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역 앓이’에 빠진 지구촌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시사저널=오윤환 중앙대광명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최근 홍역이 세계적으로 문제다. 이미 홍역 퇴치 인증을 받은 나라에서도 산발적으로 유행하는 중인데, 우리나라도 해외 유입 홍역 환자가 늘고 있어 위험이 증가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 28만 명의 홍역 환자가 발생했고 2022년과 비교하면 유럽은 937명에서 4만2605명으로 무려 45.5배 늘었다.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이 속한 서태평양 지역에선 1391명에서 4540명으로 3.3배 증가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최근 해외여행 증가 등으로 환자가 2023년 8명 발생했고, 올해 들어선 3월초인데 벌써 5명이나 나왔다.
예방접종으로 퇴치할 수 있는 홍역이 이렇게 갑자기 다시 증가한 이유는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예방접종률이 하락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홍역 퇴치 인증 국가에서도 발생하는 것은 홍역 예방접종이 완전하지 못한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역은 접촉 전염성이 매우 높은 급성 발진성 호흡기질환이다. 이미 약독화 생백신이 1960년대에 개발돼 사용되고 있어 국내에서는 그리 흔하지 않은 질병이었지만, 최근 예방접종률 하락과 해외 유입으로 인해 다시 문제가 되고 있다. 홍역 바이러스는 홍역 환자의 호흡 분비물에 노출되어 전파되기도 하고, 비교적 입자가 큰 호흡기 비말과 직접 접촉해 전파되기도 한다. 홍역 환자는 증상이 발생하기 하루나 이틀 전부터 발진이 나타나고, 그 후 나흘 정도까지 강한 전염력을 가진다. 홍역에 감염되면 증상이 나타나기까지 평균 10일 정도, 발진이 나타나기까지는 약 2주 걸린다.

초기에는 독감으로 착각할 수도
홍역에 걸리면 피로감·기침·콧물·결막염·발열 같은 증상들이 호흡기 전구증상으로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발진이 없어 독감 같은 호흡기질환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홍역의 특징 중 하나는 코플릭 반점이라는 증상인데, 보통 어금니가 닿는 입안 피부에 모래알 크기의 자잘한 청백색 반점이 나타난다. 다른 감염에는 없는 홍역만의 특징이다.
그 후에는 간지럽지 않은 붉은 발진이 귀 뒤에서 시작해 몸통과 손바닥, 발바닥 등 사지의 아래쪽으로 퍼져 나가거나 합쳐지기도 한다. 증상이 가장 심한 시기이며 이 시기를 지나면 발진은 나타났던 순서대로 점차 사라진다. 피부는 갈색으로 변색되거나 껍질이 벗겨지기도 한다. 발열은 보통 반점이 생기고 4~5일째 떨어지는데, 지속되는 경우는 주의가 필요하다.
합병증 중 가장 흔한 것은 중이염과 폐렴, 크룹(기관지에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 그리고 뇌염이다. 합병된 폐렴은 바이러스성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세균 감염으로 인한 이차성 폐렴도 흔하다. 유아에서 크룹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는 중증 질환으로, 때때로 기관 삽관 같은 시술이 필요할 때도 있다. 홍역으로 인한 뇌염은 흔치는 않으나 발생하는 경우 약 10%가 사망한다. 뇌염으로 인한 후유증도 심하기 때문에 경과에 대한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홍역 예방은 MMR백신으로 이루어진다. 12~15개월 소아에게 투여하고, 4~6세 사이에 한 번 더 접종한다. 최근 홍역 유행 지역에서는 가속접종을 통해 6~11개월 아이에게 접종을 권한다. 이 경우 12~15개월에 1회, 4~6세 사이에 한 번 더 접종한다. 5개월 이하 아기는 엄마에게 받은 항체 영향이 있어 예방접종 효과가 떨어지므로 권장되지 않는다. 성인 중 감염 고위험군에게도 예방접종이 필요하다. 이미 홍역에 걸린 적이 있거나, 2회 접종받은 경우를 제외하면 예방접종을 챙겨야 한다. 다만 생백신이기 때문에 장기이식 등으로 인한 면역억제자에서 홍역 감염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예방이 최선이지만 홍역에 걸렸다면 대증치료가 우선이다. 합병증에 대해서는 개별 합병증에 적합한 치료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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