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기업대출 늘리자 부실채권 비율도 상승

경기둔화·고금리 이어지자
고정이하여신 0.32%로 늘어
가계대출보다 증가속도 빨라

경기가 악화하면서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기업이 늘자 기업대출 부실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기업대출 강화에 나선 시중은행의 건전성이 향후 나빠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17일 KB국민·하나·우리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대출 중 부실채권(NPL)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비율은 2022년 0.26%에서 지난해 말 0.42%로 0.16%포인트 올랐다. 하나은행은 같은 기간 0.24%에서 0.29%로 상승했다. 각각 18일과 29일 사업보고서를 공시하는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역시 기업대출 부실이 커지고 있는 추세는 비슷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흐름은 가계대출과 비교하면 더 뚜렷하다. 2023년 말 국민·하나·우리은행의 기업대출은 총 587조9772억원으로, 이 중 고정이하여신이 1조8593억원(0.32%)이었다. 가계대출 총액 432조1484억원 가운데 고정이하여신이 7399억원(0.17%)으로 집계된 것보다 비율이 두 배가량 높다. 전년 대비 부실채권 비율의 증가 폭 역시 기업 부문이 가계 부문보다 컸다. 기업대출은 2022년 말 총 545조5829억원 중 고정이하여신이 0.24%(1조3327억원)로 1년 새 0.08%포인트 늘었다. 가계대출은 2022년 말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14%를 기록해 0.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기업대출이 가계부채보다 많이 늘어나고 있어 앞으로 부실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 기업대출은 2022년 말 1170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247조7000억원으로 6.6% 확대됐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3.5% 늘어난 데 비해 증가 폭이 크다.

특히 올해 들어 이런 차이가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13일 한은은 지난달 예금은행의 기업대출이 한 달 새 8조원 증가했으며, 이는 2월 이후 역대 두 번째 증가 폭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억제해 은행들이 대신해서 기업대출을 늘려 이자 수익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