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 “살해 협박 이미 경험…대통령실이 혐오 공유”

박강수 기자 2024. 3. 17.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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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 이후 문화방송 기자를 향한 살해 협박과 각종 사이버테러가 이미 있었던 만큼, 황 수석 발언에 자극받은 일부 극단적 정부 지지층의 테러 시도가 또다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문화방송이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 등을 두고 현 정부와 줄곧 갈등을 겪어온데다 과거 실제 살해 협박 사례까지 있었던 만큼, 이 기자는 황 수석의 발언을 결코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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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회칼 테러’ 발언에
“농담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
지난 2022년 11월21일 ‘일베저장소’ 게시판에 올라온 이기주 문화방송(MBC) 기자 살해 협박 글. 이기주 기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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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이 나오자 문화방송(MBC) 내부에서는 ‘대통령실에서 엠비시에 대해 단순히 ‘싫다’를 넘어, 아예 ‘없애고 싶다’ 수준의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022년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 이후 문화방송 기자를 향한 살해 협박과 각종 사이버테러가 이미 있었던 만큼, 황 수석 발언에 자극받은 일부 극단적 정부 지지층의 테러 시도가 또다시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기주 문화방송 기자는 17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2022년 11월) 당시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협박글에서도 ‘사시미 칼로 찔러 죽이겠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 황 수석 발언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자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와의 통화 중에도 ‘해도 적당히 해야지, 그러다 엠비시 너희들 다 죽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대통령실 사람들이 엠비시에 대한 극단적 혐오를 공유하고 있다면 위험하고 참담한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이 기자는 2022년 11월18일 출근길 약식회견(도어스테핑) 자리에서 문화방송의 ‘바이든-날리면’ 보도를 “악의적인 행태”로 규정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뭐가 악의적이냐”고 따져 물은 뒤 이를 말리는 이기정 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과 언쟁을 벌였다. 이후 극우 성향 인터넷커뮤니티 일베에 이 기자를 겨냥해 “내가 총대 메고 엠비시 찾아가서 죽인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올라왔고, 시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신변보호를 위한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문화방송이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보도 등을 두고 현 정부와 줄곧 갈등을 겪어온데다 과거 실제 살해 협박 사례까지 있었던 만큼, 이 기자는 황 수석의 발언을 결코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 비판 보도를 할 때마다 고소·고발이 들어오고 기자가 수사 대상이 된다. 보도국 내 거의 모든 팀에 수사 받고 있는 기자가 있다”며 “다들 공영방송 기자라는 사명감으로 버티고 있지만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힘들어 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 기자가 겪은 사건 이전에는 역시 문화방송 소속 임아무개 기자에 대한 사이버테러와 과도한 ‘신상털기’ 논란이 있었다. 임 기자는 윤 대통령 비속어 발언 당일인 2022년 9월22일(한국 시간 기준) 문화방송 낮 뉴스에서 이 소식을 전한 뒤, 사이버테러 수준의 무차별 ‘신상털기’와 인신공격에 노출됐다. 전자우편과 커뮤니티 및 에스엔에스(SNS) 게시물, 유튜브 영상 댓글 등을 통해 임 기자를 공격한 일부 누리꾼은 그의 가족에 대한 공격성 발언까지 쏟아냈다. 임 기자는 이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개인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경찰의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이 기자는 “황 수석 전임자인 강승규 전 시민사회수석도 엠비시를 겨냥해 관제 데모를 요청한 통화 내역이 (언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바 있다“며 “엠비시에 대한 반감을 가진 사람들이 황 수석의 발언에 자극 받아 살해 협박 때처럼 테러를 저지르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황 수석은 지난 14일 일부 출입기자와 오찬 자리에서 문화방송 기자를 콕 집어 “엠비시는 잘 들어”라며 ‘군 정보사 오홍근 회칼 테러 사건’을 언급해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은 1988년 월간지에 군사정권 비판 칼럼을 쓴 오홍근 기자가 군 정보사령부 군인들에 의해 당한 테러를 가리킨다. 황 수석은 문제 발언 직후 ‘농담’이라고 했으나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16일 출입기자 알림방에 사과 글을 올렸다.

박강수 최성진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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