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아빠, 이래도 담배 피실 거예요”…초기 폐암 환자에 ‘청천벽력’ 소식 [생활 속 건강 Talk]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4. 3. 17. 09:36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성별
말하기 속도
번역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폐암환자 2만명 사망...치명률 1위
조기 발견해도 종양이 ‘순수 고형’ 형태면
임파선까지 전이됐을 가능성 높아
5년 무병생존율도 71%로 유독 낮아
폐절제술에 임파선박리절제도 같이 해야

50대 A씨는 지난해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폐암 의심 소견을 받고 큰 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사를 받았다. 끝내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암 진행이 그나마 ‘초기’ 단계라 수술적 절제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다소 안도했다. 하지만 최근 실시한 수술에서 A씨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막상 절개해보니 임파선 전이가 발견돼 항암치료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여러 암 가운데 폐암은 매년 220만명의 신규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중 180만명 정도가 사망한다는 점에서 치명률 1위다. 국내 상황도 다르지 않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약 8만3400명이 암으로 사망했는데 이중 폐암 환자가 1만8584명으로 전체 암종 가운데 치명률 1위(22.3%)를 기록했다.

다행히 초기 폐암은 수술적 절제만으로 완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초기 폐암으로 수술받는 환자 중에서 일부는 임파선 전이로 인해 항암치료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수술 전 영상 검사에서는 임파선 전이가 없는 것으로 보였으나, 수술장에서 절제한 임파선 검체에서 암세포가 확인되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이를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라 부른다. 숨어있는 전이는 수술을 받은 전체 환자들의 5~1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수술 후 항암치료 시행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윤동욱 중앙대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와 최수환 한양대구리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조종호 삼성서울병원 폐식도외과분과 교수팀은 초기 폐암으로 수술받은 환자들을 대상으로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에 대해 연구했다.

먼저 교수팀은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수술 전 CT(컴퓨터단층촬영)와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에서 임파선 전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 초기 환자(암 크기 2cm 이하) 1329명 가운데 ‘간유리 음영’ 등의 종양을 갖고 있던 591명과 ‘순수 고형’으로 보이는 종양을 갖고 있던 환자 738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 전 CT 영상에서 보이는 종양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가 확인되는 비율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간유리 음영이란 폐의 일부분이 사포로 문질러 불투명해진 유리처럼 뿌옇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순수 고형은 결절 전체가 불투명해 내부의 폐 조직이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교수팀에 따르면 CT 영상에서 간유리 음영과 같은 종양이 보인 환자들에게서는 크기와 상관없이 약 2%의 확률로 수술 검체에서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가 확인됐다. 하지만 순수 고형의 종양을 가진 환자들은 그 크기가 클수록 수술 과정에서 임파선 전이가 확인되는 확률이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종양 크기가 1cm 이하면 임파전 전이가 확인될 확률은 2.46%였고, 크기가 1~1.5cm일 경우는 12.46%, 1.5~2cm에선 21.31%까지 높아졌다.

또 순수 고형 형태의 종양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5년간 무병 생존율이 71.2%로, 간유리 음영 환자들의 생존율(94.4%)에 비해 나쁜 예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근거로 교수팀은 1cm 안팎의 작은 크기 폐암이라도 순수 고형 형태라면 폐 절제술 후 반드시 임파선 박리 절제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윤 교수는 “2cm 이하의 작은 종양을 가진 환자라도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가 확인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특히 순수 고형 형태에서 두드러졌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 중 임파선 절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순수 고형으로 보이는 암 환자들은 수술 전 기관지내시경을 통해 임파선 검사(EBUS) 등의 시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며 “앞으로 순수 고형 형태의 폐암 환자들의 치료 방침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