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수도권 위기론' 엄습…돌파구 찾지 못하고 전전긍긍
막말 파문에 이종섭·황상무 리스크…첫 선대위서도 언급 없어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총선을 24일 앞둔 17일 여권 안팎에서 '수도권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본격적인 선거 제체로 당을 전환하고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고심이 더욱 깊어지는 모습이다.
위기론은 숫자로도 확인된다. 한국갤럽이 지난 12~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국민의힘 서울 지지율은 일주일새 15%포인트(p) 빠졌고, 같은 기간 민주당 지지율은 8%p 올랐다. 여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 역시 서울에서 31%로 전주(42%)보다 11%p 떨어졌다. 야당이 승리해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은 48%에서 58%로 10%p 상승했다.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조국혁신당이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이종섭 주호주대사 출국 논란, 총선 후보자들의 막말 파문,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의 '기자 회칼 테러' 발언 등 여러 난맥상이 겹친 영향이다.
여권 내에는 위기론이 상당하다. 당 지도부 핵심 인사는 "수도권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고, 선대위 핵심 인사도 "경기도가 위험하다, 여당에 유리하지 않다는 건 확실히 말할 수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첫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위기 의식이 대두됐다.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안철수 의원은 회의에서 "최근 민심의 흐름을 보여주는 데이터들은 매우 엄중하다"며 "개별 정당 지지도만 바라보는 착시효과 대신에, 여소야대가 우려되는 민심의 흐름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도부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내에선 첫 선대위 회의인 만큼 이종섭 대사나 황상무 수석, 수도권 위기론 등 민감한 현안이 의제에 올랐어야 하는데, 현안은 언급하지 않은 채 현수막 확대, 선대위 일정 조정, 대변인 확충 등 실무적인 얘기만 오갔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두발언에서도 대야 공세에만 집중해 "선대위가 평소 비상대책위원회의와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도 있다.
당 관계자는 "서울만 보면 4년 전 10%p 이상 차이로 졌던 후보들을 똑같이 내놓았고, 대통령과 당대표만 바뀌었는데 이대로는 지난 21대 총선과 큰 차이 없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전신 미래통합당은 지난 4년 전 총선 당시 서울 8석, 경기 7석, 인천 1석 등 수도권 121석 중 16석을 얻어 참패했다. 이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경기 고양, 오산 등 야당 강세 지역을 돌며 험지를 집중 공략하는 한편, 막말 논란이 있는 총선 후보자의 공천을 취소하며 위기론이 더 확산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 고금리 등 민생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후보자들의 의혹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분위기를 반전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종섭 주호주대사 임명에 따라 정권심판론이 다시 거세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경제 상황이 좋지 않고, 이번 총선이 구조적으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갖고 있는 데다, 국민의힘이 공천을 거치면서 이완되는 분위기가 있었다"며 "후보자들 막말 논란에 이종섭 전 장관이 이슈의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국민의힘 우세 분위기가 변화가 생긴 것 같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 교수는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선거에서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퍼지는 와중에 조국혁신당이 등판하면서 (정권심판론이 재점화하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도 영향을 줬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선거에서 민심의 흐름이 변화하는 주기가 굉장히 빨라졌다"며 "비례대표 공천, 추가 막말 논란, 가계부채 문제, 부동산 문제 등 지뢰가 산적해 있어 현재의 분위기가 총선까지 이어질 것이라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angela0204@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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