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주자들, 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거침없는 혐오 발언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국경을 무단으로 넘은 이주자들을 겨냥해 “내 생각에 그들은 사람이 아니다”고 폭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외국산 자동차에 대대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내가 재선되지 않으면 미국 전체가 ‘피바다’(bloodbath)가 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상원의원 경선 지원 유세차 찾은 오하이오주에서 2021년 1월6일 의회 폭동에 가담해 구속된 자신의 지지자들을 “인질” “믿을 수 없는 애국자들”이라며 조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된 2020년 대선 결과는 조작됐다는 거짓 주장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미 남부 국경을 통해 유입되는 이주자들이 감옥에서 나온 이들이라고 주장하면서 “그들을 ‘사람’이라고 불러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급진파가 이는 끔찍한 말이라고 하기 때문에 나는 말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재임시 강경 이민 정책을 추진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도 이주자와 외국인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 정서를 거리낌없이 표출하고 있다. 그는 재선되면 국경을 폐쇄하고 미등록 이주자들을 전면 추방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국경 통제가 실패했다고 비판하면서 대다수가 중남미 출신으로 무단으로 미국과 멕시코 국경을 넘어 온 이주자들을 가리킬 때 “이주자 범죄”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세 도중 “이민자들이 우리나라의 피를 오염시키고 있다”고 한 발언을 두고는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한 독일 나치 정권을 연상시킨다는 지적도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산업과 관련 “모든 (외국산) 자동차에 관세 100%를 부과할 것”이라면서 “내가 재선되지 않으면 모두에게, 미국에게 피바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1월5일 실시되는 대선에서 자신이 패배할 경우 불복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다만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이 발언에 대해 “연설 단락을 실제로 들어보면 그는 자동차 산업과 관세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바이든의 정책은 자동차 산업과 노동자들에게 피바다를 야기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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