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vs 올트만’ 누가 이길까…세기의 소송 ‘속내’는 따로 있다는데 [뉴스 쉽게보기]

신화 기자(legend@mk.co.kr),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4. 3. 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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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최근 인공지능(AI) 업계를 뒤흔들만한 싸움이 벌어졌어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챗GPT의 운영사인 오픈AI와 샘 올트만 CEO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건 일이에요.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두 기업의 리더가 정면으로 맞붙은 셈이죠.

오픈AI도 머스크의 주장에 반박하는 자료를 공개하면서 싸움이 커지고 있어요. 이번 다툼은 전 세계 AI 관련 기업들과 미국의 빅테크 기업, 한국의 반도체 기업까지 수많은 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로 여겨져요. 이 싸움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따라 AI 기술의 미래가 뒤집힐 수도 있기 때문이에요.

머스크와 올트먼의 옛날이야기
두 리더의 이야기는 지난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요. 당시는 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 분석해 학습하는 기술을 뜻하는 ‘딥러닝’ 기술이 막 발전하기 시작한 시점이었어요. 머스크와 그의 절친한 친구 래리 페이지 구글 CEO는 모두 딥러닝 기술의 엄청난 가능성을 알아봤고, 바둑 AI ‘알파고’를 개발해 세상을 놀라게 한 ‘딥마인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어요.

그러다 구글에서 머스크보다 한발 빠르게 딥마인드를 인수해요. 이 사건을 계기로 머스크는 구글의 딥마인드에 대항할 만한 새로운 AI 연구조직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되죠.

딥마인드
그렇게 머스크가 샘 올트먼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과 손을 잡고, 2015년 12월에 만든 조직이 바로 ‘오픈AI’예요. 이들은 ‘인류를 위한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인공일반지능)’을 개발하겠다는 목표로 비영리 연구소를 만들기로 했죠. AGI는 모든 상황에 인간처럼 적응해 두루 활용할 수 있는 AI를 말해요. 비영리 연구소이기 때문에, 소유주의 사적인 이익 대신 인류 전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성격이 뚜렷했어요.

일론 머스크는 오픈AI의 설립 초기 4400만달러(약 588억원)에 달하는 돈을 기부했고, 초기 사무실 임차료도 대신 내줬다고 해요. 그런데 오픈AI 연구를 진행하면 할수록 돈이 점점 더 많이 들어갔어요. 머스크의 주장에 따르면 매년 최소 1조 원이 넘는 돈이 필요했다고 해요. 문제는 머스크 혼자 이 돈을 감당하기에는 당시 테슬라의 상황이 어려웠다는 거예요. 지금이야 테슬라가 잘 나가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사업을 막 키워가던 단계라 자금력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러자 오픈AI 내부에서도 투자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어요. 문제는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비영리 법인에서 사익을 추구하는 영리 법인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그게 ‘인류를 위한 연구’라는 오픈AI의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거였어요.

외부 투자 문제를 두고 갈등이 이어지다가, 머스크는 결국 2019년 오픈AI에서 손을 뗐어요. 머스크가 물러난 이후 오픈AI는 영리적 성격의 일반 회사 ‘오픈AI LP’를 따로 세웠고,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굵직한 투자자들로부터 외부 투자를 받아요. 든든한 돈줄이 생긴 오픈AI는 AI 기술 연구에 몰입해 2022년 말, 세상을 놀라게 한 ‘챗GPT’를 발표하죠.

그럼 지금 오픈AI는 어떤 상황이야?
머스크가 나간 이후 오픈AI의 회사 구조는 조금 독특해졌어요. 영리 회사에서 돈을 벌 수는 있지만, 공익을 위한다는 창립 목적을 지키기 위해 모든 관리는 비영리 단체에서 담당해요. 회사 경영과 관련한 모든 결정도 비영리 단체에서 내리고요. 또 영리 회사에서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가져갈 수 있는 이익에는 한계를 뒀어요. 이 선을 넘어가는 수익은 모두 경영을 맡은 비영리 단체에 기부하는 식이죠.
손 떼고 나갔는데...왜 이제 와서?
이번에 머스크가 오픈AI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핵심 내용은 ‘영리사업을 중단하고, AI 기술을 공개하라’는 거예요. 모든 인류를 위한 AI 기술을 개발하는 게 사명이었는데,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면서 본래의 목적을 잃었다는 거죠.

머스크는 “이날까지도 오픈AI의 웹사이트는 이 회사의 사명은 ‘AGI가 모든 인류에게 혜택을 주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공언하지만, 현실에서 오픈AI는 폐쇄형 소스로,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큰 기술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자회사로 변모했다”고 주장했어요. 폐쇄형 소스라는 건 AI 기술의 핵심인 코드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실제로 오픈AI는 AI 소스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있어요. 챗GPT 학습에 사용되는 데이터나, 모델 구축을 위한 코드 등은 제3자가 확인할 수 없죠. 반면에 메타 등 몇몇 빅테크 기업들은 AI 소스를 공개하는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요. 머스크는 오픈AI가 초기 설립 취지대로 모든 연구 성과와 기술을 공공에 개방해야 한다는 입장이에요.

여기까지만 들으면 정말 오픈AI가 수익에 눈이 멀어 초심을 잃은 것처럼 들릴 수도 있어요. 그런데 최근 오픈AI 측에서 머스크의 주장을 뒤집을만한 내용을 발표했어요. 오히려 머스크가 오픈AI를 이용해 영리사업을 하려고 했고, 심지어 먼저 ‘수십억 달러’를 모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거예요.

지난 1월 스위스에서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는 샘 올트만 오픈AI CEO. /사진=로이터통신
오픈AI는 지난 5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과거 머스크와 주고받았던 이메일 내용까지 공개하면서 반박에 나섰어요. 오픈AI의 주장에 따르면, 과거 머스크는 오픈AI에 대한 민간기업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걸 반대하는 입장이 전혀 아니었다고 해요. 오히려 오픈AI를 테슬라의 일부로 만들려고 했는데, 이게 어려울 것 같으니까 ‘테슬라에서 AI를 연구하는 조직을 따로 만들겠다’며 나갔다고 하고요.

오픈AI는 머스크가 결국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소송을 걸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머스크가 오픈AI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는데, 그가 물러난 이후로 챗GPT가 탄생하며 승승장구하기 시작했거든요. 자기가 창업했던 조직이 자기가 물러난 이후에 잘 되니까 질투심에 시비를 걸고 있다는 거예요.

사실은 이게 다 여론전?
그런데 머스크가 정말 단순한 질투심에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사실은 머스크의 소송이 AI의 ‘오픈소스 vs 폐쇄형 소스’ 논란을 키우기 위한 ‘여론전’이라는 시선이 많아요.

AI 기술 개발은 속도보다 안정성이 중요한 분야로 여겨져요. SF 영화를 보면 너무 똑똑한 나머지 인류를 위협하는 고성능 AI 이야기가 등장하잖아요? 정말 인간보다 똑똑한 AI가 개발된다면, 인간이 기술을 통제할 수 없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안전장치가 필요하죠. 그래서 AI 연구는 특정 기업이 폐쇄적으로 진행할 게 아니라, 모두가 투명하게 보면서 감시할 수 있는 ‘오픈소스’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는 여론이 커요. 그런데 오픈AI는 이름과는 다르게 기술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어서 실제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고요.

사실 머스크도 오픈AI가 모든 AI 기술을 공개할 의무가 있지는 않다는 걸 이해하고 있어요. 오픈AI의 주장에 따르면, 과거에 “오픈AI의 개방성은 AI가 구축된 후 모든 사람이 그 결실의 혜택을 누려야 한다는 뜻이지, 그 과학적인 내용을 공유해야 한다는 건 아니다”라는 동료의 말에 머스크가 ‘그렇다(Yup)’고 답했다고 하거든요.

결국 머스크의 목적은 오픈AI의 기술을 공개하게 하는 게 아니라, 오픈AI에 불만을 품고 있던 오픈소스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 있다는 이야기죠. AI가 워낙 모든 산업에 막대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보니, CEO들끼리 이렇게 진흙탕 싸움까지 벌이고 있는 것 같아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CEO의 싸움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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