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사과 1개 값으로 한 끼 해결! 직장인 몰리는 구내식당 맛집
[비즈니스 포커스]
“1만원 한 장으로 점심과 커피까지 해결했던 때가 언제였나 기억도 안 나요.”
삼겹살 1인분이 2만원에 육박하고 비빔밥과 냉면의 평균 가격이 1만원을 넘어섰다. 흔히 먹던 사과는 1개 가격이 5000~6000원까지 오르면서 금(金)사과로 불리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점심값 부담이 커지면서 최근 구내식당을 찾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한 구내식당 관계자는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이용객이 올초 대비 30%가량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런치플레이션에 가성비 맛집으로 인기
3월 8일 점심 때 방문한 을지로입구역 유안타증권 구내식당에선 혼밥을 하는 직장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유안타증권 구내식당은 7000원에 한식·일품 2코너 중 한 가지를 골라 먹을 수 있다. 메인 메뉴는 매일 바뀌며 샐러드바에서 김치, 샐러드, 죽, 덮밥소스 등을 원하는 만큼 가져다 먹을 수 있다.
근처 IT 회사를 다니는 직장인 박모 씨는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이곳을 찾는다고 말했다. 박 씨는 “회사 주변이 관광상권이라 12시에 나가면 식당에 대기줄이 너무 길어서 구내식당을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과식하지 않게 되고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아서 즐겨 찾는다”고 말했다.
이곳에선 예약을 하면 신선한 샐러드팩을 5000원에 먹을 수 있다. 을지로입구, 을지로3가, 종각, 명동에 인접해있어 일대 직장인들 사이에선 ‘가성비 좋은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다. 유안타증권 구내식당의 네이버플레이스 평점은 4.2점으로 “음식이 맛있고 가성비가 좋다”는 후기가 많다.
신용산역 주변 직장인들은 LS용산타워 지하에 있는 구내식당을 즐겨 찾는다. 아워홈이 운영 중인 이곳에선 점심에는 한식, 일품, 분식 중 한 가지를 선택해 7000원에 먹을 수 있다. 전국에 9개 생산시설과 14개 물류센터를 갖추고 있는 식자재 유통회사가 운영하는 만큼 당일 공수한 신선한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맛과 품질이 좋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구내식당 앱인 ‘밀케어(Meal Care)’를 설치하면 지점별 주간 메뉴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매일 가도 되지만 밀케어 앱으로 좋아하는 메뉴가 나오는 날을 미리 파악해 해당 일에 방문하는 것도 팁이다. 특히 다양한 외식 브랜드들과 컬래버레이션한 특식 메뉴가 나오는 날에는 유독 방문자가 많다고 한다.
백반만 준다고? 1만원 이하로 랍스터까지
여의도역에는 동원홈푸드가 운영하는 한국투자증권 구내식당이 가성비 맛집으로 꼽힌다. 고물가로 악명 높은 여의도에서 한식·일품·양식 3코너의 메뉴 중 한 가지를 골라 7500원에 먹을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스페셜 데이’에는 랍스터 특식, 돈마호크, 왕갈비탕 등 특별한 메뉴가 나온다. 셀프 라면 코너가 있어 비가 오는 날이나 해장용으로 인기가 많다.
KT&G 서대문타워 왕구네식당은 서대문역 인근 직장인들에게 사랑받는 가성비 맛집 중 한 곳이다. 삼성웰스토리가 운영하며 한식·양식 등 3코너 중 한 가지를 선택해 6900원에 먹을 수 있다. 우체국, 국민연금관리공단, 법원, 세무서 구내식당도 역세권 위치와 저렴한 가격으로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공덕역 서울마포우체국(포스트타워) 구내식당은 5500원, 잠실역 국민연금관리공단 송파지사 구내식당과 강남역 삼성서초역삼세무서 구내식당은 점심 한 끼에 6000원이다. 교대역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고속터미널역 서울지방조달청, 양재역 서울가정법원의 구내식당에서는 5000원으로 든든한 식사를 할 수 있다. 모두 외부인이 이용할 수 있는 구내식당이다.
구내식당 이용객 증가는 고물가로 식비 부담이 커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키워드 분석 사이트 블랙키위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구내식당’ 키워드 관련으로 발행된 블로그, 카페글이 1만8400건에 달한다. 구내식당 가격과 식단표, 맛 등 정보를 찾아보기 위해 포털에 검색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인스타그램에도 구내식당 해시태그가 25만 건에 달한다. 구내식당 정보 사이트 ‘밥풀닷컴’에 들어가면 서울 소재 구내식당 가격, 식단표, 위치, 후기 등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직장인들이 구내식당을 찾는 이유는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이다. 대부분 5000~7000원대로 일반 식당보다 가격이 저렴하고 매일 메뉴가 바뀌기 때문에 메뉴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며, 영양사가 짜주는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건강관리에도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일주일에 두 번 이상 구내식당을 찾는다는 한 직장인은 “회사에 자체 사내식당이 없어 늘 일반식당을 가야 했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서 부담이 컸다”며 “구내식당은 가격도 착하지만 매일 메뉴가 바뀌어서 좋다”고 말했다.
네이버 플레이스와 블로그의 구내식당 후기를 보면 “메뉴 고민을 할 필요가 없고 대기 없이 빠르게 먹을 수 있다”, “오피스빌딩 내 위치해 있어 일반 식당보다 넓고 깨끗하다”는 점이 만족스럽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유명 맛집과 컬래버레이션…2040 입맛 잡는다
최근 20~40대 직장인들은 구내식당에서도 외식 매장과 같은 분위기의 공간과 메뉴를 선호하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구내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기업들은 카페테리아 인테리어로 공간을 꾸미고 유명 맛집들과 협업한 특식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동원홈푸드 관계자는 “구내식당 가격으로 유명 외식 브랜드의 메뉴를 접해볼 수 있는 컬래버레이션이 최근 구내식당의 트렌드”라며 “동원홈푸드는 홍대쌀국수, 고피자 등과 협업한 메뉴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아워홈도 구내식당에서 외식 브랜드, 스타 셰프와 함께 개발한 차별화된 메뉴를 제공해 ‘급식의 외식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카레전문점 아비꼬와 협업한 ‘100시간 카레 세트’, 킹콩부대찌개 ‘리얼햄 가득 부대찌개’, 포케올데이 ‘훈제오리 현미밥 포케’ 등은 고객들로부터 “외부 음식점에서 즐겼던 색다른 맛을 점심시간에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는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구내식당 이용 고객을 대상으로 개인 맞춤형 구독 서비스인 ‘캘리스랩’을 새롭게 선보였다. 건강 진단 데이터와 라이프로그(일상생활 디지털 기록)를 기반으로 맞춤 식단과 영양컨설팅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고객 편의를 위해 테이크아웃 코너도 확대하고 있다.
아워홈이 운영하는 LS용산타워 구내식당의 네이버 블로그 후기를 보면 “식사할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입구에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간식류와 샐러드, 음료, 숙취해소제까지 구비하고 있어서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는 평을 찾을 수 있다.
아워홈 관계자는 “구내식당 이용 고객이 다양해짐에 따라 개인별 식사 스타일, 점포별 고객 연령층 등 다방면의 조건을 고려한 서비스 제공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