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10억’ 인도 총선 일정 확정…노골적 힌두 국수주의 모디 3연임 가능성↑
이슬람교도 차별 정책·야권 탄압 행보
집권당 BJP 543석 중 370석 확보 예상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선거로 꼽히는 인도 총선 일정이 16일(현지시간) 확정됐다. 약 10억명에 달하는 유권자가 카스트 계급과 종교, 인종과 상관없이 한 표를 행사한다는 점에서 인도는 지금까지 민주주의 모범 국가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노골적인 힌두 국수주의 정책과 야권 탄압으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3연임 가능성이 커지자 인도가 자랑하던 민주주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임기 5년의 연방 하원의원 543명을 선출하는 총선을 오는 4월19일 개시한다고 밝혔다. 등록 유권자가 9억7000만명에 이르고, 공식 언어인 힌두어와 영어 외에도 약 800개의 언어가 존재하는 등 복잡한 사회 체계를 지닌 만큼 선거는 6주간 7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최종 결과는 6월4일 발표된다.
인도 총선은 전 세계 민주주의 꽃으로 불린다. 알자지라는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라며 “북쪽의 히말라야부터 남쪽의 인도양까지, 동쪽의 언덕부터 서쪽의 사막까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부터 가장 작은 마을까지 9억7000만명의 유권자 누구나 투표에 참여할 권리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105만개가 넘는 투표소에서 100% 전자 투표가 이뤄져 기술적으로도 진보한 선거라는 극찬을 받는다.
라지브 쿠마르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총선 일정을 발표하면서 “이번 총선에 등록된 유권자는 몇 개 대륙의 유권자를 합한 수보다 많다”며 “전 세계 민주주의 횃불로 남을 수 있는 총선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인도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총선을 겨냥한 모디 총리의 노골적인 힌두 민족주의 행보가 인도 사회를 분열케 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인도 정부는 지난 11일 이슬람교도 탄압 논란이 일었던 시민권 개정법(CAA)을 시행하기로 했다. 이 법은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방글라데시에서 종교 박해를 당해 2014년 12월31일 이전 인도로 넘어와 불법 체류하고 있는 힌두교도·불교도·기독교도 등 6개 종교 신자에게 인도 시민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이슬람교도는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2019년 해당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자 수도 뉴델리 등에선 대규모 반대 집회가 열렸고, 모디 총리는 인도 헌법 토대인 세속주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을 수용해 법 시행을 보류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전체 인구의 약 80%를 차지하는 힌두교도 표를 독식하기 위해 이슬람교도 차별 정책을 전격적으로 시행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9일엔 아룬 고엘 선거관리위원이 돌연 사퇴하는 일도 벌어졌다. 고엘 위원은 2022년 11월 임기 5년의 선거관리위원에 임명됐고, 유력한 차기 위원장으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외신들은 고엘 위원이 친여 성향의 쿠마르 위원장과 각종 현안마다 충돌했다고 전했다. 이에 제1야당 인도국민회의(INC)는 “정부가 헌법 기관인 선관위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2014년부터 집권하고 있는 모디 총리의 3연임은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BBC 등에 따르면 여당인 인도국민당(BJP)은 543석 가운데 370석 확보를 목표로 내걸었다. 기타 친여 정당까지 합하면 400석 안팎을 차지할 전망이다. 인도 정치전문가 바스카라 라오는 알자지라에 “선거 기간이 길어질수록 집권당에 유리하다”며 “공정한 선거를 보장하기 위해 투표 과정을 단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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