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1위’ 북창동에 밀린 명동…무슨 일이?[황재성의 황금알]
2: 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 격감하면서 직격탄
3: 상가공실률 2021년 4분기에 50% 넘어서기도
4: 상가보증금은 여전히 명동 일대가 최고 수준
<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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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창동이 명동을 제쳤다’
지난 6일 서울시가 보도자료와 함께 공개한 2023년 상가임대차 실태조사 최종보고서(이하 최종보고서)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뽑은 헤드라인입니다. 서울 중구 북창동의 월평균 통상임대료(이하 임대료)가 사상 처음으로 명동보다 비싸졌다는 사실이 언론의 큰 주목을 받은 것입니다. 여기에서 임대료는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한 금액(보증금x12%/12개월)에다 월세와 공용관리비를 더한 금액입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북창동의 임대료(1㎡ 기준)는 18만 700원으로 당당히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북창동 임대료가 1위를 차지한 것은 서울시가 관련조사를 실시한 2015년 이후 처음입니다. 이는 서울 전체 평균(7만 4900원)을 2배 이상 웃도는 금액입니다. 이어 명동거리(17만 3700원)-명동역(15만3600원)-강남구 압구정동 로데오역(14만 800원)-강남역(13만 7900원)의 순으로 뒤를 따랐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눈길을 끈 것은 명실상부하게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상권인 명동이 1위 자리를 내줬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실제로 명동은 땅값과 임대료가 비싸기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우선 명동에 위치한 네이처리퍼블릭 부지는 21년째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이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4년 표준지 공시지가’에서 서울 중구 충무로 1가 네이처리퍼블릭 부지(169.3㎡)의 1㎡ 당 공시가격은 1억 7540만 원으로 가장 높았습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전국 상위 8곳이 모두 명동에 있습니다. 중구 명동2가 우리은행 명동지점(392.4㎡)이 1억 7400만 원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고, 충무로2가의 옛 유니클로 부지(300.1㎡·1억 6530만 원)-충무로 2가 토니모리(71㎡·1억 5770만 원) 등의 순서대로 상위 자리를 차지한 것입니다.
임대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울시 조사에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속해서 임대료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2022년의 경우 명동거리의 1㎡당 월 임대료는 20만 5500원으로 2위를 차지한 강남역(14만 3600원)과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2021년과 비교하면 명동과 2위 이하 지역과의 임대료 격차는 더욱 큽니다. 당시 명동거리의 월 임대료는 21만 원 수준인 데 반해 인사동(9만 500원)-강남역(8만 9900원)-천호역(8만 8800원)-여의도역(8만 8700원) 중계동 학원가(8만 1300원) 등은 모두 10만 원을 밑돌았습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상황이 크게 바뀌었습니다. 도대체 명동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또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중저가 식당 밀집지역인 북창동에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요. 두 상권의 변화를 통해 중요한 부동산 투자 상품 가운데 하나인 상가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서울시 보고서(‘2023년 상가임대차 실태조사’)를 꼼꼼히 되짚어 보려는 이유입니다.
● 명동, 주거지에서 대한민국 대표 관광명소로 거듭나다
명동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선 상권 특징을 알아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서울역사박물관이 2011년 발행한 두 책(‘공간의 형성과 변화 명동’+‘명동이야기’)에 잘 정리돼 있습니다. 두 책에 따르면 명동은 조선시대에는 소외된 양반들의 주거지로서, ‘명례방’으로 불렸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모습은 19세기 후반 프랑스(명동성당), 중국(중국대사관) 일본 등 제국주의 열강들에 의해 도시구조와 모습이 근대적으로 바뀌면서 시작됐습니다. 특히 명동의 본격적인 변화는 일제강점기에 이뤄졌습니다. 충무로 일대와 명동에 몰려든 일본인들을 위한 요리점, 다방, 양장점 등이 생겨난 것입니다. 이후 서울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가로이자 문화와 위락의 중심지로 성장하게 됩니다.
이후 6·25 전쟁으로 명동성당과 중국대사관 근처 등 일부를 제외하고 폐허가 됐지만 복구 과정에서 금융, 문화, 상업, 위락 등의 중심 기능을 담당하면서 명동은 서울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리로 자리매김합니다.
이후 1970년대에는 강남과 여의도 개발에 따른 금융, 상업 등 일부 기능이 이탈했지만 패션 과 문화의 중심지로 변신했고, 1980년대에는 명동성당을 중심으로 민주화 운동의 성지가 되기도 합니다.
이어 1990년대부터는 저가 보세 옷집이 몰려들고, 백화점과 유명 브랜드 매장들이 밀집하면서 명동은 패션 중심지로서 다시 한 번 진화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명동은 지명 자체가 하나의 브랜드로 사용될 만큼 우리나라 전지역에 새로운 유행과 문화를 전파하는 중심지로 우뚝 섭니다.
주변 지역에 위치한 대형 백화점과 경쟁하면서 외국의 다른 도시들에 견주어 뒤지지 않는 보행자쇼핑몰이 됐습니다. 실제로 명동에는 사고, 먹고, 놀고, 자고, 쉬고, 꾸밀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걸어서 5~10분 거리 안에 모두 있습니다.
값비싼 명품부터 저렴한 의류매장과 노점까지 다양한 상품을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편리하게 쇼핑할 수도 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지가로 상징되는 최고의 상권에서 영업하고 있다는 상징성까지 더해지면서 세계 유수의 글로벌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의 신상품이 진열된 매장들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주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편리합니다. 지하철과 수많은 시내버스 등 대중교통망과 사방에서 접근 가능한 도로망이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또 크고 작은 건물들과 좁고 넓은 길, 요란하고 시끄러운 카페, 한적하고 조용한 성당 등이 30㎡ 정도의 블록 안에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런 특장점들이 부각 되면서 현재 명동은 한국인과 외국인 모두가 가장 많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 코로나 19가 몰고온 후폭풍
명동이 갖고 있던 장점은 높은 지가와 임대료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승승장구하던 명동상권의 발목을 잡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것입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2019년 1750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외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발생 첫해인 2020년 252만 명으로 급감했고, 2021년엔 97만 명 수준으로 추락합니다. 2022년에 반등하는 데 성공하지만 그 숫자는 320만 명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종료를 알렸던 지난해 1103만 명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2019년과 비교하면 63% 수준이어서, 정상화까지 갈 길이 멉니다.
여기에 국내 유통업계에 큰손으로 불렸던 중국인 관광객이 예전 수준을 크게 밑도는 것도 악재입니다. 2019년 중국인 관광객은 602만 명으로 전체의 34%를 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202만 명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입니다.
그 결과 명동지역 상가 공실률이 폭발적으로 치솟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4분기(10~12월)에 8.9%에 불과했던 명동지역 상가 공실률(중대형 상가 기준)은 2020년 4분기(22.3%)부터 오르기 시작해 2021년 4분기(50.1%)에는 50%를 넘어섰습니다. 전체 상가의 절반 이상이 빈 상태였다는 뜻입니다. 당시 전국(13.5%)과 서울(10.0%)의 공실률이 10% 초반에 머문 점을 감안하면 상황의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후에도 40%대에 머물며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명동상가 공실률은 지난해 1분기(1~3월)에 접어들어서 30%대로 내려앉았고, 지난해 4분기에 27.3% 수준까지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전국(13.5%)과 서울(8.4%)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치입니다.
소형상가도 마찬가지입니다. 2021년 4분기에 50.3%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당시 전국(6.8%)과 서울(6.4%)보다 7배 이상 높은 것입니다. 지난해 4분기에 소형상가 공실률은 19.7%로 크게 낮아졌지만 여전히 전국(7.3%)과 서울(5.3%)과 비교하면 심각한 상황입니다.
서울시의 이번 조사에서 명동상권의 침체가 두드러진 원인 가운데에는 2년 단위로 재계약이 이뤄지는 임대차계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 실태조사의 조사시점이 지난해 8~11월 사이에 이뤄졌습니다. 즉 명동상권의 상가 공실률이 최악으로 치닫던 2021년 3분기와 4분기에 계약이 이뤄졌던 물건들이 재계약된 시점입니다.
조사 방식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서울시는 이번에 서울시내 145개 주요 상권의 1층 점포 1만 2531개를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명동의 1층 상가는 대부분 의류 및 패션용품 매장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외국관광객 감소에 따른 수요 위축이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는 조건입니다.
반면 북창동은 상가점포 1층은 대부분 중저가 음식점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관광객보다는 주변 지역 직장인들이 주요 고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유흥가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북창동 일대에 최근 중저가 비즈니스 호텔이 대거 들어선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과적으로 직장인들의 고정 수요에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더해지면서 코로나19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극복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상가 주인 나이 48세…평균 11.3시간 영업
한편 서울시가 이번에 발표한 최종보고서에는 주목할 만한 정보들이 적잖습니다. 일단 상가 운영주의 성별은 남자가 49.6%, 여자가 50.4%로 엇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전년과 비교하면 남자(50.7%)와 여자(49.3%)의 비율이 역전된 것이어서 눈길을 끕니다.
연령은 50대(24.8%) 60대 이상(24.3%) 40대(19.8%)의 순이었고, 평균 연령은 48세였습니다. 전년(49.9세)과 비교하면 1.9세 이상 젊어졌습니다.
영업 기간은 5년 이상~10면 미만(22.1%)이 가장 많았고, 평균 영업 기간은 전년(7.9년)과 엇비슷한 8년이었습니다. 종사자 수는 평균 2.7명으로 전년(2.4명)보다 약간 늘었습니다. 하루 평균 영업시간도 11.3시간으로 전년(11시간)보다 소폭 증가했지만, 휴일은 월 2.3일로 전년(2.6일) 대비 오히려 줄었습니다.
조사 대상의 69.7%가 주차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66.3%는 출입구 기준으로 버스 통행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전체 조사 대상의 평균 전용면적은 60.2㎡였습니다. 하지만 전체의 절반 이상이 49.5㎡의 소형 점포였습니다.
조사 대상의 71.6%는 개인이 운영하는 독립 점포였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한식음식점이 24.4%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주점/비알코올 음료업(18.2%)-간이음식점업(10.8%)-서비스업(10.4%)-외국식음식점업(9.7%)-가정/통신용품판매점(9.1%)-식료품/의약품판매업(8.6%)-패션/의류판매업(8.6%)의 순이었습니다.
초기 투자비용은 점포당 평균 1억 7000만 원으로 전년(1억 1500만 원)보다 14.8% 증가했습니다. 초기 투자비는 사업을 시작할 때 지출해야 할 항목을 합산한 것으로, 보증금과 권리금, 시설투자비 등이 포함된 금액입니다.
1㎡ 당 평균 보증금은 96만 6100원이었습니다. 지역별로는 명동역이 310만 8500원으로 가장 높았고, 명동거리(306만 3400원)-북창동(242만 6400원)-강남역(193만 9300원)-압구정 로데오역(193만 3900원)의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1㎡ 당 평균 공용관리비는 2900원이었습니다. 여의도역(2만 3200원)이 가장 비쌌고, 교대역(법원,검찰청·1만 4400원)-국회의사당역(1만 4200원)-망리단길(1만3000원)-광화문역(1만2800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1㎡ 당 월 평균 매출액은 46만 3000원으로 전년(37만 2000원)보다 25.5% 증가했습니다. 시청역 1번 출구 앞이 96만 600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신촌역(신촌로터리·95만 7700원)-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94만 4000원)-대치역(88만 5300원)-상수역(86만 8500원) 등의 순으로 뒤를 따랐습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시 공정거래종합상담센터 누리집(sftc.seoul.go.kr)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2022년 실태조사 최종보고서도 공개돼 있어 여러 가지 지표의 변화 추이 등을 볼 수도 있습니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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