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입센이 남긴 유언 같은 연극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3. 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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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것만 기억해라" "좋은 기억이 없으면요?" "어쩔 수 없지나처럼 살지 말거라."

서울시극단이 '현대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크 입센이 1896년 발표한 연극 '욘, John'을 무대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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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극단 '욘, John' 공연
3월 29일부터 세종문화회관
연극 '욘, John'에 출연하는 배우 정아미, 이남희, 이주영(왼쪽부터). 서울시극단

"좋은 것만 기억해라" "좋은 기억이 없으면요?" "어쩔 수 없지…나처럼 살지 말거라."

서울시극단이 '현대극의 아버지'로 불리는 헨리크 입센이 1896년 발표한 연극 '욘, John'을 무대에 올린다.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은 최근 연습실 공개 참관에서 "연극적인 인물과 대사가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며 "오늘날 우리들의 인생 축소판 같은 작품이어서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작품은 젊은 시절 쌓은 막대한 부와 명예를 잃고 8년간 칩거해 온 욘 가브리엘 보르크만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의 갈등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자유의지, 고독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욘의 아내 귀닐은 아들 엘하르트를 가문의 영광을 되찾기 위한 희망으로 생각하며 구속하고, 귀닐의 쌍둥이 언니이자 욘의 전 연인인 엘라 역시 자신이 15년간 기른 조카 엘하르트에게 집착을 보인다. 세 인물들에 짓눌려 살아온 엘하르트는 아버지 대에서 있었던 사건들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삶을 개척하려 한다.

공연에 참여한 배우들은 작품의 인물들이 관객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지점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욘을 연기하는 이남희 배우는 "욘은 권력과 허상을 좇는 우리 시대 남자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며 "희로애락의 파노라마를 겪은 이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그의 모든 생각과 허상을 파기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극단원이자 엘하르트 역을 맡은 이승우 배우는 "엘하르트는 누구의 아들, 누구의 조카 등 수식어가 많은 인물이고 이 수식어들에서 벗어나려 하는 인물"이라며 "타인의 욕망이 아니라 자신이 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좇고자 하는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공연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단장은 '욘, John'의 백미로 4막에서 욘과 엘라가 손을 잡고 산에 오르는 장면을 꼽았다. 그는 "연출을 하면서 그 부분을 꼭 넣고 싶었다"며 "만년의 입센이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유언을 주는 듯하고, 인생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3월 29일부터 4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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