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당번 없애고, 여행 지원·승진기회 확대…‘MZ 공무원’ 이탈 막아라

지난해 11월 서울 시내 한 주민센터에서 직원들이 민원 행정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젊은 공무원 이탈을 막기 위해 서울 지자체들이 안간힘이다. 시보 떡과 밥 당번 등 시대에 맞지 않은 관행을 없애는 한편 복지 제도를 만들어 처우 개선에도 나서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조직 문화 개선 움직임은 독려를 넘어 제도화되고 있다.

금천구는 올해 초 익명으로 운영되는 직원 소통창구에 들어온 의견을 수렴해 ‘밥 당번’을 없앴다고 17일 밝혔다. 이는 일반 직원들이 팀·과장 등 간부들과 돌아가면서 점심을 같이 먹는 문화로 선후배 간 접점을 만들려는 취지지만, 식사까지 업무 연장이 된다며 젊은 직원들의 불만이 컸다.

앞서 오랜 공무원 문화였던 ‘시보떡’ 관행 역시 최근 몇 년 새 사라졌다. 6개월 시보 생활 후 정식 임용된 신입 직원이 감사의 의미로 떡을 돌리는 전통이나 사회 초년생에게 큰 부담을 준다는 문제 제기가 많았다. 이에 구청 측에서 시보 해제자에게 선물을 주는 방식으로 전환된 곳이 많다.

금천구 관계자는 “간부 모시기로도 비칠 수 있어 식사 순번제를 폐지하라고 일선 부서에 공유했다”며 “4~5급 과·국장들을 대상으로 8~9급 직원이 MZ세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강의 시간도 가졌다”고 전했다.

선배가 멘토가 돼 업무와 조직문화를 가르쳤던 데서 후배가 간부급의 ‘역멘토’가 돼 시대의 흐름 등을 설명하는 자리도 늘어나는 추세다. 저임금과 경직된 문화가 맞물려 MZ세대의 퇴사율을 높이고 신규 유입을 막는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서울시와 시내 25개 자치구의 신규 공무원 채용 경쟁률은 7급 53대 1, 9급 12대 1 수준으로 2020년 각각 74대 1, 17대 1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감소세다. 입사한 지 3년이 되지 않은 저연차 공무원의 퇴직은 2018년 186명(1년 차 미만 105명)에서 2022년 223명(159명)으로 늘었다.

서울시 4급 간부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열린 ‘창의행정리더십 특강’에서 저연차 공무원들이 MZ세대의 소통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시인재개발원 제공

강서구는 올해 8급 이하 MZ 공무원 40명으로 ‘혁신주니어보드’를 꾸려 조직문화 혁신 캠페인과 세대 격차 해소를 위한 역멘토링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서울시도 모든 과장급 공무원들이 받는 리더십 교육 과정에 저연차 직원에게 MZ세대의 조직 적응을 위한 업무·소통 방식을 배우는 역멘토링 시간을 추가했다. 서울시의 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자인 MZ세대가 전체 직원의 절반까지 비중이 늘어난 상황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을 중시하는 이들 젊은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시민 불편을 개선한 아이디어를 낸 직원 개인에게 100만~5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근무성적평정에 ‘실적 가점’을 만들어 성과급·승진 우대 요소로 활용하는 식이다.

광진구는 지난해 9급 정원을 줄이고 8급 정원을 늘려 9급 공무원들이 빠른 승진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업무의 보람을 키우는 한편 일반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공무원 임금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또 중요 직무는 월 10만~15만원씩, 6개월간 수당을 지원해 업무 성과에 따른 보상 체계를 강화했다.

송파구가 지난해 구내식당에서 연 요리 교실에 젊은 공무원들이 참석해 수업을 듣고 있다. 송파구 제공

송파구는 저연차 직원들의 퇴직률을 낮추기 위해 지난해 무주택 공무원의 주거 대출 이자 지원을 올해 확대했다. 이자율을 연 2%에서 1%로 낮추고 지난해 39명이었던 대상자를 60명까지 늘린다. 1인 청년 가구나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구내식당에서 요리 교실을 열고, 지역 상점과 제휴해 할인도 받을 수 있게 했다.

올해부터는 신규발령 후 6개월이 지난 시보 해제자와 실근무 만 5년이 되는 일반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소정의 여행비를 지원한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