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입사한 직원, 말은 안 통해도 괜찮다” 왜…일상 들이닥친 ‘로봇침공’ [박민기의 월드버스]

박민기 기자(mkp@mk.co.kr) 2024. 3. 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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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물류창고에 로봇 ‘디짓’ 배치
아직 단순업무 반복하는 정도이지만
AI시대 도래하면서 발전 가속화 전망
“휴머노이드와 공존 조만간 가능해질 것”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24’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가 관람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P 연합뉴스]
인간의 형상을 갖춘 로봇 ‘휴머노이드’가 인류와 함께 일하며 공존하는 사회는 오래 전부터 영화 등 미디어를 통해 예견돼 왔습니다. 약 20년 전인 2001년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에이아이(AI)’를 비롯해 2004년 개봉한 윌 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 2014년 개봉작 ‘그녀(Her)’, 2021년 개봉작 ‘아임 유어 맨’ 등은 인류가 휴머노이드 로봇 및 인공지능(AI) 기술과 협력하거나 경쟁하며 사는 세상을 그려냈습니다.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AI기술 개발에 속도가 붙으면서 이들과 인류의 공존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연이 됐습니다.

현실과 영화 속 상황은 아직 조금은 다릅니다. 인류사회는 로봇과 AI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결과물은 영화가 보여주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해당 산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2021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본격 시작한다는 계획을 밝혔을 때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큰 혁신을 기대했습니다. 이후 약 3년이 지났지만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력은 아직 세상을 놀라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2년 첫 공개된 옵티머스 시제품은 역동적 활동은커녕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어 보이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러나 로봇 개발과 AI기술이 만나기 시작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향한 기대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업무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사례도 점점 늘고 있습니다. ‘유통 공룡’으로 불리는 아마존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시애틀 인근에 위치한 아마존 물류창고는 최근 인간 대신 키 175㎝의 로봇 ‘디짓’을 시범적으로 투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짓은 사람과 비슷한 형태를 하고 있지만 담당하는 업무는 실제 인간의 일보다는 상대적으로 단순합니다. 선반에서 노란색 빈 케이스를 꺼내와 물류창고 컨베이어벨트 위에 올려놓는 일을 반복 수행하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디짓은 현재 시험 단계의 로봇으로 물류 산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정도의 기술력에는 다다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인류사회가 아직 ‘로봇 혁신’의 초기 단계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마존의 디짓 투입은 엄청난 기술적 도약으로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디짓을 제작한 기업 어질리티로보틱스는 로봇이 인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의 선봉에 섰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어질리티로보틱스는 앞으로 연간 1만대의 로봇을 제작해 전 세계 물류창고에 배치하고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택배 상하차 등 휴머노이드가 투입될 수 있는 작업 영역도 차차 넓혀가겠다는 계획입니다.

로봇기술은 꾸준히 발전하고 있지만 시장은 아직 이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좀 더 똑똑하고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자율적인 로봇을 바라고 있지만 현재 기술력은 아직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아이로봇사가 출시한 로봇청소기 ‘룸바’와 아마존의 물류창고 작업을 돕는 로봇은 로봇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히지만 아직 AI기술이 100% 접목된 ‘인류의 동반자’보다는 ‘자동화된 로봇’ 수준에 더 가깝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며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지만,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인간과 교감이 가능하고 공존할 수 있는 기술 수준까지는 아직 다다르지 못한 것입니다.

엔지니어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작하는 모습. [사진 출처 = AP 연합뉴스]
하지만 마침내 AI시대가 도래하면서 조만간 인간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이 양산될 거란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로봇기술 개발 현장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은 최근 AI모델과 컴퓨터 비전 소프트웨어 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완성형 휴머노이드 로봇의 현실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완성형 휴머노이드 로봇이 투입되면 현재 공장 등에서 반복적인 단순 작업에만 투입되는 로봇과는 달리 좀 더 광범위한 분야에서 위험하고 힘든 인간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완성형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럭스캐피탈 소속 샤힌 파르시치 제너럴 파트너는 “이미 인류사회 다방면에서 지난 10여년 동안 인간형 로봇이 역할을 해왔다”며 “과학자들은 휴머노이드와의 공존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로봇기술 발전을 위한 기업들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입니다. 로봇 개발 스타트업인 ‘피규어AI’는 올해 2월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겸 회장과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등 거대 기술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스타트업 지원을 위해 6억7500만달러(약 899억원)를 투자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럼에도 로봇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 환경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벤처캐피털 기업들은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년 동안 로봇기술 개발에 대한 투자를 점점 줄여오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휴머노이드 기업들이 지난해 유치한 자본은 2018년의 4분의 1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렇다고 로봇 산업의 미래가 마냥 암울한 것은 아닙니다. 럭스캐피탈은 로봇 개발에 필요한 자금 조달이 얼어붙은 것은 일시적 현상일 뿐 전반적인 로봇 산업 수요를 대변하는 지표가 되지는 못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로봇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산업 초기 단계인 만큼 이 같은 야망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휴머노이드 산업 규모가 언젠가 자동차 산업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 같은 예측을 뒷받침하듯 미국 최대 규모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팅(창업기획자) 기업인 ‘Y콤비네이터’는 최근 자사 관심 분야 목록에 ‘로봇공학’과 ‘기계학습’을 포함시켰습니다. 앞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투자를 적극 늘려가겠다는 취지로 풀이됩니다.

Y콤비네이터 소속 디애나 후 파트너는 “앞으로 스타트업들이 고급 로봇을 만드는 것이 더 쉬워지고 비용은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마침내 인간과 유사한 수준의 로봇을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다”고 말했습니다.

[매일 쫓기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알면 알수록 더 좋은 국제사회 소식.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 주의 가장 핫한 이슈만 골라 전해드립니다. 단 5분 투자로 그 주의 대화를 주도하는 ‘인싸’가 될 수 있습니다. 읽기만 하세요. 정리는 제가 해드릴게요. 박민기의 월드버스(World+Univers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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