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을 다해 “고마워”···윤길중 개인전 ‘나무, 살아내다’
화성시에는 ‘형도’라는 섬이 있다. 이곳에는 휘어지거나 넘어진 채로 차라는 버드나무가 많다. 본래 바다였던 곳을 간척해 육지로 만들었는데, 염분이 많은 땅에서 나무가 자라자니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했다. 위태롭게 자란 나무들은 거세게 부는 바닷바람을 이기지 못해 넘어지거나 부러져 기이한 형태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나무들의 처연하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사진에 담은 윤길중 작가의 개인전 ‘나무, 살아내다’가 성남시 분당구 아트스페이스J에서 다음 달 25일까지 열린다.
25점의 사진을 통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크게 세 가지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훼손이 생태계에 초래한 혼란 ▲척박한 환경을 살아남는 나무들의 모습이 인간의 삶과 닮았다는 점 ▲투병 시기 위안과 힘이 돼준 나무들에 대한 감사함.
작가는 인간이 개발이익을 위해 생태교란을 한 결과 나무들이 기형의 형태로 존재하는 현실을 사진에 담았다. 생태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간척을 통해 땅을 넓히거나 물길을 막아 댐을 만들다 자연질서가 파괴됐고, 그 여파를 나무들이 받아내는 모습이다.
동시에 작가는 갑작스레 닥친 고난에도 어떻게든 살아내는 나무의 모습이 인간의 삶과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전시를 기획한 한혜원 아트스페이스J 실장은 “코로나19처럼 누구도 예상 못한 일이 닥쳤는데 우리도 어떻게든 버티지 않았냐"며 “그런 인간의 삶이 나무의 삶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큰 수술을 받고 난 후 보게 된 나무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작가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어떻게든 가지를 뻗어나가고, 처연할지언정 굳건히 살아있는 나무들을 보며 작가는 투병할 힘을 얻었다.
작가는 형도의 나무들에게서 위안만 받은 것 같아 늘 빚진 마음이었다. 나무들에게 받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어 ‘씨줄, 날줄’ 직조 기법으로 온 힘을 다해 나무를 어루만졌다.
작가는 그동안 촬영한 사진의 일부를 두 장씩 프린트했다. 한 장은 가로, 세로로 실처럼 얇게 잘라서 삼베를 짜듯 한 줄 한 줄 엮어 다른 한 장에 붙였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나무의 상처 부위를 수없이 어루만졌다.
“벌판에서 힘겹게 버티며 살아가는 나무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가 투병하던 때에 나무들에게 받았던 위안을 감사하게 느끼고 그 마음을 표현하고 싶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박채령 기자 cha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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