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장세, 속도조절 들어가나…미국, 일본 통화정책 주목해야
코스피지수가 2700선을 넘어서자 외국인들이 저점에서 사들였던 주식이 차익매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주 금요일 외국인들이 1조원 넘게 매물을 쏟아내면서 코스피지수가 50포인트 넘게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도 12원 이상 올랐는데 추가상승을 위해선 기간조정을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5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1.91% 하락한 2666.84로 마감했다. 전날까지 매수기조를 보였던 외국인들이 돌연 1조323억원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기업들 주가가 큰 폭으로 밀렸다. 기관도 610억원 주식을 팔았다. 이 물량은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에게 넘겨졌다. 외국인 매도는 지난해 7월25일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이번주 증시는 외국인과 기관 동향에 달려있다. 당분간 외국인들의 차익매물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급여건이 좋지는 않지는 않다. 미국 물가안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있어 금리인하가 어렵게 됐다는 점도 신중론에 무게를 싣는다.
전문가들은 현지시간 19~20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개최하는 FOMC가 기준금리를 현행(5.25~5.5%)처럼 유지하되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제시하는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2회(기존은 3회)로 조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연준 의장이 의회연설을 통해 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고 언급했고 다수의 연준 위원들이 2~3번 금리인하를 언급하고 있다"며 "만약 점도표가 후퇴(하향조정)된다면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증권 리서치센터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금리 인하 횟수가 3회에서 2회로 조정되거나 인하시기가 밀릴 경우, 경기개선 지속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이 금융시장에 선반영되고 있다는 점도 거론했다.
일본의 금리정책이 변하게 되면 한국증시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도 들여다볼 변수다. 금리가 오르면 엔화가치가 강세를 띄고, 이렇게 되면 일본산 제품의 수출단가가 높아지는 만큼 한국 같은 경쟁국엔 호재가 될 수 있어서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일본 (주식) 시장 강세 이유는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 호조와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이 크다"라며 "외국인 투자자가 엔화 강세 전환을 계기로 한국 시장 매수를 강화할 것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다만 금리가 환율과 수출에 영향을 미치려면 적잖은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일본의 금리인상을 즉각적인 호재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있으나 전반적으로는 고점에서 기다리고 있는 매물을 소화하기에는 매수세가 다소 약하기 때문에 이번주 시장은 보수적으로 보는 게 적절하다는 평가다.
한편 전세계 투자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AI(인공지능)와 관련해서 엔비디아가 미국에서 개최하는 '그래픽반도체 기술컨퍼런스(GTC)'가 현지시간 18~21일 열린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AI 반도체 관련 기술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국내기업들은 주주총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한국예탁결제원은 이번주 12월 결산 상장법인 가운데 371개사가 정기주총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코스피 202개사, 코스닥 164개사가 주총을 연다. 이번 주총 시즌에 새로운 주주환원책이 대거 등장할지도 주목된다.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기업들의 밸류업 호응 수준이 증시 향배를 좌우할 척도라는 관측이 그동안 제기돼 왔다. 대표적인 저 PBR(주가순자산비율) 업종인 금융업종 주요 기업을 포함한 대형주 주총도 이번주 예정돼 있다. 21일 현대차와 삼성생명에 이어 22일 KB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가 주총을 연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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