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주 장관 "中企 글로벌화 지원···日 등 주요국과 '상시협의체' 만들 것"
◆대담=정영현 성장기업부장
36년 외교 네트워크 기반, 재외공관과 긴밀 수출 협업체계 구축
중기부가 거버넌스 역할···단기 이벤트 아닌 정책적 대화 나설것
중대법 모르는 소상공인 수두룩···제조환경·안전장비 개선 지원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의 안정적인 해외 진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일본 등 주요 국가들과 정책 소통 창구 역할을 할 ‘상시협의체’ 구성에 적극 나설 방침입니다. 이슈가 있을 때만 찾는 것이 아니라 주요 국가와 정례적으로 만나는 확립된 채널을 통해 우리 기업의 글로벌화에 단초를 제공할 것 입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이달 1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중소기업·벤처·스타트업은 해외시장을 겨냥하지 않으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글로벌 진출은 필수”라며 “중기부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주요국들과의 정책 교류 채널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정책 방향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6년간의 외교관 공무 경험을 토대로 오 장관은 취임 이후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강조하고 있다. 급변하는 대외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이 생존을 넘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해외 진출을 통한 성장이 답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 취임 이후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 방향에는 ‘외교통’으로 통하는 그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기업 경쟁력을 위해 시선을 외부로 돌려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에 오 장관이 중기부를 맡게 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 장관은 이번 인터뷰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가장 잘 아는 중기부가 ‘거버넌스’ 역할을 해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러한 판단은 베트남 대사 시절 한국 의료기기에 불리하게 적용되던 베트남 의료기기 공공 입찰 규정을 직접 발로 뛰며 폐지시키는 등 수많은 해외 진출 중소기업을 지원한 경험을 통해 더욱 확고해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오 장관은 “국가 간 치열한 협상, 소통 업무가 다수인 국제 외교 경험은 갈등 관계 조정, 관계 부처 협업 등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며 “그간 쌓아온 글로벌 경험과 외교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재외공관과 긴밀한 수출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관계 부처들의 수출 규제 개선도 주도적으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중기부는 최근 외교부와 함께 우리 창업 기업의 현지 창업 생태계 적응을 지원하는 ‘재외공관 협업 K스타트업 글로벌 네트워킹 지원 사업’을 시행할 재외공관으로 튀니지 대사관, 샌프란시스코 총영사관,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시애틀 총영사관, 호찌민 총영사관, 싱가포르 대사관, 베트남 대사관 등 7곳을 선정했다. 이에 대해 오 장관은 “13일(현지 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네트워킹 행사에서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도 행사 협조 및 현지 정보를 제공하는 등 K스타트업 글로벌화를 위해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중기부와 외교부가 협업해 모범적인 성공 사례를 이미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스타트업이 보다 다양한 국가에 진출할 수 있도록 현지 사정에 밝은 외교부와 협의해 협업 재외공관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재외공관을 중심으로 현지 공공기관·민간기업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파악된 현지 정보로 국내 관계 부처 및 기관이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함께 돕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오 장관이 밝힌 주요 국가들과의 정책 소통 창구 마련 계획은 중기부의 이러한 행보에서 한층 더 진화된 정책 구상이다. 타 부처와의 협업을 넘어 중기부가 주도적으로 해당 국가와 수출 정책 및 다양한 이슈들을 협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오 장관은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정부 간 정책 파트너를 가지고 있는 것이 기업 글로벌화에 굉장히 중요한 요소로 보고 실무 차원에서 접근 중”이라며 “지금 다른 국가들과 단기적 이벤트 등 새로운 것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보다는 정책적으로 다이얼로그(대화)를 가져가야 하고, 이를 통해 파생된 정책들은 우리 기업의 해외 진출 또는 수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국가 간 상시협의체 구성은 교류가 많은 주요국부터 시작할 방침이다. 특히 오 장관은 5월 초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특화 맞춤형 지원센터인 K스타트업센터(KSC) 개소식을 계기로 일본 정부와 상시협의체 구축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일본에는 글로벌 벤처캐피털(VC)이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이들이 우리 스타트업에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일본은 우리 스타트업이 투자받기에 굉장히 매력적인 곳으로, 가능하면 일본과 적절한 수준의 정책 협의 채널을 만들고 싶고 이를 위해 일본을 방문하는 동안 일본 정부 관료들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중소·벤처기업 정책 또한 오 장관이 각별히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다. 지역 중소·벤처기업 육성은 수도권·비수도권 간 격차 해소,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소멸 방지 등에 기여할 수 있는 파급력이 높은 분야라는 게 취임 이후 수많은 현장을 다니며 내린 결론이다.
이를 위해 중기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기업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오 장관은 “지역 현장을 방문해보니 지방 기업들도 수출에 대한 열망이 높아 지자체별로 해외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중기부가 거버넌스 역할을 해줄 수 있느냐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준비 중인 글로벌 대책 전략에 외부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우리가 이러한 부분들을 모아 대사관에 연계하는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지자체 글로벌 행사와 지역 산업 육성 거점 기관인 테크노파크 등에 대해 중기부가 앵커 역할을 담당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효과를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많은 중소기업의 요구에도 결국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이 유예 없이 시행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내면서도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오 장관은 “현장에 가보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고 영세 기업에는 너무나 어려운 법이라 많은 사람이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며 “근로자들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목적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준비가 덜된 상황에서의 법 시행이 과연 기업과 노동자들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오 장관은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만큼 소규모 사업장의 대응을 지원하기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우선 소공인 작업장을 진단해 개선하는 ‘클린 제조 환경’ 조성과 제조 중소기업의 안전장비 등을 지원하는 중대재해 예방 바우처 사업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공인들을 대상으로 올해 안에 중대재해법 대응 방안을 담은 소공인 대책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오 장관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중대재해 예방을 지원하면 동반성장지수평가에 반영하는 등 중기부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며 “특히 법 자체를 모르는 영세 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지방청·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등을 통해 제도와 지원 내용을 적극 안내할 것”이라고 말했다.
She is···
△1964년 마산(현 창원) △1986년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학사 △1988년 제22회 외무고시 합격 및 외무부 입직 △1995년 미국 UC샌디에이고 국제관계학 석사 △2000년 주후쿠오카 영사 △2007년 주중참사관 △2013년 외교부 개발협력국장 △2015년 주유엔대표부 차석대사 △2017년 다자외교조정관 △2020년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소장 △2022년 주베트남 대사 △2023년 외교부 제2차관 △2023년 12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정리=노현섭 기자 hit8129@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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