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기술 쏟아지고 환자는 더 편리함 찾는 시대...디지털 혁신 소극적인 병원엔 환자 안 갈 것”

허지윤 기자 2024. 3. 17.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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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막스 美 클리블랜드클리닉 전CIO 인터뷰
미 선도 병원들 코로나 계기 디지털화 박차
어린이 환자 VR로 돌보고...병원 인근 호텔서 원격진료
”환자·의료진에 더 나은 경험 제공 기술 도입, 변화 받아들여야”
미국 대표 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한 에드워드 막스 전 클리블랜드클리닉 최고정보책임자(CIO)가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현재 막스 어드바이저리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디지털 전환 전략 갖고 있는 병원은 얼마나 될까요? ‘IT전략이 있느냐’는 물음에 전체 병원의 50%는 ‘있다’고 답합니다. 하지만 ‘그런 전략을 보여 달라’고 하면, 여기에 답할 수 있는 병원은 ‘5%’로 줄어듭니다.”

미국의 의료혁신자문 회사인 막스어드바이저리(Marx Advisory) 에드워드 막스 최고경영자(CEO)는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최첨단 기술이 개발돼 있으나, 실제 이를 도입하고 적용하려는 실행력은 느리다”고 꼬집었다.

막스 대표는 “최첨단 디지털 의료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는 병원과 그렇지 않은 병원의 격차가 점점 커질 것”라고 병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막스 대표는 디지털 의료혁신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꼽힌다. 그는 세계 최상위 5대 병원 중 한 곳인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의 최고정보책임자(CIO)를 지내며 병원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었다. 막스 대표가 이끄는 막스 어드바이저리는 병원 등에 헬스케어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최고 권위의 의료 정보기술(IT)협회인 힘스(HIMSS)가 선정한 디지털 헬스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막스 대표는 14~15일 ‘메디컬 코리아 2024′의 포럼 발표연사로 초청돼 한국을 찾았다.

막스 대표는 “디지털 의료 혁신을 위해 재정적·인적 자원을 투입하고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영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는 ‘디지털리스트’가 생존하게 될 것”라고 강조했다.

미국 대표 병원인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한 에드워드 막스 전 클리블랜드클리닉 최고정보책임자(CIO)가 1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현재 막스 어드바이저리최고경영자(CEO)로 일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막스 대표는 ‘디지털 혁신 시도에 있어 가장 적극적이고 진보적인 의료기관’을 묻는 질문에 미국 미네소타 메이요클리닉, 클리블랜드클리닉을 꼽았다. 메이요클리닉과 클리블랜드클리닉은 뉴스위크와 통계전문기업 스태티스타가 세계 30개국 2400~2500개 병원의 순위를 매년 발표하는 ‘세계최고병원1·2위 기관으로 수년째 최상위권을 유지 중이다. 막스 대표는 한국에선 한국의 삼성서울병원을 꼽았다.

막스 대표는 “클리블랜드클리닉의 경우 소아 암환자 진료, 수술에 ‘가상현실’, ‘증강현실’을 이미 활용하고 있고, 이제는 이를 성인 환자로도 확대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항암화학치료 고통과 불안 등을 경감하기 위해 가상현실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것으로, 어린 환자가 디지털 기기를 착용하고 약물 치료를 받는 식이다.

막스 대표는 “한국 삼성의료원의 디지털 혁신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하다”며 “병원 차원에서 ‘양자 컴퓨팅’ 같은 기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스 대표 “퀀텀컴퓨팅 기술을 통해 병원의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속도를 95% 줄일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하면 병원 시스템과 의료진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막스 대표는 “코로나19 대유행이 미국 선도 병원들의 디지털 혁신 속도를 앞당긴 측면도 있다”면서 “가장 큰 변화가 온라인, 디지털 환경에서 진료와 환자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가능해졌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메이요클리닉의 경우 원격 진료·돌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일례로 메리어트호텔과 파트너십을 맺고 입원 환자가 병원에 있다가 인근 호텔로 이동해 원격으로 나머지 돌봄, 관리를 받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막스 대표는 “환자가 병원에 쭉 입원하는 게 아니라 원격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환자가 호텔, 가정에서 돌봄(care)을 받을 수 있다”며 “데이터를 분석해 이런 원격 진료 서비스의 효용에 관해 연구해본 결과, 환자 만족도는 크게 상승하고, 의료비용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막스 대표는 “앱(응용 프로그램)이나 클라우드 컴퓨팅,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혈압 등 건강 데이터를 보다 쉽게 관찰할 수 있게 되고, 환자 입장에서는 먼 걸음 하지 않고도 각종 이미지와 서류를 전송하거나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음성 자동화 기록 시스템을 통해 의사는 컴퓨터 모니터를 모지 않고 환자 눈을 보며 진료에 집중할 수 있다”며 “환자가 느낄 의료 서비스의 질과 의료진 업무 과부하 측면에서 모두 도움이 되는 기술들”이라고 했다.

병원들이 빠르게 디지털 혁신을 시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이유가 있으나, 병원 입장에서 수익 감소, 즉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고 싶지 않아 하는 게 현실적인 이유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동화 기술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반대 심리도 작용하고 있다”며 “애석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막스 대표는 “그럼에도 디지털 혁신은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생존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래 의료진에게 다양한 디지털 기술 활용에 대해서도 교육해야 한다”며 “디지털리스트가 돼야 한다”고도 했다.

막스 대표는 “아시아를 포함해 전 세계 환자들이 지금도 한국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이미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봇, 인공지능, 유전자 분석·편집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구글과 아마존 같은 거대 딥테크 기업이 보건의료 분야의 혁신을 꾀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앞으로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고, 환자는 보다 편리하고 유용한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는 디지털 혁신에 적극적이지 않은 병원에는 결국 환자가 찾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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