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질리지 않는 유일한 것 [서울 말고]

한겨레 2024. 3. 1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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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일 이른 아침, '방갈모 한글교실 루앙프라방 2024년 겨울 캠프 및 라오스투어' 행사를 마치고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번에 다녀온 '방갈모한글교실루앙프라방'은 '방갈모'의 부설기관이다.

'한글교실'은 라오스 제2의 도시 루앙프라방에 3층 건물을 임대해 라오스 청소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야학 성격의 학교다.

연초에 '방갈모한글교실'에 꿈같은 일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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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방갈모 한글교실 루앙프라방 2024년 겨울 캠프-한글문양이 들어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에코백 만들기’ 행사 모습. 필자 제공

신현수 | ㈔인천사람과문화 이사장·방갈모 상임대표

지난 3월1일 이른 아침, ‘방갈모 한글교실 루앙프라방 2024년 겨울 캠프 및 라오스투어’ 행사를 마치고 무사히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지난해 4월 초부터 5월 말까지 두 달여의 교육 봉사활동을 마칠 때도 제자들과 헤어지기 힘들었는데, 이번에도 만날 때와 이별할 때 거의 눈물바다였다. 눈물 바람이라니, 우리가 잃어버린 감정들이었다. 겨울 캠프 첫째 날에는 ‘한글문양이 들어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부채 만들기, 김밥 만들기, 연극 놀이, 한국노래 배우기’ 등의 수업이 있었고, 둘째 날에는 ‘한글문양이 들어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에코백 만들기, 윤동주 시 컬러링북 그리기, 유부초밥 체험, 민속놀이’ 등의 행사가 있었다. 첫째 날에는 40도에 육박하는 불볕더위를 뚫고 얼마 전 사들인 학교 터에도 다녀왔다.

‘방갈모’는 ‘라오스 방갈로초등학교를 돕는 모임’의 약칭이다. 2017년 1월, 우연히 라오스 여행을 떠났다가 루앙프라방주 푸쿤 시에 있는 방갈로초등학교를 방문하게 됐다. 방갈로 마을은 깊은 산속에서 화전을 일구던 주민들이 정부 정책에 따라 산악도로 부근으로 이주하여 살아가고 있는 작고 가난한 산골 마을이고, 방갈로초등학교는 이 마을에 세워진 전교생 60여 명의 작은 산골학교였다. 몇몇 어린이들은 동생들까지 업고 와서 옆자리에 앉히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우리네 가난했던 1950~60년대 유년기가 떠올랐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에도 아이들이 계속 눈에 밟혀 몇만 원의 후원금을 보내다가, 결국 비영리민간단체 ‘방갈모’까지 결성하게 됐다. 그동안 급수시설, 외벽 페인트, 교문, 담장, 운동장 놀이시설, 마을 방송 시설, 교무실 컴퓨터, 정수기, 의약품, 체육복 등을 지원했다.

지난달 26일 ‘방갈모 한글교실 루앙프라방 2024년 겨울 캠프-한글문양이 들어간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부채 만들기’ 행사 모습. 필자 제공

이번에 다녀온 ‘방갈모한글교실루앙프라방’은 ‘방갈모’의 부설기관이다. ‘한글교실’은 라오스 제2의 도시 루앙프라방에 3층 건물을 임대해 라오스 청소년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야학 성격의 학교다. 수파누봉대학교 쏨밧 교수와 인연이 닿아 학교를 시작하게 됐는데, 쏨밧 교수는 한국 창원대에 유학 와 석사과정을 마친 젊고 유능한 교수다. 한국어 말하기, 쓰기 모두 매우 유창하다. 연초에 ‘방갈모한글교실’에 꿈같은 일이 생겼다. 방갈모에서는 작년부터 학교 건물을 짓기 위한 벽돌쌓기 모금사업을 진행했는데, 학교 재정 형편과 모금액에 맞는 부지가 나와 계약까지 마쳤다. 현재 세 들어 있는 건물이 내년 2월25일 계약 만료인데, 그전까지 리모델링을 마치고 이사할 예정이다. 고맙게도, 우리가 매입한 학교부지에 고치면 쓸만한 집이 한 채가 있고, 그걸 리모델링 하면 아쉬운 대로 교실, 교사숙소, 식당, 화장실 등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2차 모금을 진행해, 남은 땅에 소박한 2층 건물을 신축하고 싶다. 내년 2월에는 지난해 입학한 제자들이 2년간의 과정을 마치고 졸업을 하는데, 제자들과 방비엥으로 1박2일의 졸업여행을 다녀오려고 한다.

어떻게 하다가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게 됐는지 나 자신도 잘 믿어지지 않는다.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들도 여러 사람이 힘을 모으면 기적이 일어나곤 한다. 오직 지치지 않고, 오직 질리지 않는 유일한 것, 그것은 바로 ‘나눔’과 ‘사랑’이다. 살면서 가장 중요한 건 돈과 명예가 아니라 ‘사랑’과 ‘나눔’이다.

톨스토이는 말했다. 사랑을 미루지 말라고. 인간이 죽으면서 가장 많이 후회하는 일은 ‘사랑을 미룬 것’이다. 이유가 있어서 하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는 사랑,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사랑이 바로 이유 없는 사랑이다. 아무 조건 없는 사랑. 그러므로, 사랑은 지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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