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맥경화' 핵심산업에 정책자금 단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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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KDB산업은행에 2조 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 투입하는 것은 최근 들어 재무 건전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재무 건전성 탓에 국가적으로 필요한 기업과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도 위축돼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실제 정부는 올해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공급 목표를 지난해보다 3.4% 늘린 212조 원으로 책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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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자금 212조 공급목표인데
한전 손실·HMM 매각 불발에
BIS 비율 13%대 턱걸이 유지
신규출자로 대출 한도 등 확대
정부가 KDB산업은행에 2조 원 규모의 자금을 긴급 투입하는 것은 최근 들어 재무 건전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재무 건전성 탓에 국가적으로 필요한 기업과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도 위축돼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정부는 이번 출자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개선되면 산은이 반도체, 2차전지, 인공지능(AI) 등 국가 기간산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7일 금융 당국 등에 따르면 산은의 BIS 비율은 2020년 말 16%를 기록한 후 줄곧 내림세를 이어오다 지난해 3분기 13.66%까지 떨어졌다. 은행 건전성의 기준이 되는 BIS 비율 13%를 겨우 넘긴 수준이다.
산은의 BIS 비율 악화는 한국전력(015760)의 손실과 HMM 매각 실패 때문이다. 한국전력이 2021년부터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어 한전 지분을 보유한 산은의 손실도 함께 커졌다. 또 산은이 보유한 HMM 매각이 최근 불발되면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도 오롯이 떠안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의 권고 기준에 겨우 턱걸이하는 수준으로까지 산은의 재무 건전성이 훼손됐다”며 “한전의 실적이 조금씩 개선되면서 나아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그간 미친 영향이 워낙 커서 재무난을 조기에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산은의 재무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기업 대출 여력도 줄어들고 있다. 은행의 안전판 격인 자본이 늘어나지 않은 상황에서 위험자산인 대출을 늘리면 BIS 비율은 지금보다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산은으로서는 기존에 내줬던 대출의 상환액 이상으로 자금을 공급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반등이 예상보다 지연되자 정부는 정책금융기관에 이전보다 더 많은 자금 공급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정부는 올해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자금 공급 목표를 지난해보다 3.4% 늘린 212조 원으로 책정했다. 반도체와 2차전지·미래차 등 핵심 산업 등에 앞으로 3년간 150조 원 이상을 투입하겠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산은의 자본금을 늘리지 않고는 정책자금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보니 결국 신규 출자 카드를 꺼낸 것이다. 정부 내에서는 2조 원 규모의 현물출자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산은은 통상 자본금의 10배가량을 대출하고 있기 때문에 2조 원이 추가 출자되면 20조 원가량의 대출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번 추가 출자 논의에 관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글로벌 각국이 보조금 형태로 첨단산업을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책금융 지원마저 위축되면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며 “산은이 올해 정책자금 공급 목표를 이행하다 보면 BIS 비율이 더 하락할 수 있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산은의 자본금이 늘면서 개별 기업의 대출 문턱도 한 단계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산은법에 따르면 산은은 특정 차주에 대해 자기자본의 20% 이내 금액만 대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산은의 자본이 확충되면 특정 차주 대출 한도가 확대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낮음 금리에 자금을 구하기 위해 산은을 찾는 기업들이 많지만 대출을 받기는 쉽지 않다”면서 “국내 유력 대기업이 추가 대출을 위해 산은을 찾았지만 여신 한도에 걸려 대출이 제한된 사례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산은이 지금까지 정부로부터 받은 자본금은 이번 출자를 포함하면 약 26조 원으로 늘어나게 된다. 산은의 법정 자본금 한도 30조 원을 감안하면 앞으로 받을 수 있는 정부 출자금은 4조 원 남았다.
김우보 기자 ub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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