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롭힌 사장이 셀프 조사까지?"…고용부 지침에 피해자 속출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가 회사 대표임에도 자체 조사까지 하도록 한 고용노동부의 지침으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분기별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조사에 따르면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 혹은 사용자의 친인척이었다는 응답은 2023년 1분기 25.9%, 2분기 27.3%, 3분기 22.5%로 모두 20% 이상이었다.
이처럼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인 경우가 적지 않지만 고용노동부는 지난 2022년 괴롭힘 행위자가 사용자인 경우 '근로감독관 직접 조사 및 자체 조사 지도·지시를 병행하는 것'으로 처리지침을 개정했다. 즉, 괴롭힌 사장이 셀프조사까지 맡게 된 셈이다.
이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 사건 조사·조치의 객관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근로감독관이 직접 조사 병행'이라며 공정성을 의도했지만 어떤 사건을 직접 조사할 것인지, 조사를 자체적으로 맡기고 지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회사 대표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신고한 A씨의 사연이 대표적이다. 그가 신고한 대표는 고용부 지침에 따라 지인인 노무사에게 조사를 맡겼다. 그 결과 명백한 증거를 배제당했고, 허술한 결론이 내려졌다.
대표의 배우자인 임원이 지속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해 참다못해 노동청에 신고했다는 B씨는 근로감독관으로부터 회사가 선임한 노무법인의 결과보고서를 보고 최종 판단할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고용부 지침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소용이 없었고, 결국 직장 내 괴롭힘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노무법인 보고서에 따라 근로감독관이 사건을 종결시켰다.
직장갑질119 측은 "객관성 담보를 위해 근로감독관 병행 조사를 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근로감독관 직접 조사가 어떤 기준으로, 어느 정도 비율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것도 심각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 고용부는 사용자 괴롭힘을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와 신고 후 미조치를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한 경우를 구분하지 않고 통계를 내고 있다.
직장갑질119 김유경 노무사는 "2019년 7월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이후 사용자의 괴롭힘에 대한 사내 신고 및 조사의 한계와 문제점이 속출해 2021년 10월 법 개정을 통해 사용자의 괴롭힘에 대한 과태료가 신설됐다"면서 "직장 내 괴롭힘 행위 주체 중 유일하게 과태료 부과 대상인 사용자에 대하여 노동청이 사용자에게 조사를 맡긴다는 것은 법 개정 취지에도 어긋나며, 근로감독관의 직접 조사를 해태하게 만드는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장영준 기자 jjuny5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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