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톡] 추리 부실 공사, '아파트404'
이 아파트, 분양가가 상당하다. 국민MC 유재석부터 대세 중 대세 제니까지 몸값을 한껏 끌어올렸다. 큰맘 먹고 입주한 아파트, 알고 보니 뼈대 없는 순살아파트다. '아파트404'는 왜 '부실 공사' 오명을 썼을까.
tvN 예능프로그램 '아파트404'(연출 정철민)가 베일을 벗었다. 유재석을 비롯해 차태현, 오나라, 양세찬, 이정하, 제니까지 6인의 출연진이 아파트 입주민이 되어 실제 아파트에서 벌어졌던 전대미문의 사건,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추리 예능이다.
'시공간 초월 실화 추적극'을 메인 테마로 내세웠다. 각 에피소드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구성했다. 1998년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발견된 황금 발견 사건부터 불법과외, 종말론 사기극까지 1990년대를 뒤흔들었던 이슈를 아파트라는 공간에 엮어 추리의 장을 만들었다.
'크라임씬', '대탈출' 시리즈 등 선배 추리 예능과의 차별화 시도도 엿보인다. '런닝맨' 등을 연출했던 정철민 PD는 추억을 '아파트404' 메인 테마로 소개했다. "197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추억을 소환하며 실화만의 긴장감을 가미한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추억을 관통하는 키워드 Y2K, 레트로가 '그 시절 아파트 감성'을 재현했다. 1990년대에 유년기를 보냈던 이들이라면 기억할 체리색 몰딩 인테리어라던지 LP, 비디오 테이프, 뚱뚱한 컴퓨터 등의 소품이 몰입을 돕기 위해 마련됐다.
출연진 면면도 화려하다. 유재석을 필두로 '유라인' 차태현, 오나라, 양세찬이 지원사격에 나섰고, 90년대생 제니와 이정하가 자칫 '그 밥 그 나물'로 비칠 수 있는 조합에 신선함을 불어넣으려는 의도도 보였다. 특히 '미추리' 이후 오랜만에 버라이어티 예능에서 모습을 비춘 제니를 향해 숱한 기대가 모였던 상황.
기대를 안고 완공된 '아파트404'. 그러나 '떡상'의 길은 요원해보인다. 2.7%로 시작해 지난 8일 3회까지 방송된 '아파트404'의 시청률은 1.7%까지 내려앉았다.(닐슨코리아 전국 케이블 기준) 국내 화제성도 지지부진하다. 화제성 분석업체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표한 3월 1주 차 TV-OTT 통합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에선 9위에 그쳤다.
대부분의 불호평이 가리키는 문제 원인은 추리다. 추리극을 표방했으나, 부실한 추리가 발목을 잡았다. 추리를 내세워 아파트를 세웠는데, 정작 추리는 있으나 마나 한 '아파트404'. 철골 빠진 순살아파트와 다를 바 없는 모양새가 됐다.
혹자는 '아파트404'에서 '런닝맨'과 '식스센스', '미추리'의 실루엣이 어른거린다고 할 정도. 달리 말하면 이도 저도 아닌 혼종이 된 셈이다.
힌트를 얻기 위해 진행하는 뜬금없는 미니게임은 헛웃음을 부르고, 서사 몰입 직전에 친절하게 떠먹여 주는 힌트는 김 빠지는 상황을 만든다. 추리가 빠진 공백은 메인 스토리와 동떨어진 예능적 시추에이션으로 채운다. 분위기 환기 목적이 아닌 오로지 재미를 위한 편집과 연출이라는 점이 강력하게 드러난다. 그럼에도 재미가 없다는 건 큰 패착이다.
'롤플레잉' 형식으로 각 역할에 과몰입해 추리를 해나가는 '크라임씬' 시리즈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 것도 과제다. 하필이면 비슷한 시기, 같은 플랫폼에 공개가 됐다. '크라임씬'을 기대한 시청자에게는 맥 빠지는 지루함을, '런닝맨' 스파이 특집을 예상했던 시청자들에게도 '굳이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었어야 하는지' 의문을 남긴다.
출연진 활용에서도 아쉬움을 자아낸다. 유재석은 콩트와 토크 하나는 의심의 여지없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 '아파트404'에서는 이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아파트404' 출연진이 단체로 '핑계고'에 나서 격 없이 토크를 나눈 1시간짜리 '집들이는 핑계고' 영상이 더 재밌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등의 기회는 있다. 실화를 소재로 한 만큼, 각 에피소드가 가진 이야기의 잠재력이 발휘될 여지는 있다. 불호평을 딛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대중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iMBC 백승훈 | 사진제공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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