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가 주민에게 다시 문을 열었다, 왜?···‘안전’ 우려는 숙제

김나연·김원진 기자 2024. 3. 1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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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9시30분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주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김나연 기자

학교운동장과 체육시설 등 학생 수업공간을 지역주민에게 문화체육시설로 개방하는 학교가 늘어난다. 인구 감소로 공간이 더 생겨난 학교를 주민에게 열어 학교시설 쓸모를 유지하면서 지역 인프라로 활용겠다는 취지의 조치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생들의 안전문제, 쓰레기 처리나 시설훼손 등의 부작용은 숙제로 남았다.

새 학기를 맞이한 지난 6일 오후 6시, 서울 강남구 A고등학교는 하교가 마무리된 시간에도 정문이 열려 있었다. 이 학교는 평일에는 오후 9시, 주말에는 오후 6시까지 운동장을 개방한다. 당직 기사 정득수씨(60)는 “오늘 아침에도 4~5명 정도가 운동장을 돌며 산책하고 운동하다 갔다”고 했다.

비슷한 시간, 강남 B중학교의 인조 잔디 운동장에서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모여 공을 찼다. 한 학부모는 “요즘 학교 운동장이 방과 후에 문을 닫아 동네 놀이터에서 축구를 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어린아이들에게 종종 공이 날아오곤 한다”며 “B중학교 같은 개방학교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오후 6시30분부턴 퇴근한 직장인들도 운동장 트랙을 따라 러닝을 했다.

운동장부터 도서관·수영장까지···‘지역 쉼터’ 된 학교들
서울 강남구 A고등학교 운동장 구석에 설치된 운동기구들. A고등학교는 강남구의 지원을 받아 운동기구를 새로 설치하고 보도블록을 포장했다. 김나연 기자

A고등학교와 B중학교는 ‘강남개방학교’다. 강남구는 상업시설이 많아 ‘걸을 공간’이 부족한 지역 특성을 보완하려 강남개방학교를 도입했다. A고등학교 바로 옆 아파트 단지의 주민들이 퇴근 이후 시간이나 주말에 주로 이 학교 운동장을 이용한다.

교실, 수영장, 시청각실 등 운동장 외 시설을 열어두는 학교들도 적지 않다. 학내 시설 개방은 주로 시·도 교육청 주도로 이뤄진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3년부터 학교시설예약시스템에서 학교의 개방시설을 예약받는다. 주민들은 사전에 승인받고 이용료를 내 정해진 시간에 학교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로 활용도가 낮아진 학교 공간에 새로운 주민시설을 세우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학교 내 빈 터에 돌봄교실, 주차장 등을 갖춘 ‘학교복합시설’을 2027년까지 200개교에 신설한다.

2023년 학교복합시설 공모사업 선정 우수사례. 교육부 제공

☞ 학생·지역주민 함께 쓰는 도서관·수영장 등 ‘복합시설’ 전국에 200개 만든다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303171636001

‘지역소멸·학교 공백’ 해결될까

학교시설 개방은 저출생으로 인한 학교 공백을 막으려는 목적이 크다. 폐교 위기에 처한 소규모 학교의 자원을 주민과 공유하면 공간 활용도가 더 높아진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이들도 줄고 폐교도 많아져 학교를 개방하는 것도 있다”고 말했다.

또 학교를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유도하려는 목적도 있다. 학교에서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프라를 제공해 주민들의 수요를 맞추면 지역소멸도 지연될 수 있다는 기대가 깔린 것이다.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만난 이모씨(53)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학교 운동장이 문을 닫았을 때 운동장의 소중함을 깨달았다”라며 “만약 우리 동네에 공원도, 열린 운동장도 없다면 지금처럼 자주 밖에 나올 것 같진 않다”고 했다.


☞ 서울 아파트 단지에 ‘분교’…폐교 위기 초등학교 살리기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310122115005

외부인 증가에 따른 ‘안전·관리 문제’는 여전히 숙제
지난 6일 운동장이 개방된 서울 동작구 한 초등학교 앞에 안내판이 설치돼 있다. 김나연 기자

학교개방으로 인한 안전 문제는 지속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감시단속 노동자를 배치해도 불특정 외부인의 출입은 언제든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강남개방학교로 문을 열었던 C학교는 여학교 특성상 범죄 우려가 크다는 민원이 제기돼 반년 만에 개방을 철회했다.

늘봄학교 등 학교에 돌봄 기능이 추가되면서 학생들이 학교에 상주하는 시간이 늘어난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성철 교총 대변인은 “요즘은 방과후 학교, 늘봄학교 등으로 학생이 학교에 없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학교는 학생과 교직원이 안전하게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교육기관이어야 하지, 지역사회의 편의시설처럼 치부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운동장을 개방했으나 쓰레기 등으로 고충을 겪는 학교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학교 시설 개방학교에 주민들을 감독하고 시설물을 청소하는 ‘스쿨매니저’를 파견했다. 학교복합시설은 학생과 주민들의 출입구를 분리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시설을 외부인이 사용하면서 생기는 문제는 누군가는 해소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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