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포스코, 사활 건 수주전… 불붙는 여의도 한양 재건축
강남과 견줄만한 지역 부상 기대
여의도 1호 재건축 상징성 관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양아파트 시공사 선정 예정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막판 수주전을 펼치고 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은 기존 588가구를 최고 56층, 아파트 956가구로 재건축하는 프로젝트다. '서울의 맨해튼'으로 불리는 여의도의 1호 재건축 사례가 될 가능성이 커 관심이 쏠린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1호 상징성 확보를 위해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인 '오티에르'와 함께 3.3㎡당 798만원이라는 경쟁사에 비해 공사비를 내걸었다. 최근 건설원자재 급등세를 고려하면 사실상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또 일반분양으로 수입 발생 시 소유주 환급금 지급과 사업비 대출을 선상환한 이후에 공사비를 받는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일반적으로 시공사는 일반분양 수입 발생 시 공사비 우선 상환이라는 조건을 내걸어 소유주 입장에선 환급금 지급과 사업비 대출 상환 시기가 미뤄지며 각종 이자 비용이 증가한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이앤씨는 공사비를 나중에 받겠다는 안을 제시한 것이다. 여의도 한양의 공사 기간이 약 57개월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이자비용 절감 효과가 발생, 소유주에게 돌아가는 환급금 증가가 예상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이엔드급 아파트라고 하면 공사비를 3.3㎡당 900만원 중반대는 잡아야 한다"며 "수익을 포기하더라도 실적을 쌓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건설은 최고급 주거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접목한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를 제안하면서 하이엔드를 넘어 '하이퍼엔드'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글로벌 건축 그룹인 SMDP와 협업해 한강 조망을 극대화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유명 리조트 조경에 특화된 SWA 디자인 그룹, 미국 비벌리힐스의 최고급 저택 프로젝트에 참가한 디자이너 등과도 협업해 여의도 최고급 주거단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 재건축 공사비를 3.3m당 824만원으로 책정했다. 현대건설 제안 사항이 하이엔드 아파트인 것을 고려하면 이 역시 낮은 수준의 공사비다. 현대건설은 동일 평형 입주 시 100% 환급, 신탁방식 최초 사업비 100% 현대건설 금융 조달, 100% 확정공사비 등의 좋은 금융 조건을 내건 상태다.
시공능력평가 2위, 5년 연속 도시정비사업 수주 1위를 기록했다.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도 현대건설에게 긍정적이다. 지난 13일에는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직접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에게 원가를 초과하더라도 최고의 품질과 소유주에게 제시한 개발이익을 극대화한 사업 제안을 반드시 지킬 것을 당부해 화제가 됐다. 재건축 사업 수주 현장에 대표이사가 직접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회사가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수주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며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여의도 한양아파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재건축 후 여의도 일대가 강남과 겨룰만한 지역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돼서다. 한양 외에도 공작, 대교, 시범 등 준공 50년차에 진입한 여의도 아파트 10여개 단지가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등 재건축 단지가 줄지어 대기 중이고, 종상향을 통해 초고층 아파트로 재탄생할 길이 열리면서 사업성도 높기 때문이다. 여의도 정비사업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여의도 재건축을 지켜보는 눈이 많다"며 "한양은 그중에서도 한강 조망이 확보되고 전통적으로 부유층이 산다는 상징성이 있는 곳이어서 건설사 입장에서 공 들일만 하다"고 밝혔다.
두 건설사 모두 수주 성공을 자신하는 가운데 내주 홍보관 등을 통한 막판 표심 잡기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번 수주 결정 이후 동시다발적으로 재건축이 추진되는 여의도 다른 아파트 단지에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수주전 결과는 압구정3구역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사업 표심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며 "수주전 결과에 따라 올 하반기 진행될 건설업계 재개발·재건축 지형도 역시 급변하게 될 수 있어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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