‘제미나이’는 최근 독일군을 유색인종으로 생성해, 이슈화되면서 순다르 피차이 시이오가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류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우리 일상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설 때 인류의 존재 이유는 기계와 인간의 ‘다름’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 다름은 결국 다양성, 포용성과 같은 인간의 기본 가치에서 나온다. 기본을 지키면서 인간성을 회복하는 것. 이것이 이번 대회에서 확인한 인공지능 시대의 인류를 위한 핵심 메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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