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네타냐후 교체’ 주장에 “훌륭하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슈머 연설에

16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축제 현장에 이스라엘에 계속 무기를 파는 미국과 조 바이든 대통령을 풍자하는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발렌시아/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교체를 주장한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연설에 대해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5일 백악관을 방문한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와 만나면서 슈머 원내대표의 전날 발언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그 연설에 대해 자세히 말하지는 않겠다”면서도 “훌륭한 연설이었고, 그는 자신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이 공유하는 심각한 우려를 표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슈머 원내대표가 사전에 연설 내용에 대해 백악관 고위 관계자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평가는 선거를 통한 네타냐후 정권 교체라는 슈머 원내대표의 주장에 공감을 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슈머 원내대표는 전날 상원 연설에서 “네타냐후는 평화의 장애물”이라며 선거를 통한 정권 교체가 필요하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의 강한 반대에도 가자지구 남단 라파흐로의 진격을 공언하고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계속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동맹국의 정권 교체를 거론하는 연설에 동의를 표시한 셈인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네타냐후 총리와의 관계가 사실상 파탄 지경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슈머 원내대표가 연설 내용을 백악관에 미리 알렸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쪽은 슈머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가 속한 리쿠드당이 “이스라엘은 ‘바나나 공화국’(부패하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작은 나라)이 아니라 독립적이고, 네타냐후 총리를 선출한 자랑스러운 민주주의 국가”라는 반응을 내놓는 등 반발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상원의원들을 중심으로 이스라엘과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는 (이스라엘 정부를) 더 압박하고, 사람들이 굶어 죽지 않도록 미국의 모든 정책 지렛대를 사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밴홀런 의원 등 민주당 상원의원 10여명은 이스라엘의 행동은 미국의 원조 제공을 방해하는 나라에는 무기 판매와 이전을 금지한다는 해외원조법 위반이라며 대응을 요구하는 서한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