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量에서 質로 전환한 일본거래소 성과
버블때 200개, 현재 32개로
거품붕괴 후 부진 계속 증시
체질바꾼 일등공신 거래소
상장社수 중시 양적경영서
기업가치 중심으로 전환
1989년,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 중 일본 업체는 200개가 넘었다. 일본 증시의 황금기였고 거품경제가 정점에 달했던 시기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시총 500대 기업 중 일본 기업 수가 32개로 줄어든 것은 거품 붕괴 후 '일본주식회사'가 걸어온 침몰의 역사를 보여준다.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기업 중 글로벌 시총 500대에 포함된 회사가 1989년 13개에서 지난달 말 74개로 6배 늘어날 정도로 도약하는 동안 일본 경제와 증시는 지지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랬던 일본 증시가 작년부터 외국인 투자 유입과 기업 실적 개선 등을 바탕으로 달라지기 시작하더니 올해 들어 34년 만에 버블기의 주가(닛케이평균주가)를 회복한 데 이어 이달에는 사상 처음 4만을 돌파하며 부러움을 사고 있다.
달라진 증시에 일본의 자신감도 조금씩 높아지는 듯하다. 지난달 런던에서 열린 행사에서 야마지 히로미 일본거래소그룹(JPX) 최고경영자는 "지금이야말로 (해외 투자자가 일본은 그냥 지나치는) '재팬 패싱'을 버리도록 할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가 상승은 경영자들의 자신감을 높여주기 마련이고, 일본 기업들이 해외에서 기업을 인수하려는 모습도 더욱 활발해지며 투자심리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분석한다. 수십 년 이어져온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나는 데 증시의 활황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웃 나라의 증시 체질 변화는 경기 부진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된다. 일본 증시의 부활에는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미·중 갈등 불안 속에서 중국을 빠져나온 자금이 일본으로 향했고 일본 기업이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됐던 것도 큰 영향이다. 올 들어서만 닛케이평균주가가 4만을 돌파했던 지난 4일까지 일본 증시의 외국인 순매수는 2조6000억엔이나 됐다. 증시를 떠받치는 것은 역시 기업의 실적이고,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곳곳에서 사상 최고 실적을 내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됐다. 이 밖에도 탈디플레이션의 조짐, 저금리,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에 올라탄 일본 반도체 장비·소재 기업의 선전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본 증시 성장의 일등공신 중 하나로 불리는 곳이 JPX다. 그리고 여기에는 상장기업의 숫자에 얽매이던 '양적 성장'에서 기업가치를 올리려는 '질적 설장'으로 패러다임을 바꾼 발상의 전환이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높였기 때문이다.
JPX는 도쿄·오사카 증권거래소가 2013년 통합해 발족했다. 과거 경쟁 관계였던 도쿄·오사카 증권거래소는 신흥 기업의 상장 장벽을 낮춰 유치 활동을 벌이며 상장기업 숫자를 늘리려는 양적 경영에 골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일본 증시는 성장성이 소규모인 종목이 난립했고 시장 기능도 저하됐다.
JPX는 2022년 4월 도쿄 증시를 4부 체계에서 3부 체계로 개편한 후 시장 활성화를 위한 회의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에 못 미쳐 투자자에게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기업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전문가 조언에 귀를 기울인다. 이를 발단으로 JPX는 작년 상장기업들에 PBR 개선에 대한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주문했고, 이는 외국인 투자자 등의 발길을 끌어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JPX의 질적 성장 전략으로 평가받는 게 이 PBR 대책이다.
일본 증시가 선전하고 있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가 많고 금리·환율 등 변수도 적지 않아 향후 상황을 낙관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JPX가 몇 년 새 만들어낸 변화와 증시를 바꾼 패러다임의 전환은 주목할 만하고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아 보인다. 증시든 경제든 생각의 전환 없이 체질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김규식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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