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같은 사랑이 치즈처럼 흘러내렸다” 손열음·스베틀린 루세브 ‘러브 뮤직’ [앨범리뷰]
1800년대 후반에서 1900년대 초반을 아우르는 50년. 이 기간은 낭만주의가 뒷모습을 보이기 전 마지막 불꽃을 사르던 시기다. 손열음과 스베틀린 루세브가 함께 한 이 앨범, ‘러브 뮤직(Love Music)’은 이 ‘마지막 낭만주의’ 시대의 오스트리아, 독일 지역에서 탄생한 음악들을 담고 있다.
앨범 속 러브 뮤직들은 로맨틱하지만 상투적이지 않다. 인류 역사상 사랑이라는 주제에 대해 가장 뜨겁게 고민하고 탐닉했던 시절. 앨범의 음악들을 듣고 있으면 시간이 명상에 잠긴 심장처럼 느리게 뛰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시간을 멈추게 만들 수 있는 신의 유일한 무기는 ‘사랑’일 것이다.
첫 곡은 왁스만이다. 카르멘 환상곡 편곡 버전으로 유명한 프란츠 왁스만이 하이페츠의 의뢰로 작곡한 곡으로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 중 ‘사랑의 죽음’을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해 편곡했다.
놀라울 정도로 흙냄새가 풀풀 나는 바이올린. 여기에 손열음은 피아노의 울림을 잔뜩 끌어내 몽환적인 무드를 연출한다. 확실히 평소의 손열음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는 코른골트로 이어진다. 오페라 ‘죽음의 도시’ 중 ‘마리에타 아리아’. 작은 종소리처럼 울리는 피아노로 시작되는 아름다운 곡이다.
아마도 두 사람은 이 앨범을 준비하면서 연주보다 선곡에 더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았을까. 사랑스러운 트릴에 이어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도약을 들려주는 바이올린. 그 마음을 달래듯, 피아노가 바이올린의 노래를 보듬는다. 피아노와 바이올린의 유니즌이 하나의 목소리처럼 달달하게 울린다.
코른골트의 부수음악 ‘헛소동’ 소품 모음곡 4곡은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게 한다. 코른골트는 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음악계에서 큰 성공을 거둔 인물이기도 하다.
때때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은 성별이 뒤바뀐 연주자의 연주처럼 들리기도 한다. 때로운 연인이었다가, 다른 한쪽의 사랑에 관한 넋두리를 들어주기도 하고, 위로하거나 종종 조언을 건네기도 한다.
3번 ‘정원의 풍경’을 듣고 있으면 그림 속의 풍경이 떠오른다. 온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 눈이 아프도록 푸른 잔디와 나무들, 잔잔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응집되어 있는 햇빛. 두 연주자의 붓이 만들어낸 색채들은 귀로 만져지듯 생생하다.
4번 ‘마스커레이드’에서 작곡자의 영화적 감각이 최고조를 찍는다. 이런 요소들은 이 앨범에 등장하는 사랑들을 다양한 장소, 다양한 시간으로 안내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청자들은 마치 로맨틱 영화의 하이라이트 모음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조금 속되게 표현하자면, 이 곡에서는 연인들의 ‘나 잡아 봐라’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 ‘사랑의 슬픔’, ‘아름다운 로즈마린’은 이 앨범에서 가장 친숙하고 대중적인 레퍼토리.
이어 이 앨범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R. 슈트라우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가 연주된다. 아마 두 사람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작품이 아니었을까.
슈트라우스가 20대 초반 시절, 훗날 아내가 될 파울리네를 향해 쓴 사랑의 헌사다.
앨범의 끝곡은 레오폴트 아우어가 편곡한 러닝타임 4분 14오짜리 베젠동크 가곡집 ‘꿈’.
두 사람은 왜 마지막 트랙을 이 곡으로 채웠을까.
꿈 같은 사랑이 가장 사랑다워서. 가장 아름다운 사랑은 꿈 속의 사랑이어서. 사랑의 끝은 결국 꿈과 같은 것이어서.
앨범의 자켓을 다시 본다. 두 사람은 함께 앉아 있지만 시선은 다른 곳을 향하고 있다. 마치 각자 다른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노란색 드레스를 입고 있는 손열음은 꿈 속의 여인처럼 비현실적으로 비쳐진다. 옆의 스베틀린은 소중한 것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굳세게 바이올린을 잡고 있다.
마지막 연주가 끝나고, 마치 긴 꿈을 꾸고 난 것처럼 천천히 현실로 돌아왔다. 좋은 사랑이었다.
처음부터 다시.
양형모 스포츠동아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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