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휴전 협상 재개…하마스 한발 물러섰지만, 이스라엘은 중재안 퇴짜
하마스, ‘즉각 종전’ 주장 일부 철회
이스라엘 “비현실적”…라파 공습 승인도
답보 상태에 빠졌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휴전 협상이 이르면 17일(현지시간) 재개될 예정이다. 하마스가 협상 걸림돌이었던 ‘즉각 종전’ 주장을 일부 거둬들이며 대화에 숨통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하겠다는 뜻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꼽힌다.
AP통신은 이날 이집트 당국자를 인용해 중단됐던 휴전 협상이 이르면 17일 오후 카타르 도하에서 다시 열린다고 보도했다.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 시작 전이었던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이집트 카이로에서 진행된 협상에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던 이스라엘도 이번엔 데이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을 카타르로 보냈다.
외신들은 ‘즉각 종전’을 협상 조건을 내세웠던 하마스가 다소 완화된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고 전했다. 가디언은 “하마스가 주요 요구 사항을 포기하면서 휴전 희망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전날 이스라엘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1차로 맞교환하면서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철수 기한을 정하고, 이후 영구 휴전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즉각적인 종전에선 한발 물러선 것이다.
나아가 AP통신은 하마스가 1단계로 6주의 휴전 기간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 35명과 팔레스타인 수감자 350명을 교환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2개 주요 도로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2단계에선 양측이 영구 휴전을 선언하고 이스라엘 병사 인질과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맞바꾼다. 마지막 3단계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봉쇄를 푸는 대신 하마스가 사망한 인질 시신을 이스라엘에 인계한다.
미국은 이번 협상엔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기로 했지만,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상황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마스의 이러한 태도 변화는 국제사회 압박이 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카타르 당국이 하마스가 협상에 진지하게 임하지 않는다면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등 카타르에 머무는 하마스 고위 인사들을 모두 추방하겠다고 경고한 것이 효과를 봤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이스라엘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하마스 제안에 대해 “비현실적인 내용”이라고 평가절하했다. WSJ는 “하마스 제안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 내각 극우 인사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며 오히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의 작전 확대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15일 국제사회가 반대하는 가자지구 라파에서의 지상군 투입을 최종 승인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16일 요르단을 방문해 “인질들이 석방되고 가자지구에 인도주의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휴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라파 공격은 수많은 민간인 사상자를 낼 수 있다.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WSJ는 또 이스라엘군이 이스라엘과 가자지구 경계에 일명 ‘완충지대’를 조성하면서 가자지구 농경지와 학교, 주택을 파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 급습 이후 팔레스타인인 출입을 금지하는 비무장지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WSJ는 전문가를 인용해 “완충지대가 완성되면 가자지구 면적 16%가 줄어든다”며 “이는 가자지구 영토 보존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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