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래도 담배 피실 거예요”…초기 폐암 환자에 ‘청천벽력’ 소식 [생활 속 건강 Talk]
조기 발견해도 종양이 ‘순수 고형’ 형태면
임파선까지 전이됐을 가능성 높아
5년 무병생존율도 71%로 유독 낮아
폐절제술에 임파선박리절제도 같이 해야
50대 A씨는 지난해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폐암 의심 소견을 받고 큰 병원으로 옮겨 정밀 검사를 받았다. 끝내 확진 판정을 받은 A씨는 암 진행이 그나마 ‘초기’ 단계라 수술적 절제만으로도 완치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다소 안도했다. 하지만 최근 실시한 수술에서 A씨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접했다. 막상 절개해보니 임파선 전이가 발견돼 항암치료를 꾸준히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초기 폐암은 수술적 절제만으로 완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초기 폐암으로 수술받는 환자 중에서 일부는 임파선 전이로 인해 항암치료를 추가로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수술 전 영상 검사에서는 임파선 전이가 없는 것으로 보였으나, 수술장에서 절제한 임파선 검체에서 암세포가 확인되는 경우를 꼽을 수 있다. 이를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라 부른다. 숨어있는 전이는 수술을 받은 전체 환자들의 5~10%에서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 폐암 진단을 받은 환자에게 수술 후 항암치료 시행 여부는 초미의 관심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연구한 결과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먼저 교수팀은 2003년부터 2017년까지 수술 전 CT(컴퓨터단층촬영)와 PET-CT(양전자방출단층촬영) 검사에서 임파선 전이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 초기 환자(암 크기 2cm 이하) 1329명 가운데 ‘간유리 음영’ 등의 종양을 갖고 있던 591명과 ‘순수 고형’으로 보이는 종양을 갖고 있던 환자 738명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수술 전 CT 영상에서 보이는 종양의 모양과 크기에 따라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가 확인되는 비율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했다. 간유리 음영이란 폐의 일부분이 사포로 문질러 불투명해진 유리처럼 뿌옇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순수 고형은 결절 전체가 불투명해 내부의 폐 조직이 전혀 보이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교수팀에 따르면 CT 영상에서 간유리 음영과 같은 종양이 보인 환자들에게서는 크기와 상관없이 약 2%의 확률로 수술 검체에서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가 확인됐다. 하지만 순수 고형의 종양을 가진 환자들은 그 크기가 클수록 수술 과정에서 임파선 전이가 확인되는 확률이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종양 크기가 1cm 이하면 임파전 전이가 확인될 확률은 2.46%였고, 크기가 1~1.5cm일 경우는 12.46%, 1.5~2cm에선 21.31%까지 높아졌다.
또 순수 고형 형태의 종양을 갖고 있는 환자들은 5년간 무병 생존율이 71.2%로, 간유리 음영 환자들의 생존율(94.4%)에 비해 나쁜 예후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연구를 근거로 교수팀은 1cm 안팎의 작은 크기 폐암이라도 순수 고형 형태라면 폐 절제술 후 반드시 임파선 박리 절제를 함께 시행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윤 교수는 “2cm 이하의 작은 종양을 가진 환자라도 숨어있는 임파선 전이가 확인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특히 순수 고형 형태에서 두드러졌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 중 임파선 절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순수 고형으로 보이는 암 환자들은 수술 전 기관지내시경을 통해 임파선 검사(EBUS) 등의 시술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며 “앞으로 순수 고형 형태의 폐암 환자들의 치료 방침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연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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